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플레이션 시대 리츠 시장이 투자자들의 1순위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증시 한파 속 마땅한 투자처가 부족해지면서 리츠 특유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 여건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성되고 있다.
이달 하순 리츠 관련 지수가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증권가에서도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각종 상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하반기에는 새 식구 합류 계획도 잡혀 있어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마냥 반길만한 상황만은 아니라는 입장도 있다. 투자 수요가 늘 경우 상장 리츠들의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장점중 하나를 잃을 수 있는 만큼 일장일단이 분명하다는 반응이다.
전용지수에 금융상품까지…날개 단 리츠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는 23일 리츠 종목만으로 구성된 'KRX 리츠 TOP 10지수'와 'KRX 리츠 TOP 10 레버리지지수'가 발표된다. 두 지수 모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리츠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선별해 산출된다.
단 지수명에서 알 수 있듯이 KRX 리츠 TOP 10 레버리지지수는 KRX 리츠 TOP 10지수의 수익률을 두 배 추종하게끔 설계된다. 두 배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대신 손실도 이에 상응하는 비율로 적용된다.
리츠는 불특정 다수의 자금을 모집해 빌딩이나 호텔 등 부동산을 매입해 운영한 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분배하는 투자 상품이다. 적은 돈으로 직접 부동산에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안정적으로 쏠쏠한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대표적인 인컴형 자산으로 꼽힌다.
KRX 리츠 TOP 10지수에는 상장 리츠 시총 대장인 ESR켄달스퀘어리츠를 필두로 롯데리츠, SK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 코람코에너지리츠, 신한알파리츠, 이리츠코크렙, 디앤디플랫폼리츠, 신한서부티엔디리츠, NH올원리츠 등이 포함된다.
리츠만으로 구성된 전용 지수가 첫 선을 보일 예정인 가운데 관련 상품들도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에프앤가이드(FnGuide) 리츠부동산인프라 지수' 수익률에 두 배를 수렴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을 준비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는다. 오는 24일 키움투자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에서 출시한 '히어로즈 리츠이지스액티브 ETF'와 '아리랑 Fn K리츠 ETF'가 거래를 개시한다. 적극적인 운용을 기초로 하는 액티브 펀드와 기초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가 동시 나온다는 점에서 두 상품의 향후 수익률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계속되는 신인 합류…리스크는 '조심'
이와 함께 오는 하반기에는 새로운 손님도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4개 정도의 리츠가 상장을 위해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중 어느 정도 윤관이 드러난 리츠는 'KB스타글로벌리츠'다. 지난 달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 KB스타글로벌리츠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결의하고 KB증권을 주관사로 정했다. 벨기에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KB스타글로벌리츠는 모자(母子) 리츠로 구성된 재간접형 펀드다.
최근 KB증권은 리츠의 기초자산이 되는 벨기에 브뤼셀 소재의 '노스 갤럭시 타워(North Galaxy Tower) 타워를 매입했다. 매입가액은 8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르면 9월중 상장할 예정이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또 다른 글로벌 리츠도 만나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이 창립 60주년을 맞아 아시아와 유럽의 우량 자산 등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한 리츠를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투자 자산으로는 일본 도쿄 소재의 오피스 빌딩과 폴란드의 아마존 물류센터 등 다양한 자산군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까지 정확한 리츠 구조 및 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달중 국토교통부 인가를 신청하고 연내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스페인 마드리드에 핵심 권역에 위치한 오피스 빌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인마크글로벌프라임(가칭)와 베트남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다올물류리츠 등도 하반기내 상장을 목표하는 리츠들이다.
리츠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관련 지수 및 연동 상품 등의 잇따른 등장으로 리츠에 대환 관심이 확대되고 거래는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주가 변동성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리츠의 장점중 하나인 안정성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상품과 지수가 나오면서 국내 리츠 시장이 선진 리츠로 가는 출발점에 들어서게 됐다"며 "새 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된 것 같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되면 리츠와 주식시장간 동조화 현상이 강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여러 상품이 나올수록 자금 유출입이 빈번해지고 이 과정에서 상장 리츠들의 주가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어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