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출렁이면서 증권주들도 고전하고 있습니다. 증권업종은 시장이 안 좋을 때마다 직접 타격을 받는 대표적 업종이죠. 오히려 이 기간을 활용해 자사주 쇼핑에 나서는 증권사 최대주주들도 늘고 있는데요. 주가가 내리면 책임 경영과 주가 안정 등을 목적으로 보다 저렴해진 비용에 자사주를 사들이는 겁니다.
최근 최대주주가 지분을 늘린 증권사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이 바로 유안타증권입니다. 유안타증권은 2014년 옛 동양증권을 대만 유안타금융그룹이 사들이면서 지금의 유안타증권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데요. 당연히 최대주주는 유안타그룹 계열의 유안타증권아시아파이낸셜서비스(Yuanta Securities Asia Financial Services Limited)입니다.
유안타파이낸셜은 지난달 중순부터 지난 20일 사이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중입니다. 지분 매입을 개시한 것은 2015년 11월 이후 3년 만인데요.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 공시 게재 횟수가 10월에는 12회, 11월에도(20일까지) 14회에 달하고 그 사이 사들인 주식수만 85만주가 넘습니다.
그동안에는 특수관계인인 서명석 사장과 황웨이청 사장과 임원들만 매월 자사주를 꾸준히 사들이는 정도에 그치다 오랜만에 대주주가 나선 겁니다. 그 사이 보통주 지분율도 54.24%에서 54.62% 높아졌습니다.
여느 증권사들이 그렇듯 유안타파이낸셜이 지분을 매입하는 이유는 책임 경영의 발로일 수 있습니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저렴할 때 지분을 사들여 주가를 뒷받침해주는 것이죠.
유안타증권은 2016년 4년간의 적자를 끊고 2017년 내내 분기 순익이 증가하며 동양 사태에서 완벽하게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올해 역시 순항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지난 2분기 유안타로 사명을 변경한 후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고 업황 부진으로 3분기 실적이 주춤하긴 했지만 이미 3분기 누적 순익이 작년치를 가뿐하게 넘어서며 여유로운 상황입니다.
상반기에는 실적 호조와 함께 신용등급 상향이 이어지는 낭보도 잇따랐습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 모두 'A+'를 부여하며 동양 사태 직전 등급을 넘어선 것은 물론 동양증권 시절 최고등급 추월도 임박했는데요.
올해 중 결손금도 모두 해소하게 되면서 배당 가능 여부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큰 이변이 없는 한 이익잉여금 전환이 확실시되는데요. 물론 현실적으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재무제표 상으로는 배당이 가능해지는 셈입니다.
반면, 주가는 계속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유안타증권 주가는 2015년 8000원선을 웃돈 적이 있지만 그 이후에는 3000~5000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 중입니다. 올해 초 5500원에 육박했다가 3500원까지 떨어진 상태인데요. 실적 흐름과 상관없이 갈지자 행보를 걷는 주가 흐름이 최대주주로서는 답답할 노릇이겠죠.
다만 일부에서는 이미 유안타증권의 최대주주 지분율 자체가 높다는 부분에 주목합니다. 공교롭게 유안타증권은 유가증권 시장 증권사 가운데서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가장 높습니다. 코스피 상장 증권사 대부분은 지분율이 높더라도 50%에 육박하는 수준이고 교보증권만 유안타증권과 함께 최대주주 지분율이 50%를 웃돕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을 경우 이른바 '품절주' 대열에 오를 수 있는데요. 유통 주식이 줄어들고 실적까지 좋다면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테마성으로 급등락이 빈번해질 수 있고 거래량 부족을 겪을 수 있습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이 84%를 넘다 보니 월간 거래량은 1만주를 넘지 못합니다. 유안타증권의 경우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55%인 반면 소액주주 비율도 40%에 달하고 월간 거래량 역시 1000만주를 넘나들며 여유가 있는 편이고요.
일각에선 상장 증권사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외국계 대주주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배경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흘러나오는데요. 유안타증권 측은 "책임 경영 차원 외에 우호지분 확보 등 다른 뜻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여러 가지 가정은 가능한데요. 국내에 우호세력이 없는 만큼 안정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차원일 수도 있고 이익이 나기 시작하면서 배당 등을 노리기 위해 지분을 더 늘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드물기는 하지만 최대주주의 대규모 지분 확보가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사례도 간간이 있었습니다.
아직까지는 모두 가정에 불과하지만 최대주주의 지분 쇼핑 행보가 앞으로 계속 더 이어질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