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공정하고 상호 호혜적 무역의 미래를 위해 중국과 이전에 없었던 중대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과 중국은 상호 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위해 무역 협정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지난달 16일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최종 서명했다. 2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중 무역전쟁의 포화를 쏘아 올린 후 첫 공식 휴전이다.
하지만 '휴전'이란 표현에서 짐작하듯 G2(미국과 중국) 간 대결 구도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미 G2는 무역 분쟁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날을 세우고 있다.
2단계 무역 합의가 11월 미국 대선 이후로 미뤄진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무역을 필두로 본격적인 전략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전 세계가 신 냉전시대의 한가운데 놓였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성장 둔화의 벽에 부딪힌 중국의 내부 리스크 또한 지속적으로 진화 중이다. 미중 양국 사이에서 숨죽이며 갈팡질팡 중인 한국 경제와 기업도 중대한 전략적 선택과 판단의 기로에 서 있다.
◇ 미중 전략적 경쟁 격화, 냉전시대 오버랩
지난해 미중간 대결 구도 확산을 두고 전 세계는 신 냉전시대가 막이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50년 가까이 형성된 냉전시대는 자본주의 중심의 미국과 사회주의 중심인 소련의 대결구도가 그려지며 20세기를 좌지우지했다. 마치 소련의 자리를 대신하듯 미국이 중국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자 자연스럽게 냉전 시대를 떠올린 것이다.
대신 과거와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과거 냉전 시대가 군사적 대립 위주였다면 이제는 경제와 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주가 됐다. (1989년 소비에트 정권 붕괴 당시 국방비가 소련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달했지만 현재 중국은 1.9%에 불과하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지는 싸움 또한 아니다. 중국은 사회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국영기업의 입지를 강화해 경제력을 무섭게 키웠다. 전문가들의 예상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오는 2030년 미국 경제를 완전히 추월하게 된다. 그래서 혹자는 'Cold War'가 아닌 'Cool War'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무역에서 시작된 싸움은 정치로 확산되고 다양한 분쟁으로 가지를 뻗어가고 있다. 미국은 중국 화웨이 제재를 둘러싼 기술 경쟁, 홍콩 인권 법 갈등 등 중국과 사사건건 충돌 중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처치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비우호적 감정을 가진 미국인들의 비중은 2018년 47%에서 지난해 60%까지 뛰었다. (공교롭게 지난해는 미중 수교 40주년이 되는 해였다.)
결국 중국과 미국을 합성해 만든 '차이메리카(미국과 중국이 소비와 생산을 나눠 담당하면서 상호의존적 관계 속에 발전해왔음을 표현한 말)'라는 말이 유행했던 2000년대를 뒤로 한 채 '팍스 아메리카나'와 '팍스 시니카'가 극명히 대립하는 치열한 전략 경쟁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 흔들리는 중국 경제, 바오우(保五) 임박
미국과의 대결 구도를 차치하고서라도 중국 내 상황 또한 녹록지 않다. 이른 바 공급 측 개혁(총공급 측면에서 경제 산업 고도화를 통한 질적 발전 전환을 도모하는 초강대국 구상) 등으로 자체적인 성장 엔진이 식으면서 중국 경제는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 6.0% 성장에 그쳤고 연간 성장률도 6.1%로 급격히 둔화됐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990년 톈안먼 시위 유혈 진압 사태 여파로 중국 경제가 3.9% 성장에 그친 후 2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표면적으로 올해도 6%대를 고수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겠지만 5%대 진입이 거의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는 1984년 15.2%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고도성장기를 구가하다 2011년 10%대 밑으로 내려오며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는 미중 무역 전쟁이 부담을 줬지만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이 자체적인 성장 동력을 제조업에서 내수로 전환하는 작업을 지속한 영향이 컸다. 전문가들은 무역전쟁 휴전에도 불구하고,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5%대 후반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급격한 성장 둔화 속에서 '회색 코뿔소'로 대변되는 중국 내 부채 리스크에 대한 우려 또한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 전역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며 중국 부도설까지 보도하기도 했다.
올 1월 들어 각종 제조업 지표가 반등세를 지속하는 등 최근 상대적으로 양호해진 여건을 바탕으로 중국 경제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최근 발발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중국 경제는 또 다른 돌발 변수를 맞고 있다.
중국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이라는 임무를 2021년까지 완성하려는 목표를 위해 올해도 지난해처럼 부양책을 총동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마침 2020년은 13차 5개년 계획(2015~2020)이 마무리되는 해이기도 하다.
◇ 수출 고도화가 필요하다
미중 간 1단계 무역 합의로 당장은 먹구름이 걷힌 듯 보이지만 이들이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데 따른 리스크는 여전하다.
이번 무역 합의와 상관없이 3600억 달러(약 420조원)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는 여전히 미국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며 1000억 달러(약 117조원)의 미국산 수출 제품도 마찬가지다. 이미 미중 무역 갈등으로 발생한 비용은 미국에서만 400억 달러(약 47조원)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더 큰 문제는 G2의 약속 이행 여부에 따라 판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고 이는 양국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문제란 점이다.
이미 미중 갈등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실시한 '미중 통상마찰 영향에 관한 설문'에서 전체 기업의 절반 이상(51%)이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해 2018년 3분기 첫 설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매우 부정적'이란 응답은 18%에 달했다.
실제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26.8%로 30%에 육박하고 한국 수출산업은 무역분쟁 여파로 2018년 12월 이후 13개월 연속 감소하는 부진을 겪었다. 여기에는 중국에 중간재 수출을 주로 하는 반도체와 석유화학기업의 급격한 수출 감소가 작용했다. 실제로 중국의 지난해 수출은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전년대비 16%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미중 협상이 타결되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중국의 수입액이 기존과 같을 때 한국은 최대 460억 달러(약 53조원), GDP의 3%가량 수출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이 미국에서 추가 수입하기로 합의한 2000억 달러(약 233조원)는 한국의 연간 총 수출액의 33%에 이르는 금액으로 중국 내수가 크게 늘지 않는다면 한국 제품의 수입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세계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한국 비중은 11년 만에 처음으로 3%를 밑돌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의 경우 중국을 통한 제3국 우회수출 비중이 대만 다음으로 높아 피해 확산이 우려돼 왔다.
결국 전문가들은 수출 다변화를 통해 대중 무역 의존도를 줄이거나 미중 무역의 틈새시장을 찾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2019년 수출입 평가 및 내년 전망'에서 대외 무역 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국내 경제와 조화롭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출시장 다변화와 수출품목 고도화를 위한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산업연구원도 "미중 무역분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 가치사슬에 깊이 편입된 우리 수출구조에서 경쟁력을 가진 고부가가치 부분과 국제 가치사슬을 활용할 부분을 정확히 판단, 육성하는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비즈니스워치는 오는 26일 '2020 차이나워치 포럼'을 개최한다. 미중간 전략적 경쟁 시대를 걷고 있는 한국 경제와 기업들의 현재 실상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다.
2014년부터 시작해 일곱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포럼에서는 미중 관계와 중국 분야의 전문가 및 학자들을 초빙해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는 미중간 갈등 구도와 진화하고 있는 차이나 리스크를 속속들이 파헤친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미국 경제전쟁 시대의 의미와 도전'에 대해 강연한다. 무역갈등부터 기술전쟁까지 G2 패권 싸움의 본질을 짚고 향후 전망과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한다.
이어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이 '바오우 시대 중국의 현주소'를 심층 분석한다. 성장률 5%대로 접어든 중국 경제 현황과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차이나 리스크의 실체를 꼼꼼히 들여다본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 팀장은 '중국 신경제 육성과 투자지형의 변화'를 이야기 한다. 중국의 내수 활성화와 첨단산업 중심의 신산업 육성에 따른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전용욱 삼일회계법인 파트너가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주제로 강연한다. 보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인 한국 기업들이 기억해둬야 할 생생한 현장 노하우를 전달한다.
네 전문가의 발표 뒤에는 심도 있는 토론이 펼쳐진다. 첫 번째 연사인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이 토론 진행을 맡았다.
'2020 차이나워치 포럼'은 오는 26일(수)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6층 누리볼룸에서 열린다.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후원하며 기업과 금융사 기획·전략·투자 담당자, 증권사 애널리스트, 일반 투자자, 대학생 등 250명 정도 참석이 예상된다. 세미나 참가비는 무료지만,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http://news.bizwatch.co.kr/forum/2020/chinawatch)에서 사전 등록해야 참석할 수 있다.
▲ 일시 : 2020년 2월26일(수) 오후 2시∼5시
▲ 장소 :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97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6층 누리볼룸
▲ 신청 :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www.bizwatch.co.kr)에서 참가자 사전등록 접수 중
▲ 문의 : 비즈니스워치 차이나워치 포럼 사무국 (02-783-3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