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뉴스테이 점검]②내 맘대로 월세 "싼가요?"

  • 2015.09.24(목) 17:33

시세 대비 초기 임대료 메리트는 적어
고가월세 많아지면 주거비 경감도 '난망'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 '뉴스테이(New Stay)'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는 입주자가 저렴한 임대료로 오랫동안 살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달 초 첫 입주자 모집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상품을 기획한 정부도 고무됐다. 하지만 긴박한 전세 불안을 걷어내지 못하고 길게 보더라도 세입자 부담을 줄여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대표 주택정책으로 밀고 있는 '뉴스테이'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뉴스테이 1호 'e편한세상 도화'는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청약경쟁률은 5.5대 1이었고, 당첨자 계약마감 이튿날인 지난 23일까지 92.6%가 계약을 마쳐 '완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요자들의 호응이 충분했던 셈이다.

 

대림산업에 따르면 당첨자(2051명) 연령대는 30대가 31.4%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가 20.8%, 50대가 19.9%, 20대가 17%, 60대 이상은 11.0%로 조사됐다. 일반적인 분양 아파트에서 당첨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10% 이내인 것을 감안하면 뉴스테이는 20대 당첨자 비율이 높다. 30대 이하 젊은 층이 절반에 가까운(48.4%) 수준이다.

 

이처럼 젊은층 수요가 많았던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반전세 형태의 임대주택이기 때문에 입주 때 목돈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주거비 상승 우려가 적은 점이 수요를 모은 것"라고 평가하고 있다.

 

◇ 임대료 매력보다 '전세불안'이 흥행요인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그렇다면 뉴스테이는 저렴한 임대주택일까? e편한세상 도화 뉴스테이는 전용면적 84㎡의 최초 임대료가 보증금 6500만원에 월세 55만원(5층 기준)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이는 인근 아파트와 비교해 낮은 가격이라고 보긴 어려운 수준이다.

 

실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도화동 신동아파밀리에 전용 84㎡는 전세 1억6000만원(6월·24층)으로,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80만원(5월·21층),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70만원(3월·11층)에 계약이 이뤄졌다. 도화 대성유니드 84㎡는 보증금 4500만원에 월세 60만원(8월·3층), 보증금 6000만원에 월세 40만원(5월·20층)에 실거래 신고됐다.

 

지난 18일 견본주택 문을 연 한화건설의 뉴스테이 '수원 권선 꿈에그린'의 경우 전용 84㎡의 임대료가 보증금 9790만원, 월세 58만1000원(5층 기준)이다. 이 역시 인근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싸지 않다. 같은 오목천동 내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는 푸르지오 1단지의 경우 같은 면적 아파트가 전세 1억6000만원(8월·6층), 영조 아름다운나날 1단지는 전세 1억8000만원(8월·3층)에 계약됐다.

 

그럼에도 1호 뉴스테이의 계약이 조기 마감을 앞둘 정도로 인기를 끄는 것은 8년까지 장기거주가 가능하고 임대료 상승률이 제한된다는 게 장점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e편한세상 도화의 연 임대료 상승률 상한은 정부 기준(5%)보다 낮은 3%로 설계돼 있다.

 

김희선 센추리21코리아 전무는 "뉴스테이는 사업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임대료를 시세보다 낮추기 어려운 구조"라며 "당장 주거비용에 대한 메리트보다는 전세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흥행 성공요인이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 보증금 더 넣고 월세 줄이려니…

 

e편한세상 도화나 수원 권선 꿈에그린 뉴스테이 모두 보증금을 추가로 넣고 월세를 줄일 수 있도록 한 '전환보증금제'를 실시하고 있다. "입주자의 월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혜택"이라는 게 해당 건설사들의 설명이다.

 

e편한세상 도화의 경우 이 제도에 전월세전환율 3%를 적용해 보증금 4000만원을 추가하면 월세 10만원을 낮출 수 있도록 했다. 수원 권선 꿈에그린은 보증금을 최대 3200만원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는데 이 경우 월세는 8만6000원이 차감된다. 적용되는 전월세전환율은 3.2% 수준이다.

 

하지만 이렇게 적용되는 전월세전환율은 월세 낮추기를 선호하는 수요자에게는 매우 불리하게 설정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수준(한국감정원 조사 7월 수도권 평균  6.9%)이나 공공임대 등에 적용되는 전환율(6%)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으로 낮은 게 문제다.

 

▲ e편한세상 도화 뉴스테이 전환보증금제 조견표(자료: 대림산업)

 

만일 전월세전환율을 6%로 적용한다면 e편한세상 도화의 경우 4000만원을 보증금으로 추가로 넣을 때 월세가 20만원 줄어든다. 현재는 똑같은 돈을 넣어도 월세 차감액은 그 절반인 셈이다. 뉴스테이 입주자가 월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변 시세에 비해서 2배 가량 많은 보증금을 넣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뉴스테이에 임대료와 관련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초기 임대료 규제도 없거니와 임대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전월세전환율에 대해서도 기준이 없다보니 건설사가 사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고가 월세' 뉴스테이 쏟아진다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중산층 수요자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월세 100만원 이상의 고가 뉴스테이도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월세 시대'로의 급전환기에 주거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정책 취지가 무색한 '고가 월세'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국토부 국정감사에서는 서울 용산구 '뉴스테이 예정지구'의 전용 84㎡ 임대료를 보증금 7000만원에 월세 186만원으로 잡은 한국감정원의 '뉴스테이 임대료 산정 보고서(1∼3차)'가 제시되기도 했다. 영등포 문래동 롯데푸드 공장 부지에서 추진되는 뉴스테이는 전용 84㎡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19만원으로 산정됐다.

 

당장 내달께 KCC건설이 공급을 예정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도시형생활주택 293가구 뉴스테이는 전용면적 29~44㎡ 규모의 소형주택으로 구성됐지만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110만원 정도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 한국감정원 뉴스테이 예정지역 임대료 산정표(자료: 김희국 의원)

 

대림산업이 11월께 위례신도시에서 내놓을 테라스하우스 형태의 뉴스테이 역시 주변 시세를 감안할 때 84㎡ 보증금이 4억~5억원대일 경우 월세 50만원선, 보증금을 2억원대로 수준  낮출 경우엔 월세가 15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자 공모를 시작한 화성 동탄2신도시 연립(테라스하우스)과 수원 호매실지구 아파트 뉴스테이의 경우 전용면적 85㎡ 초과로 계획돼 높은 임대료의 고급 임대상품으로 선보일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뉴스테이가 정부 구상대로 중산층 수요를 끌어들일 만큼 우수한 입지·품질을 갖추기 위해선 임대료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의 상품이라고 지적한다.

 

김희선 전무는 "뉴스테이는 민간 업체 입장에서는 분양을 대체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땅값이 비싸고, 입주수요가 풍부한 곳이라면 임대료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전월세 비용부담 완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뉴스테이 부지 개요(자료: LH)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