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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해외건설]②'적자장사' 부메랑

  • 2018.03.06(화) 10:36

해외사업 원가율 100% 넘거나 육박하거나
저가수주 여파 '돌발변수'에 채산성 '와르르'

1만원 짜리 공장을 하나 짓는데 1만1000원이 넘는 원가를 투입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현주소다. 여전히 적자 장사, 손해보는 장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과거와 같이 대규모 손실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여전히 문제 사업장들의 준공이 지연되는 데다 돌발변수까지 더해지며 추가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 사업장들의 상당 수는 과거 제살깎이식 수주경쟁에 나서면서 저가수주했던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돌발변수에 대한 대응력이나 완충도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해외사업의 채산성 역시 낮아지고, 궁극적으로는 건설사들의 수익을 갉아먹고 있다. 잘못 끼운 첫 단추의 여파다.

 

최근들어선 해외사업의 예측능력, 협상력 등 전반적인 원가관리 역량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온다.

 

 

◇ 적자 장사…대우건설 최근 5년 연속 해외 원가율 100% 넘겨

대부분 건설사들이 해외사업 원가율을 명확히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IR자료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대우건설과 GS건설은 지난해 실적발표 결과 해외부문 원가율이 무려 110%를 넘고 있다. 이 두 건설사는 신용평가업계나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해외사업에 대한 손실 우려가 큰 곳으로 꼽힌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매년 원가율 100%를 넘겼다. 해외사업 원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16년 해외사업에서 8000억원이 넘는 부실을 일시에 반영하는 '빅배스'를 단행하면서 당시 안진회계법인의 권고로 2014년, 2015년 회계연도의 재무제표를 수정했고, 그때까지 100%를 넘기지 않았던 두 해의 원가율도 수정됐다. 5년 연속 해외사업 원가율 100%를 넘기는 '기록 아닌 기록'을 세우게 됐다. 

 

빅배스 이후 대우건설은 지난해에도 모로코 사피 발전소와 카타르 고속도로 손실 등이 터져나오면서 해외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GS건설도 지난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원가율 100%를 넘긴데 이어 지난해엔 전년보다 원가율이 더욱 악화한 111.5%를 기록했다.

 

 


나이스(NICE )신용평가에 따르면 2017년 9월말 기준 주요 건설사별 비건축(토목 및 플랜트)부문 누적 원가율(각 사업장별 누적)을 봐도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GS건설, 한화건설 등이 원가율 100%를 넘는다. 결과적으로는 해외에서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꼴이 됐다.

김창현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이들 건설사들은 단기간 사이에 누적공사원가율이 급격히 상승했다"며 "상대적으로 타 건설사 대비 적정 채산성 확보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 자료: 나이스신용평가

 

◇ '저가수주' 그림자…잘못 끼운 첫 단추

지난 2013년 3월 삼성물산이 뒤늦게 뛰어들어 사업권을 따냈던 호주 로이힐 철광석 광산 프로젝트는 저가수주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당시 삼성물산은 포스코건설·STX 컨소시엄이 2년 넘게 공을 들였던 이 프로젝트를 우리나라 돈으로 8000억원 가량 낮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수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좋지 못했다. 삼성물산은 2015년에만 이 사업으로 무려 8500억원의 손실을 반영해야 했다.

GS건설은 2010년 당시 3조원의 역대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로 폭죽을 터트렸던 아랍에미레이트(UAE) 루와이스 정유공장으로 2013년 9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적자를 냈다. 적자행진은 2017년까지도 이어졌다. 이 여파로 GS건설은 서울역 본사 사옥과 그랑서울빌딩, 삼성동 파르나스 호텔 등 대부분의 알짜 자산을 팔았다.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SK건설 등 해외사업을 했던 대부분의 건설사들 역시 지난 몇년간 비슷한 행보를 이어갔다. 대규모 손실 이후 최근들어선 조심스레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이런 예상과 달리 해외사업 성적표는 여전히 부실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대우건설이 모로코 사피 발전소로 3000억원의 손실을 반영했고, 삼성엔지니어링은 아랍에미리트(UAE) 카본블랙(CBDC) 정유공장과 이라크 바드라 오일에서 1400억원에 가까운 추가손실을 반영했다. GS건설도 이집트 정유플랜트 건설 공사(ERC·Egyptian Refining Co) 프로젝트에서 8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반영했다.

 

▲ 말 많고 탈 많았던 로이힐 프로젝트. 첫 선적 모습(사진: 삼성물산)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올해도 반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과거와 같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상당수 현안 프로젝트의 준공 예정시기가 올해 집중돼 있어 관련 원가 조정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2016년말 당시 예정원가율이 100%를 넘는 26개 손실 프로젝트가 애초 지난해 준공예정으로 공시됐지만 지난해 9월말 기준 실제로는 11개 프로젝트만 실질적으로 종결됐다고 분석했다.

 

이외 15개 프로젝트의 경우 진행률을 고려하면 올해 이후 종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예정원가율 100%를 넘지 않는 현장에서도 최근 예정원가 조정이 늘고 있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안희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애널리스트는 "2013년 이후 중동지역에서 수주한 프로젝트의 경우 2016년까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원가율 추이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예정원가 상향조정으로 당기손실이 발생한 현장 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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