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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아파트, 직거래하실래요?

  • 2018.09.05(수) 15:53

네이버 매물정보·부동산 카페, 아파트 직거래 등장
집값 급등기 매도자우위 시장 현상

"서울 (강서구)**동 아파트 매도합니다"

처음엔 눈을 의심했습니다. 분명 부동산 카페인데 '중고나라'에 있을 법한 제목의 게시글이 눈에 띄었으니까요. 이 글엔 72개의 답글이 달렸는데요. 대부분 구체적인 가격 등을 문의하는 쪽지 글이었습니다. 같은 카페의 강서구 방엔 이와 비슷한 또 다른 단지의 직거래 게시글이 하나 더 있더군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도 "방화 *단지 *평 매물 팔려고 생각중인데 매수 의사 있는 분 있으신가요"라는 글이 올라왔고 곧장 가격이 얼마냐 혹은 얼마에 사겠다는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습니다. '무슨 경매냐'면서 황당해 하는 답글도 있고요. 모두 8월 하순에 있었던 일입니다.

이런 직거래 매물이 등장한 것은 이 동네뿐은 아닌 듯 합니다. 최근 네이버 매물정보에도 이런 매물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목동 아파트 단지중 한 곳입니다.

 

네이버 부동산 매물정보엔 통상 중개업소에서 올린 매물이 대부분인데요. 유독 개인 이름으로 올려진 매물들이 몇개 눈에 띄더군요. 개인이 부동산직거래사이트인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이하 피터팬)에 올린 매물들입니다.

 

 

사실 부동산 직거래는 어제오늘 얘기는 아닌듯 합니다. 과거 전봇대에 붙은 '방 구합니다' '세입자 구합니다'라고 적힌 흰 종이를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요새들어 이런 것들이 직방 등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일 테고요.


최근 눈에 띄는 것은 이런 임대차가 아니라 수억원의 돈이 오갈 수밖에 없는 매매 거래에서도 직거래 물건이 나온다는 것인데요. 사적인 거래이다보니 공식적인 통계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피터팬에 의뢰한 결과 최근 1년 피터팬에 올라온 아파트 직거래 매물 수 추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절대적인 수가 워낙 작기는 합니다만 집값이 급등했던 시기에 매물 수도 미미하게나마 늘어난 것이 보입니다. 지난달 서울지역에서 구별로 직거래 매물을 등록한 추이 역시 최근 뜨거웠던 노원구, 동대문구, 양천구, 강서구 등이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올라온 매물들 중에 실제로 얼마나 거래가 성사되는지도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런 매물이 눈에 띄는 것은 최근 '콧대 높아진 집주인'들이라고 빗대 표현하기도 하는데, 매도자 우위의 시장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8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가 152.3으로 지난 2006년 11월 첫째주(157.4) 이후 약 12년 만에 최고를 찍었는데요. 이 지수가 기준점인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으니 자연스레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에 주택을 팔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대한 불신 혹은 불만을 표하는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해당 부동산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면요.


아이디 '엔**'은 게시글에서 "강서구 단지내 부동산의 매물 가격 누르기에 따라 단지내 부동산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고 말합니다. 이어 "갑자기 5000억, 1억원씩 올리는게 (중개업소 입장에서)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인 것은 사실이나 강서구도 레벨업 과정이고 이게 지금 현실(시세) 입니다"라고 덧붙였는데요.

아울러 "시세가 올라서 그 가격으로 매물 요청하는데 왜 안올려주나요? 고객이 요청하면 그냥 올려주세요. 판단은 다른 고객들이 하는 겁니다"라고도 언급합니다.

목동 아파트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풀이됩니다. 직거래 매물을 올린 집주인 나주인(가명·38) 씨는 "제가 원하는 가격 혹은 어느 정도 금액선 이상으로는 중개업소에서 (매물정보를)올려주지 않아 직접 올리게 됐다"고 말합니다.

결국 집주인이 원하는 시세와 중개업소에서 원하는 가격 간에 차이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거래를 성사시켜야 하는 중개업소와 집주인과의 이해가 다른 측면도 작용했을 테고요. 매물이 많지 않은 가운데 몇몇 소수의 거래건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으로도 보여집니다.

 

일각에서는 불과 몇년 전만해도 엄두조차 내기 어려웠던 '셀프등기(일정 수수료를 내고 법무사를 통해 등기를 하지 않고 직접 등기하는 방식)'가 늘어나는 것처럼 합리적인 소비트렌드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과거엔 법무사나 중개업자 등 소수의 전문가들이 독점한 정보들이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게 되면서 말이죠.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늘어난 수수료 역시 한몫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한국감정원 8월 기준)은 7억원을 넘어섰는데요. 가령 7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도하거나 매수하는 경우 중개수수료 상한요율 0.5%(6억원 이상~9억원 미만)를 적용해 350만원의 수수료를 내게 됩니다. 해당 중개업소가 간이과세자가 아니라 일반과세자인 경우 부가세 10%까지 물어야 합니다. 

 

불과 1~2년전보다 집값이 최소 1억~2억원 올랐다고 치면 기존에 6억원일 때 300만원, 5억원일 때(0.4% 적용) 200만원보다 큰 폭으로 뛰게 된 겁니다. 요율은 그대로이지만 집값이 올랐으니까요.

부동산시장이 참 혼란스럽습니다. 가격이 불안하니 일부 지역에선 가격 담합 얘기도 나오고요.  반대로 중개업소의 가격 누르기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허위매물도 고질적인 문제이고요. 그렇다고 해서 직거래가 대안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측면은 있습니다. 그만큼의 위험부담이 따를 수 있고요.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매도자와 매수자가 지게 될테니까요.

 

다만 여러가지 배경에서 나오는 이런 현상들이 앞으로 하나의 트렌드가 될지, 집값 급등기의 일시적인 현상에 머물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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