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증권가에선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이 될 상장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진 상장사 가운데 최근 들어 주주환원율이 떨어진 곳이 행동주의 캠페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계 사모펀드인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지난 17일 KT&G를 대상으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FCP가 회사에 주주대표소송을 건 배경은 KT&G 전직 이사회가 사내복지근로기금 등에 1조원어치의 자사주를 무상 또는 저가로 지급해 손해가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라는 것이다.
FCP는 1% 내외의 KT&G 지분을 가진 주주로 2022년부터 회사를 상대로 주주서한을 보내는 등 다양한 주주행동을 펼치고 있다. FCP는 회사에 2022년부터 꾸준히 인적분할과 현금배당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작년 정기주총에선 방경만 대표이사의 선임을 저지하기 위해 IBK기업은행의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다만, KT&G 측은 이사회 결의를 통한 우리사주와 사내복지기금 출연분을 제외하면 장학재단, 복지재단 등 공익법인에 출현한 자사주는 1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왜곡해 회사가 성실히 진행해온 사회공헌과 근로자 복지증진 등 본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에스엠, JB금융지주, 두산밥캣 등 여러 상장사를 대상으로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여온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16일 코웨이를 대상으로 공개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번 주주서한에서 코웨이가 여전히 우수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주주환원율이 급격히 내려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주주환원 정책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 였던 시절 평균 주주환원율은 91%였지만 넷마블로 최대주주가 바뀐 이후 이 수치는 20%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주가순자산비율(PBR)도 6.3배에서 현재 1.5배까지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다음달 3일까지 경영진과 이사회에 서면으로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행동주의펀드들이 하나둘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시장에선 다음 행동주의 타깃에 이목이 집중된다. 증권가에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지닌 기업의 주주환원율이 크게 낮아진 경우 행동주의 캠페인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웨이 사례처럼 ROE가 꾸준히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주주환원율이 하락한 기업이라면 향후 주주환원 강화 요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코웨이와 유사하게 주주환원율이 감소하는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IBK투자증권이 제시한 조건은 △시가총액 3000억원 이상 △2019~2023년 ROE 5% 이상 △2023년 주주환원율 30% 미만 △2015년부터 현재까지 주주환원율 감소추세 △감소추세에 대한 통계치 0.45 이상 등이다.
이 조건에 충족하는 기업으론 휴메딕스, 포스코인터내셔널, 파마리서치, 동진쎄미켐, 동원F&B가 있다. 이중에서 동진쎄미켐의 주주환원율 평균치가 8.2%로 가장 낮다. 주주환원율 감소세가 가장 가파른 기업은 휴메딕스로, 이 회사의 주주환원율은 6.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