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을 앞두고 양 사간 합병비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72.55% 가진 최대주주.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면 그만큼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손실이기 때문이다.
당장 이에 대한 우려로 현대건설 주가가 급락했다. 엠코와 엔지니어링의 합병 소식이 전해진 지난 13일과 14일 현대건설 주가는 각각 1.14%, 5.10% 빠졌다. 10일 종가 기준 6만1500원이었던 주가는 15일 오전 현재 5만7400원까지 내려 앉았다.
자회사 합병이 악재가 돼 시가총액 4000억원 이상이 날아가 6조4360억원 선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이는 합병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데 배경이 있다. 현대엠코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분 25.06%를, 역시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가 24.9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 사의 합병비율을 산정할 때 아무래도 엔지니어링보다 엠코의 가치가 높게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합병비율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 평균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중 자산가치는 재무제표를 통해 객관적으로 산출된다. 반면 수익가치는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 지표와 주력 업종의 향후 전망 등에 따라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현대건설은 주가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임에도 그룹 경영권 승계라는 큰 그림에서 이뤄지는 합병인 탓에 왈가왈부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합병비율에 대해 냉가슴만 앓고 있는 것이다.
작년 3분기까지 실적을 볼때 현대엔지니어링(9.9%)의 영업이익률이 현대엠코(7.4%)를 월등히 앞서는 등 수익성 지표가 우월하다. 또 주력 업종인 해외 플랜트 설계의 업황 전망도 현대엠코의 주력인 국내 토목·주택에 비해 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승계라는 변수로 인해 수익가치가 낮게 매겨질 수 있다는 게 현대건설과 현대건설 주주 등 시장의 우려다. 이럴 경우 향후 합병회사가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현대건설과 추가 합병하는 등 긍정적 이슈가 있더라도 줄어든 지분비율 만큼의 손실을 안고 가야 한다.
증권시장에서는 자산규모 기준으로 합병 후 현대건설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율이 40~43% 가량 되는 수준에서 합병비율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가치 산정에 따라 비율이 유동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열매 현대증권 연구원은 "합병비율에 대한 우려가 단기적으로 현대건설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최근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 등 사회 분위기를 감안할 때 무리한 합병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