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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사, '이란 드림' 저물고 '남북 경협' 뜬다

  • 2018.06.03(일) 13:36

대림산업 2.2조 이란 공사 계약해지, 美제재로 금융조달 막혀
대북사업 급물살…"북한 넘어 중·러까지 사업기회 확대"

미국의 이란 제재 여파로 국내 건설사의 '이란 드림'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2016년 1월 이란 제재 해제 이후 2년여 만이다. 대림산업이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 계약을 최근 해지했다. 다른 건설사들 역시 미국의 제재가 이어지는 한 사업추진이 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국내 건설사들은 북미정상회담에 따른 종전선언 가능성, 경제협력 등에 따른 일거리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대북 사업을 넘어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지역으로의 사업 기회 확대도 조심스레 거론된다.

 

 

◇ 저물어 가는 '이란 드림' 

 

대림산업은 지난 1일 이란 정유회사(Esfahan Oil Refining Company)와 맺은 공사 수주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해지금액은 2조2334억원 규모로 2015년말(수주 직전 회계연도) 기준 매출액(9조5136억원)의 23%에 해당한다.

이 공사는 이스파한 오일 컴퍼니에서 발주한 공사로 지난 2016년 12월 낙찰통지서를 접수했고, 지난해 3월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이란 이스파한 지역에 가동중인 정유시설에 추가 설비를 설치해 고부가가치 제품 증산을 위한 프로젝트다. 대림산업이 설계, 자재구매, 시공 및 금융조달 주선업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대림산업 측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등 대외 여건 악화로 계약 발효 전제조건인 금융 조달이 완료되지 않아 무효화됐다"고 설명했다. 계약이 발효되려면 지난달 31일까지 자금 조달 계획을 마쳤어야 했다.

최근 미국의 이란제재가 복원되면서 금융 조달의 길이 막혀 버린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대림산업뿐 아니라 이란 시장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의 추가 피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월 3조8000억원 규모의 이란 사우스파12 가스전 확장공사를 수주했다.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 중 최대 규모로 관심을 받았다. SK건설은 1조7000억원 규모의 타브리즈 정유공장 현대화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2016년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이란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제재가 유지되는 한 이란에서의 사업 추진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남북경협 급물살 예상, 중·러까지 사업 확대 가능성

 

▲ 건설산업연구원 '남북화해무드...건설산업 턴어라운드의 시작' 보고서 중에서



이란 드림은 저물지만 북미정상회담 등 남북해빙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남북경협 확대로 인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 주택사업 경기가 꺾이는 시점이고 재건축·재개발 관련 각종 규제와 수주 과정에 대한 검찰수사 등으로 좀처럼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SOC 투자에 대한 정부 예산도 대폭 줄었다. 해외수주 역시 연초 기대만큼 확대되지 않는 등 국내외 건설경기 모두 꽉 막힌 분위기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국내 정비사업의 경우 여러모로 사업하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면서 "남북 경협 확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남북경협이 가시화하면 당장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등 각종 SOC사업은 물론이고 경제특구, 산업벨트 등 다양한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선 현대건설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북한 경수로 건설, 금강산 관광지구 조성, 개성공단 변전소 건설 등을 진행하면 가장 큰 수혜주로 평가받고 있다.

 

대우건설도 과거 대우그룹 시절부터 대북사업을 해온데다 현대건설과 함께 경수로 건설에도 참여했다. 최근 관련 테스크포스팀도 구성했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 모두 대북관련 이슈를 모니터링하며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북한의 비핵화화 그 뒤에 따르는 남북한 경제통합체계는 향후 5년간(2020~2024) 연평균 0.81%포인트의 추가적인 경제성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5년 동안 생산유발액은 42조 300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 10조8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성유경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열악한 인프라 및 경제 성장에 필요한 지역 개발 수요는 국내 건설업계에 직접적인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북한을 통해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지역과의 연결을 위한 메가 프로젝트들이 추진되며 우리나라 건설기업의 주력 시장이 동북아시아 지역으로 확대되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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