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민간 임대주택 '뉴스테이(New Stay)'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는 입주자가 저렴한 임대료로 오랫동안 살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달 초 첫 입주자 모집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상품을 기획한 정부도 고무됐다. 하지만 긴박한 전세 불안을 걷어내지 못하고 길게 보더라도 세입자 부담을 줄여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대표 주택정책으로 밀고 있는 '뉴스테이'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지난 17일 열린 인천 도화지구 뉴스테이 1호 'e편한세상 도화' 착공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대통령이 민간 주택건설 현장을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행복주택' 현장에도 방문한 적이 없다.
박 대통령은 입주 예정자 가족과도 만나 "앞으로 임대료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고 다양한 주거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뉴스테이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뉴스테이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
◇ 민간참여 유도 위해 규제 확 풀어
국토교통부가 뉴스테이 카드를 꺼내든 것은 지난 1월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 방안'을 통해서다. 해마다 거듭되는 전세난을 해결하려면 공공임대주택을 충분히 확보해야하는데 재원이 부족하다. 그래서 나온 게 민간의 손을 빌려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뉴스테이는 건설사나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 등 민간 자본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대기업 브랜드를 붙여 공급하는 8년짜리 임대주택이다. 장기간 임차해 살 수 있으면서 임대료 상승이 제한적인 고품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임대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관건은 공급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지느냐다. 정책은 민간이 뉴스테이를 공급할 수 있도록 돕는, 민간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는 것에 집중됐다. 이를 위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공공주택 특별법',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등 이른바 '뉴스테이 3법'은 지난달 개정을 마쳤다.
▲ 뉴스테이에 적용된 규제완화 내용(자료: 국토교통부) |
정부는 의무임대기간(8년)과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한 것 외에 임대주택에 적용되는 모든 규제를 풀었다. 임차인 자격(무주택자 등), 초기 임대료, 임대주택 담보권 설정제한 등을 배제하고, 여기에 세금 감면·주택도시보증기금 저리 지원 등의 혜택을 더했다.
일정규모(건설 300가구, 매입 100가구) 이상을 뉴스테이로 공급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택지조성 권한까지 부여하고, 개발면적 5000㎡ 이상인 부지에서 절반 이상을 뉴스테이로 건설하면 '뉴스테이 공급촉진지구'로 특별 지정해 사업 절차를 간소화해 주는 혜택도 줬다.
박 대통령은 착공식 축사에서도 "뉴스테이가 확산돼 임대주택의 새로운 대안으로 정착한다면 주택의 개념을 '소유'에서 '거주'로 전환하는 중산층 주거혁신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풀면서 지원은 획기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해결과제 가득 안고 출발
국토부는 이렇게 해서 '반전세'(보증금+월세 임대료) 형태의 뉴스테이가 충분히 공급되면 '월세시대'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저금리와 집값 상승 기대감 저하로 주택임대차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중심이동을 하는 과도기에 주택 임차수요자들의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뉴스테이와 경쟁해야 하는 주변 임대주택들이 과도한 임대료를 요구하기 어려워 전월세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도 했다.
정부는 박 대통령 임기 내(2017년까지) 6만가구의 뉴스테이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우선 리츠설립인가 기준으로 1만4000가구까지 공급한다는 게 목표다. 인천에 이어 수원 권선(한화건설 2400가구), 화성 동탄2(대우건설 1135가구) 등 수도권 6000여가구는 연내 입주자 모집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첫 뉴스테이인 'e편한세상 도화'는 전용면적 59㎡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3만원, 84㎡는 보증금 6500만원에 월세 55만원으로 책정돼 1만명이 넘는 신청자를 끌어모았다. 5.5대 1의 비교적 높은 경쟁률로 "출발에 성공했다"는 게 국토부 자체 평가다.
▲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인천 도화지구에 짓는 첫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착공식에 참석한 뒤 견본주택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유정복 (왼쪽부터) 인천시장, 김한기 대림산업 사장, 박 대통령,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사진: 청와대) |
하지만 정책사업 초기 성공적 분위기에 도취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단기적 전세시장 안정이란 목표에 대한 실효성이 의문으로 남아있고, '고가 월세' 변질 우려도 제기된다. 사업자가 공공택지를 싸게 살 수 있게 한 것 등은 기업에 과도한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기 임대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월세와 전세금 비율을 얼마로 할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점, 8년 뒤 사업자의 판단에 따라 분양 전환하면 임대주택 재고로 남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민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유인책이지만 향후 기업 논리에 따라 주택임대차시장을 흔드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민간 건설사의 공급 참여와 세입자 수요를 동시에 확보하면서도 일정수준의 공공성을 담보해 향후에도 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