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단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은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눈치보기에 한창이다. 실수요자나 투자자,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정책에 대한 진단과 향후 시장 전망, 그 속에서 시장참여자들의 전략을 부동산 고수들에게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남산서울타워에 올라가서 내려다 보면요. 굳이 낮지 않아도 되는 지역인데 (집이) 너무 낮게 깔려 있는 곳들이 있더라고요. 전부 아파트인데 덩그러니 저층 주택들이 있다거나. 이런데들은 좀 올려도 되겠네 하고 눈에 보이더라고요."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최근들어 처음으로 남산서울타워에 다녀왔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물론 농담섞인 얘기였지만 그만큼 서울 시내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층수를 높이는 식(용적률 완화)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곳곳에 남아 있다는 얘기였다.
김 실장은 주택 전문가이자 도시계획 전문가다. 최근 3기 신도시 조성 등 정부의 공급대책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할말이 많아 보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3기 신도시 성공의 필수요건으로 꼽는 '자족기능'에 대해서도 조금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김 실장은 오는 24일 비즈니스워치가 주최하는 머니워치쇼 시즌7 '부동산 고수들의 썰전'에도 토론자로도 참석할 예정이다.
- 정부가 조성할 3기 신도시에 자족기능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 1, 2기 신도시를 만들땐 자족성 얘기를 했다. 3기는 아니다. 규모가 10만명(정주인구)이 돼야 백화점이라도 들어갈 수 있다.
입지적으로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에 있다는 것은 결국 서울에서 빠져나오는 수요를 받겠다는 거다. 서울에서 출퇴근하고 모든 경제권이 서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다분히 서울의존적 도시일 수밖에 없는데 자족성을 갖추라는 것은 무리다. 대신 충분히 빠르게 (서울과)연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깔아주는게 맞다.
- 서울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까
▲ 일단 (가까운 곳에) 만들어지면 분산효과 있다. 특히 경기 남부쪽으로 조성되면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인프라 부하 문제는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 2기 신도시에서 반발하는게 (서울-2기 신도시)중간에 도시가 생기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평촌에 사시는 분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 예전엔 여의도까지 30분이면 출퇴근이 되는데 지금은 남태령에서 움직이질 않아 한시간 반이 걸린다고. 그런데 3기 신도시까지 넣으면 어떡하냐는 것이다. 신도시 개발로 인해 기존 도시가 적어도 손해를 보지 않도록 교통 등에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 공급대책 전반에 대한 평가는
▲ 공급정책 발표 이후에 곳곳에서 반발하더라. 이제 주택의 문제는 중앙정부에서 컨트롤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땅을 찾는 문제부터 주택가격, 임차인 등의 문제를 지방정부에서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지방분권화 얘기를 많이 하면서 여전히 중앙에서 고민하고 톱다운방식으로 이뤄지다보니 급기야 지자체장이 '우리 지역에선 안돼'라고 하는 사태까지 왔다. 이제 주택문제의 주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거다.
집을 공급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집이 절대적으로 없었고 개발을 많이 해야 하는 시대는 1·2기 신도시처럼 대규모로 공급해 분산하는게 맞다. 지금은 기성 시가지 안에 집이 부족하다는 건데 기성 시가지에서 어떻게 주택 연면적을 넓혀 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기존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 기존 시가지(서울) 안에서 공급하는 방법은 뭐가 있나
▲ 입체개발을 해야 한다. 박원순 시장이 언급한 것처럼 빈 오피스를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거나 일본처럼 도로 위에 집을 짓는 등의 방식이다. 물론 모든 곳에 할 수는 없다. 가능한 곳, 필요한 곳 일부라도 하면 된다. 영속 주거공간으로 쓰긴 어렵지만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에 공급할 수 있다.
상업과 주거, 공업, 녹지 등 용도지역지구제, 종세분화 등의 현재 체계를 바꿔야 한다. 주거지역도 전용주거, 일반주거, 준주거로 나누고 일반주거지역은 또 1종 2종 3종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용적률이 달라진다. 3종만 돼도 용적률이 확 올라간다. 불필요하게 용도를 세분화해 (용적률이)낮게 책정돼 있는 부분을 상향해야 한다.(*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연면적(바닥면적의 합)의 비율을 말한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층수를 높이 올릴 수 있다.)
그러면 밀도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주택을 더 공급할 수 있다. 인프라에 부하가 걸리지 않는 선에서 고밀계획이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발이익이 나오는데 이는 환수해 재투자를 해야 한다.
- 재개발 재건축 규제는 어떡해야 하나
▲ 지금 시점에서 정비시장을 건드리는건 굉장히 위험하다. 여기를 풀면 결국 그쪽으로 (투자수요가)몰릴 거다. 서울시장이 불안정하고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규제완화로 인해)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가늠이 안된다. 큰 호재로 인식될 수 있다. 향후 서울집값이 안정화되는 시점에선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 그동안 무슨 대책을 내놔도 서울 집값이 안잡혔다
▲ 서울은 여전히 집을 갖지 않은 사람이 많다. 평균 60% 정도 집을 갖고 있고 40%가 임차시장에 있으면 안정적으로 본다. 선진국도 60% 내외 수준이다. 지금은 서울에서 집 가진 사람이 50%도 안된다. 이 갭에 있는 이들이 소득 5, 6, 7분위 중산층 정도 계층이다. 이들의 불안감이 크다.
또 하나는 서울은 수요가 많다. 투자시장으로서의 매력이 굉장히 크다. 과거엔 강남4구 정도였다면 이제는 공간의 특성상 서울로 확산된 느낌. 여기를 대체할 공간이 없으면 더 심해질 것이다.
- 서울 집값은 안떨어진다는 건가
▲ 뉴욕이나 런던, 도쿄 등 각 나라 대표하는 도시의 집값은 안떨어진다. 서울 집값도 마찬가지. 장기적으로 서울 집값을 시뮬레이션해서 보면 파고는 있었지만 적어도 2~3%는 오른다. 떨어지는 지역과 오르는 지역의 편차는 있지만 이것 역시 앞으로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수렴한다.
현재 상황에서도 과연 집값이 빠질꺼냐. 지방이라면 빠졌겠지만 서울은 여전히 내집을 갖고 있지 않고 살지말지 고민하는 실수요들이 있는 상황이다. 이런 눈치보기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듯 하다.
내년엔 공급량이 조금은 많아질 듯 하다. 작년에 인허가 받은 아파트가 많아 내년말 이후에 나오면 조금은 조정이 될 수 있다고는 보지만 강보합 정도로 해서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집값이 조정을 받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 비이성적으로 오르는 현상이 조정된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는게 아니라 물가상승률 정도로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시장으로 간다는 얘기다. 2% 정도 내외에서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시장이다.
- 그럼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나
▲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사는게 맞다. 지금은 거주가치보다 투자가치에 쏠려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투자상품으로 인지하기 전에 거주가치로서의 기본을 갖춘 후에 투자를 얘기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정부 정책도 1주택 이상은 꽁꽁 묶어놓는 기조이지만 그 와중에도 무주택 실수요자에겐 길을 터주고 있다. 그것은 집을 사라는 얘기다.
- 언제 사야 하나
▲ 빨리 사는게 좋다고 본다. 앞으로 금리 오를텐데 조금이라도 금리가 쌀때 적절히 대출을 활용해서 사야 한다. 대출도 일반대출이 아니라 정책기금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내년 부동산 시장 변수는
▲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게 될텐데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질 것이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고,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 가계 차원에선 기준금리 25bp 오른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거시적인 영향들, 가처분소득이 줄면 결국 주택소비도 줄어드는 등으로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