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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옆방 사람이 바로 옆에 누운듯…ㅠㅠ"

  • 2017.10.27(금) 16:39

대학가에 만연한 '불법 방쪼개기' 걸려도 그때뿐
얇은 합판 가벽으로 방 나눠 세입자 늘리기
아예 쪼개기 감안해 신축..이행강제금은 '무시'

 

"옆방 사람이 바로 옆에 누워 자는 느낌이에요. 오늘은 피곤했는지 코를 많이 고시네요. ㅠㅠ" (아이디 pek****)

 

"제 옆방 님은 고양이를 키워요. 집사가 있으면 괜찮은데 혼자 있으면 어쩜 그리 우는지. 귀마개로 틀어막아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아이디 lib******)

 

 

인터넷 포털에 넘쳐나는 원룸 신세 한탄입니다. 주로 20~30대 미혼인 학생이나 직장인들의 애기죠. 생활하기에 좁은 것은 둘째 치고 잠을 자기가 어려울 정도로 옆방 소음이 많은 게 가장 불편으로 꼽힙니다.

 

휴대폰 벨소리 정도가 아니라 진동소리까지 들리고, 옆집이 현관 문을 여닫으면 집이 한번 흔들릴 정도라니 말 다했죠.

 

▲ 신학기를 앞둔 시기 대학생들은 방 구하기가 어렵다. 새 집은 많아지는데 해마다 방값은 오른다. 왜일까. /이명근 기자 qwe123@

 

이런 집은 대부분이 '불법 방쪼개기'를 한 다가구나 다세대 '미니 원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규정에 따라 설계한 것이 아니라 원래 1개 짜리 방을 쪼개 2개로, 많게는 3개로 늘리는 식입니다.

 

불법 방쪼개기는 건축법상 승인받은 구조물을 변경·사용하는 행위입니다.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세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편법이죠.

 

▲ 서울 서초구 한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

 

그러다보니 방 사이 벽은 원래 건축에 쓰여야할 콘크리트나 벽돌 등으로 시공되는 것이 아니라, 얇고 가볍고 약한 합판이나 인테리어용 가벽이 사용됩니다. 벽이 얇을 수록 쪼갠 공간이 넓게 나오니까요.


요새는 아예 처음부터 효율적으로 '불법 방쪼개기'를 할 생각을 하고 신축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온전한 하나를 반으로 나누면 아무래도 '반쪽 방' 느낌이 날 수밖에 없는데, 쪼갤 걸 미리 생각해 설계하면 더 온전한 원룸 느낌을 줄 수 있어 월세가 잘 나간다나요.

 

▲ 서울 강서구 대로변에 나붙은 빌라 매매 전단.

 

서울 시내 대학가의 경우 최소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60만원은 줘야 그나마 방을 구할 수 있습니다. 원룸 월세가격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이런 불편한 방도 없어서 못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가구·다세대 집주인들은 불법으로 방쪼개기 유혹을 받기가 쉽습니다. 월세 70만원짜리 방 5개로 월세를 받으면 월수입은 350만원이지만, 이걸 10개로 쪼개 월세 50만원씩 받으면 수입은 월 500만원이 쉽게 되죠.

 

 

하지만 젊은 층 세입자들은 피해를 보기 쉽습니다. 워낙 수요가 많다보니 불법 건축물인 줄 알지만 고시원보다는 편리하고 또 조금은 넒은 편이기도 하니까요.

  

▲ 서울 강서구 다세대 밀집 지역.


하지만 방쪼개기는 엄연한 불법입니다. 건물은 설계대로 지어 준공검사를 받아 그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하는데 그 뒤에 건물주 마음대로 개조해 쓰는 것이기 때문이죠.

 

지방자치단체가 단속도 하지만 그것도 무시하고 임대시장을 멋대로 지배하고 있는 게 불법 방쪼개기입니다. 서울 뿐만 아니라 수도권 및 지방 대도시 등 젊은 층 수요가 많은 곳이면 어디든 성행합니다.


 

 

그런데 불법인 것 치고는 너무 그 수가 많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적발된 불법 방쪼개기는 한 해 평균 1892건, 5년간 총 1만건에 육박합니다.

 

 

계속되는 단속에도 불법 방쪼개기가 잇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는 '이행강제금 부과'라는 제재가 워낙 '솜방망이'라는 게 오히려 방쪼개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2011년 개정된 건축법에는 대수선 위반에 대한 이행강제금 반복부과 제한(5회 이내) 규정이 포함됐습니다. 각 지자체는 이행강제금의 총 부과 횟수를 5회 이내(연 2회 이내)에서 조례로 정할 수 있죠.

 

 

건축주 입장에서는 몇번 이행강제금만 내면 더 이상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이행강제금보다 불법 건축물로 얻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죠.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을)이 2017년 동작구청 무단대수선(방쪼개기) 단속으로 200만원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건물과 주변 시세를 조회해 이행강제금 최대 부과액과 월세수익을 비교해 봤답니다.

 

그랬더니 이행강제금은 2년간 최대 1000만원, 이 기간 동안 임대수익은 4800만원(원룸 5실 임대 기준)이 나왔다고 하네요.

 

 

임대수익이 이행강제금보다 4.8배나 많은데 어느 집주인이 방쪼개기를 마다할까요? 단속에 걸려도 "다들 하는데 나만 잘못이냐"며 오히려 성을 내는 경우도 많답니다.

 

서울시의 경우 방쪼개기 단속·적발을 통한 이행강제금 부과가 계속되고 있지만 지적에 따른 시정률은 5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서울 한 대학가 게시판에 붙은 원룸 하숙 전단.

 

불법 방쪼개기가 만연하면서 청년층 주거 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벽간 소음뿐만 아니라 주차난, 방범, 안전 등 곳곳에 구멍이 생기죠. 집주인은 하늘 같은 '갑'이고, 세입자는 '을'을 넘어 '병', '정'일 정도로 불균형이 심한 소형 주택시장입니다.

 

이원욱 의원은 "불법 방쪼개기는 내집 없는 청년이나 노인층 등 주거약자의 월세 부담을 증가시키고 임대인의 임대수익만 극대화 하는 꼼수"라며 "제한적인 이행강제금만으로 불법 방쪼개기를 막을 수 없다면 다른 법률적 대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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