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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라임 사태'에 몸져누운 기업들

  • 2019.07.31(수) 15:03

이달 초 파킹거래 의혹 제기
해명 불구, 불안감 일파만파

작년부터 5G 이슈가 나오면서 주가가 호재를 맞이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영업환경도 좋아졌고요. 그런데 주가가 갑자기 7% 이상 빠지더군요. 주주들의 전화도 계속 왔습니다. 무슨 문제인가 싶어 알아봤는데 '라임 리스트(명단)'에 오른 것이 문제라더군요.

이동통신장비 제조업을 영위하는 한 코스닥 상장사 CFO(최고재무관리자)의 얘기입니다. 한창 사업이 잘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라임 명단이라는 것이 등장해 주가가 빠지고 매출채권 발행 일정도 연기가 됐다고 합니다.

운용자산이 6조원에 달하는 라임자산운용을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습니다. 라임운용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의혹을 해결할 당국이 좀처럼 의견을 내놓지 않으면서 애먼 피투자 기업으로 피해가 번지는 상황입니다.

논란의 시작은 이달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국내 한 경제지는 라임자산운용이 이른바 파킹거래에 나섰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파킹거래는 운용사가 운용 한도를 넘는 거래를 통해 수익을 높이는 시도로, 불건전 영업행위 중 하나입니다.

쉽게 말해 운용사가 차명계좌를 열어 거래를 한다고 보면 됩니다. 운용사는 증권사 명의로 채권 매수를 의뢰한 뒤 일정 기간 뒤에 이를 되사옵니다. 운용사는 거래량을 늘릴 수 있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증권사가 거래 내역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알 수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자칫 금리가 상승세를 타 운용사가 손해를 본다면 투자자에게 그 여파가 미치게 됩니다. 금융당국이 파킹거래를 투자일임계약 위반 행위로 보는 이유입니다.

이 경제지는 라임운용이 펀드 수익률도 조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정 펀드 수익률이 좋지 않을 경우 다른 펀드 자금을 끌어다 투입해 수익률 만회에 나섰다는 겁니다. 이달 초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사 검찰 압수수색까지 받은 라임운용은 즉각 반박에 나섰습니다.

파킹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총수익스와프(TRS·Total Return Swaps) 거래를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TRS는 신용파생상품의 일종입니다. 특정 자산에서 파생하는 위험 요소를 거래합니다. 라임운용의 TRS는 이런 식이었습니다.

라임운용이 증권사에 담보를 제공하고 증권사가 특정 자산을 매입합니다. 채권일 수도 있고, 부동산일 수도 있습니다. 증권사는 자산에서 파생하는 현금을 취득합니다. 운용사는 담보에 대한 이자를 받습니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거래인 것이죠.

거래는 언제까지 계속될 수 없습니다. 자산 가격이 일정 범위 이상 움직이면 라임운용은 자산을 되사와야 합니다. 이 경우 TRS가 해지된다고 봅니다. 라임운용 측은 증권사와 TRS 거래를 하는 과정이 마치 파킹거래처럼 보였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수익률 '마사지' 의혹도 부인했습니다. 개별 운용사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론이 거세자 시장은 금융당국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관련 의혹 내역을 살펴보고 있다는 전언이지만 정작 금감원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반응일 뿐입니다.

시장에는 의혹과 소문만 무성해졌습니다. 라임운용이 투자한 기업을 가리켜 좀비기업이라고 부르는 지라시가 대표적입니다. 이른바 '라임 명단'으로 불리는 피투자 기업 명단이 증권가를 휘젓고 있습니다.

명단에 포함된 기업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쳤습니다. 예정된 펀딩 일자가 연기되는 사태까지 일어났습니다. 네패스 동양네트웍스 리드 등 코스닥 상장 기업 12곳은 더는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지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민근 네패스 이사는 "라임 명단에 오른 기업들 주가가 총 3300억원 가량 빠졌다"며 "각 기업별로 호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속절없이 빠지면서 신규 자금을 조달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구명준 리드 대표이사는 "지라시에 기업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거래처로부터 수주계약 취소 등을 포함한 다양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사업이 정상이라는 것을) 마땅히 소명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지난 29일 코스닥 지수가 전일 대비 4% 빠질 때 라임운용 여파도 상당부분 작용했다는 비난도 나옵니다. 라임운용에 대해 일단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보는 증권사들이 많아졌다는 푸념도 나옵니다. 이달 초 압수수색으로 부정적 시각이 더해졌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답답할 따름입니다. 의혹은 의혹일 뿐인데 해소되지 않으니 정말인 것 같이 느껴진답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피해 범위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라임운용 측은 법적 수단도 고려할 수 있다지만 당국 발표가 있기 전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익명을 요구하며 "시장에 의혹이 제기되면 해소되기 전까지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 관계자들이 부담을 나눠 지게 된다"며 "당국이 얼른 의혹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라임운용을 둘러싼 의혹은 언제 해소될 수 있을까요. 명쾌한 결말을 맞을 수 있을지 시장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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