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제382조의 3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최근 자본시장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조항이다. 현행 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 뿐 아니라 '주주'를 넣어야 한다는 개정론을 두고 찬성과 반대의견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사실 이 조항이 하루이틀 새 법조계와 자본시장의 화두에 오른 건 아니다. 16년 전 2009년 삼성 에버랜드 판결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되는지'가 판결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었다.
새로나온 책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7년동안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에 대해 연구하고, 학술논문과 학회 발표·대중 강연 등에서 주장해온 내용을 집대성했다.
저자는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근무하는 중 미국 조지타운대학으로 유학을 떠날 기회가 생겼다. 그는 당시 금용 및 증권법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회사법' 강의를 들으며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2008년 국내에서 최초로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를 배제하는 실무가 회사법 문제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2015년부터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관련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저자는 현재 상법에서는 주주이익을 보호하는 일이 경영진의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상장기업 85%가 총수 체제인 우리나라에선 일반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손쉽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한다. LG화학의 물적분할이 대표적인 사례다. 저자는 LG화학 경영진이 내린 결정으로 인해 일반주주들이 알짜사업인 배터리사업에 대한 주주권을 상실하고, 사후적으로 주가하락 피해를 봤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주주에 충실의무를 다하지 않은 회사 운영은 주주들을 '국장'에서 떠나게 만들었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회사만을 위한' 패러다임에서 '회사와 주주를 동시에 위하는' 패러다임으로 교체해야한다고 강조한다. 회사 중심의 패러다임이 유지된 상태에서 사안별로 입법조항을 만들거나 규칙을 제정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도입의 실익에 관해 "단순히 법적인 정의를 넘어, 근본적으로 기업 체질을 바꾸고 국가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진의 사익편취가 만연하게 벌어지면서 오너리스크에 따른 기업경쟁력 저하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상법개정이 양극화와 세대간 불신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책은 총 4부로 이뤄져있다. 1부는 판례를 통해 현재 법 조항이 주주의 이익침해를 방치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2부는 판례를 통해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분석한다.
3부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조항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않다'는 개정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반론을 제시하기 위해 OECD 기업지배구조 원칙과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 일본, 영국 독일 회사법을 분석하고 시사점을 제시한다. 4부는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도입 전후를 비교해 기대효과를 분석한다. 특히 4부에는 최근 발생한 두산밥캣 분할·합병 추진 시도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사례로 드는 등 최신 연구를 포함하고 있다.
[지은이 이상훈/펴낸곳 경북대학교 출판부/4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