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 곳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해 신규 수주 성과가 신통치 못해 전년보다 수주잔고가 줄어든 탓이다.
현대건설, GS건설, 삼성물산 등은 신규수주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애초 10조원 미만의 보수적인 목표를 잡았던 곳들은 겨우 목표를 채우는 수준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국내 건설사들은 올해 수주 목표를 작년보다 좀 더 높게 잡았다. 시들해진 국내 주택시장보다 해외 시장에서 활발한 수주를 통해 서둘러 비어가는 곳간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 짙은 아쉬움 '신규 수주'
지난해 상장 대형건설사(현대건설‧삼성물산‧대림산업‧대우건설‧GS건설‧삼성엔지니어링‧현대산업개발) 가운데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GS건설 등은 신규수주 목표치를 채우는데 실패했다.
현대건설은 경쟁사 가운데 가장 많은 19조339억원어치의 일감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는 목표치의 79.6%에 그치는 수준이다.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매출과 영업이익, 수주 등 어느 한 부분에서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외형 성장과 영업이익 1조 클럽 가입, 재무구조 개선 등 가장 두드러지는 성과를 거둔 GS건설도 수주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이 회사 신규 수주는 10조9218억원으로 목표치의 95.4%에 머물렀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도 신규 수주는 10조6680억원으로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수주 목표를 달성한 기업들도 속내를 살펴보면 만족스럽지는 않다. 대림산업은 8조7891억원의 신규 수주를 기록하며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는데, 이는 목표치 자체가 매우 보수적으로 설정된 영향이 크다.
대림산업은 지난 2017년 신규 수주가 6조1123억원에 머물러 경쟁사 가운데 가장 적었다. 이와 함께 해외시장 수주 여건도 여전히 좋지 않다고 판단, 2018년 수주 목표치를 7조원으로 잡았다. 경쟁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주 목표를 세우자 시장에서도 회사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었고, 대림산업 주가는 내리막을 걷기도 했다.
대우건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회사는 목표치를 살짝 웃돈 9조6826억원의 일감을 확보했다. 2017년 10조원이 넘는 신규 수주를 달성한 반면 신규 수주 목표는 이보다 적은 9조3600억원으로 설정한 바 있다.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았던 삼성엔지니어링과 HDC현대산업개발은 희비가 갈렸다. 삼성엔지니어링 신규 수주는 9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많은 규모의 일감을 확보하며 지속 성장을 위한 토대를 닦고 있다. 이에 반해 현대산업개발은 6조원으로 전년도의 80% 수준에 머물렀다.
◇ 문제는 수주 잔고…해외 수주에 달렸다
대다수 건설사가 기대 이하의 수주 성과에 머물면서 수주 잔고도 줄고 있다. 건설을 비롯한 수주산업은 일감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지속 성장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수주 잔고를 통해 미래 매출과 영업이익 등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수주 잔고는 16.4%(이하 전년대비) 감소한 55조8060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액(16조7309억원)을 고려하면 약 3.3년치의 일감이 남아있는 셈이다.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수주 잔고도 각각 6.8%, 15.2% 감소한 27조9490억원, 21조8282억원에 불과하다. 삼성물산은 약 2.3년, 대림산업은 2년여의 일감만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반해 삼성엔지니어링 수주 잔고는 32.7% 증가한 13조7016억원, 현대산업개발은 2.3% 증가한 26조3820억원을 기록했다.
비어가는 곳간을 채우기 위해 건설사들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건설사들은 올해도 수주 여건이 녹록지는 않지만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수주 규모를 늘려나간다는 전략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올해 수주 목표치는 24조1000억원으로 작년보다 높게 잡았다. 목표 달성을 위해 ▲경쟁력 우위공종 집중 ▲포트폴리오 다양화 ▲투자사업 확대 ▲전략적 제휴 등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외 거점을 기반으로 도로와 교량 등 PPP(민관합작투자사업), 복합화력과 수력발전소 등 IPP(민자발전사업) 투자사업 참여도 확대할 계획”이라며 “유가 상승 추세에 산유국과 글로벌 석유기업 재정여력 확대로 발주여건 개선이 기대돼 석유메이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 협력구도 최적화로 수주 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GS건설(13조4700억원)과 삼성물산(11조7000억원), 대림산업(10조3000억원)과 대우건설(10조5600억원) 등도 지난해 신규 수주보다 더 많은 규모를 올해 목표치로 삼으며 공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주택시장 경기가 꺾였고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도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수주도 해외 시장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며 “유가가 이전보다 오른 상태를 유지해 중동 시장과 신규 시장인 동남아시아 등에서 많은 수주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