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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손에서 출발' 한화증권, 지난한 제자리 찾기

  • 2019.03.04(월) 08:33

한화그룹 편입 이후 43년…잦은 손바뀜
생명 중심 금융계열 재편, 중간지주 포석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 한화투자증권의 최대주주가 12년 만에 바뀐다. 또 다른 금융 계열사 한화자산운용으로부터 자본 수혈을 계기로 새로운 최대주주를 맞게 됐다. 43년 전 한화그룹 계열 편입 당시 금융투자업과 거리가 먼 계열사를 최대주주로 맞이했다가 수차례 손바뀜을 거쳐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한화그룹으로서는 이번 유상증자를 계기로 한화생명보험→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으로 이어지는 온전한 금융 계열사간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향후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한화생명보험을 중심으로 한 중간 금융지주 설립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 한화투자증권, 자산운용 대상 유상증자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자산운용을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 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했다.

현 발행주식 1억7724만주의 24%에 달하는 4211만주가 새로 발행되면 한화자산운용은 한화투자증권 지분 19%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기존 최대주주인 한화첨단소재는 지분율이 15.5%에서 12.2%로 희석되며 2대 주주로 내려온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016년에도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주주배정 방식이라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크게 바뀌진 않았다.

이번 증자에선 비록 자금 규모가 이전보다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었으나 신주 발행 대상을 한화자산운용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지배구조가 모처럼 재편된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한화생명보험→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한화생명보험은 이들 외에도 한화손해보험(보유 지분 51.4%), 한화63시티(100%), 한화라이프에셋(100%), 한화손해사정(100%), 한화금융에셋(100%)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한화생명보험을 중심으로 그룹 내 금융사들의 지배 관계가 강화되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금융을 비롯해 건설과 화학 등 3개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한 계열 재편의 틀을 마련하게 됐다.

그룹 편입 이후 첫 금융계열사 최대주주 맞아

한화투자증권이 43년만에 한화 그룹 내의 금융 계열사와 지배관계를 처음으로 구축하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새삼 관심을 모은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1962년 설립한 성도증권을 전신으로 한다. 1976년에 한화그룹 품에 안기고 이듬해 제일증권으로 간판을 갈았다. 1986년에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으며 1996년 그룹의 기업이미지(CI) 통일 차원에서 한화증권(2012년 지금의 한화투자증권으로 변경)으로 사명을 또 한번 바꿨다.

당시 한화투자증권의 최대주주는 현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오너' 김승연 회장(지분율 11.4%)이었다. 김 회장은 비상근 이사이긴 하나 이사회 멤버로서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

김 회장은 한동안 보유 중인 한화투자증권 주식에 손대지 않다 2001년부터 몇차례에 걸쳐 장내에서 매각했다. 지분율은 차츰 감소하다 2003년 8월 보유 주식 100만주를 계열사인 한화호텔앤리조트(옛 한화국토개발)에 넘기면서 결국 김 회장은 한화투자증권의 2대주주(4.4%)로 내려앉았다.

한화투자증권의 새로운 최대주주는 레저·서비스 계열사인 한화호텔앤리조트(6.8%)로 바뀌었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김 회장은 2007년 8월에 한화투자증권의 잔여주 187만주 전량을 또 다른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옛 한화석유화학)에 시간외매매로 넘겼다.

한화투자증권 지분 12%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선 한화케미칼 역시 오래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화케미칼의 100% 자회사인 한화첨단소재(옛 한화엘앤씨)가 2007년 12월 장내에서 한화투자증권 지분을 매입, 한화케미칼을 제치고 최대주주(12%)로 단숨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화투자증권 최대주주인 한화첨단소재는 1999년 한화케미칼에서 가공사업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일각에선 한화그룹이 당시 현금 여력이 있는 한화첨단소재를 동원, 한화투자증권 지분을 모으며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향후 증권사의 몸값 상승이 예상되고 있어 한화투자증권의 지분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이었다.

한화투자증권의 최대주주가 12년 만에 또 다시 바뀌면서 이제서야 제대로된 계열재편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자산운용은 한화투자증권에 대한 출자 목적으로 '경영참여'를 분명하게 내걸었다. 펀드 상품 판매 채널로 증권사 지점 등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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