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이 무의미한 시장입니다."
최근 증권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이 한 말이다. 3월 초만 하더라도 주간, 일간 투자전략을 통해 코스피 예상 밴드와 기업의 목표주가를 제시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했지만 이젠 그조차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증권회사가 저점으로 제시한 코스피 하단 밴드가 연일 무너지면서 리서치센터의 자존심도 함께 무너졌다. 또 다른 연구원은 "증권회사 리서치센터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며 시장을 봐왔지만, 이렇게 예측이 어려운 적은 처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3월 20% 이상 목표가 하향 219개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달 증권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기업분석 보고서 중 투자의견이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변동한 경우가 11개에 달했다. 펄어비스, 삼성SDI, 현대글로비스, S-Oil, KT, 오뚜기, 대한항공, 넷마블, 백광산업, 메디톡스 등이 포함됐다.
또 목표주가 하향 변동 폭이 20% 이상인 보고서가 무려 240개로 집계됐다. 20% 미만의 하향 조정 보고서까지 합산할 경우 그 수는 더 커진다.
특히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받는 항공, 조선, 자동차, 건설, 쇼핑, 식품, 엔터, 에너지 기업 등이 대거 포함됐다. 한 리서치센터에서 업종별 전 종목의 목표가 하향 조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26일 항공주의 목표주가를 한꺼번에 조정했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진에어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각각 25%, 32%, 52% 낮췄다.
삼성증권은 지난 25일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대림산업, HDC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주 목표주가를 30~45% 수준씩 한꺼번에 하향했다. NH투자증권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만도 등 자동차 관련주 목표주가를 30~40% 동반 하향 조정했다.
지난 24일에는 삼성증권이 한국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주 목표주가를 30~45%까지 하향했다. 앞서 한화투자증권도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주가를 모두 42%씩 내려 잡았다.
지난 23일에는 DB금융투자가 롯데푸드와 SPC삼립 등 식품주 목표가를 각각 27%, 40% 내려 잡았다. 앞선 13일 삼성증권도 CJ프레시웨이, SPC삼립, 신세계푸드, 현대그린푸드, 롯데푸드 등 식품주 목표가를 20~40% 하향했다.
교보증권은 지난 9일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등 보험주 목표가를 모두 20%대 하향 폭으로 조정했다. 3월 초에는 증권사들이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의 목표가를 동시에 내리기도 했다.
◇ 업종 전체·시총 상위주 목표가 하향 조정 잇따라
20%의 큰 변동 폭이 아닐지라도 시가총액 상위주부터 목표가 하향이 이뤄지고 있다. 3월 들어 하락 폭이 커지자 현재가 눈높이에 맞춘 목표주가 변동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 달에만 8개 증권사 보고서가 목표가를 내렸다. 기존 7만원대에 형성됐던 목표가는 6만원 초중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장 최근인 지난 25일 삼성전자 목표가를 하향한 키움증권은 "코로나19로 인해 향후 수요 전망을 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 2분기 중반 주가의 방향성이 잡힐 것으로 판단한다"며 "주당순이익(EPS) 전망치 조정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6만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7개 증권사가 목표가를 하향했다. 양호한 실적이 기대되지만 낮아진 주가 수준을 고려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실적 예상치 변동은 거의 없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 경기 둔화와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하락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도 이번달 4개 증권사가 목표가를 내렸다. NH투자증권은 "글로벌 판매 전망치 하향에 따라 이익 전망치를 조정했고, 코로나19 영향 등 매크로 불안정성을 감안해 적정 밸류에이션 대비 할인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삼성SDI에 대해 6개 증권사가 이번달 목표주가를 하향했고 카카오와 네이버 역시 각각 5개 증권사가 목표가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