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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롭테크 탐방기]밸류맵 "깜깜이 토지시장, 없애야죠"

  • 2019.03.08(금) 09:00

빅데이터‧VR 기술 접목, 정확한 땅 정보 제공
"정보비대칭에 기획부동산 병폐…정보격차 허물어"
"부동산업 부정적 인식 장애물…정부와 소통 지속"

각종 IT 기술을 결합한 부동산서비스 산업, 이른바 프롭테크(Prop-tech) 산업이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들도 과거처럼 발품을 팔지 않아도 손쉽게 부동산 정보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업계 선두인 직방이나 다방을 제외하면 아직은 인지도나 활용도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프롭테크 기업 혹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 같은 그들의 정보와 서비스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들 기업이 그리고 있는 미래도 함께 엮어볼 예정이다. [편집자]

'땅 팝니다'

차를 몰고 교외로 벗어나 달리다보면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플래카드다. 빅데이터와 VR(가상현실) 등 첨단 IT기술이 난무하지만 부동산, 특히 땅을 사고파는 과정은 여전히 80년대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밸류맵의 시작은 여기서 부터다. 플래카드에서 온라인으로 옮겨놓는 것. 모바일 앱이나 인터넷을 통해 토지 매물, 매물에 대한 시세 등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게 밸류맵의 목표다. 더 나아가 매수자와 매도자 간 정보 격차를 없애 국내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 병폐인 '기획부동산'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김범진 밸류맵 대표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땅, 이젠 밸류맵에서 보세요"

밸류맵은 토지와 건물 등 상업용 부동산에 특화된 정보를 제공한다. 토지에 대해서는 지·번을 포함한 정확한 위치와 최근 실거래가 등 시세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과 달리 땅에 대한 정보는 관련 공인중개사나 땅 주인 만이 갖고 있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서도 토지의 정확한 위치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밸류맵은 국토부가 제공하는 제한된 위치 정보를 분석해 해당 토지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낸다. 여기에 이 땅이 최근 얼마에 거래됐는지를 소비자들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범진 밸류맵 대표는 "토지 시장은 가격 뿐 아니라 땅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같은 지역 안에서도 위치에 따라 땅의 특성이 다 달라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개돼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직접 만든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토지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고 실거래 가격과 매치시켜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이용자들의 클릭 수 등을 분석해 현재 어느 지역 땅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지 등 빅데이터 분석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밸류맵은 VR 스타트업인 에이투젯과 MOU를 맺고 상반기 내 토지 및 상업용부동산 전문 VR서비스인 '밸류윙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부동산에 대한 공간정보를 직접 가보지 않고서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공개되지 않았던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매물 정보를 더해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하는 역할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여기에는 VR 기술을 접목해 해당 지역을 가지 않고도 땅이나 토지에 대한 정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VR전문 스타트업인 에이투젯과 MOU를 맺기도 했다. 양사는 올 상반기 중 상업용부동산 전문 VR서비스 '밸류윙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김범진 대표는 "땅은 사진 한 장으로는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실제 찾아가서 봐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다"며 "밸류윙스는 드론으로 촬영해 공간에 대한 정보를 제공, 매물로 나온 땅이나 건물에 대한 모든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깜깜이 시장 없애야죠"

토지 정보 제공 플랫폼인 밸류맵이 탄생하게 된 배경으로는 김범진 대표의 과거 경력이 결정적이었다. 김 대표는 감정평가사 출신으로 5년 넘게 평가사 업무를 하면서 내내 답답함을 느꼈다. 토지에 대한 정보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아 비슷한 업무가 단순 반복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땅 주인이나 해당 지역 공인중개사가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김범진 대표는 "우리는 땅 위에서 생활하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데 정작 이 땅이 지금 얼마인지 일반인들은 알 수가 없다"며 "특히 매도자에 비해 매수자가 갖고 있는 정보는 매우 한정적이어서 정보를 갖고 있는 유통업자(공인중개사 등)의 힘이 매우 강한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기획부동산 등 병폐의 원인으로도 꼽힌다. '이 지역이 개발 된다더라' 하는 소문만 돌면 인근 땅값이 순식간에 2~3배 급등하거나, 일부 투기자들이 단체로 특정 지역 땅을 매수하며 가격을 올려놓고 되파는 일이 횡행했다. 이 역시 땅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범진 대표는 토지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면 기획부동산 등의 시장 병폐도 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김범진 대표는 "기획부동산은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깜깜이 시장이 존재해 가능한 것"이라며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 정보 제공을 통해 시장을 개선해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고, 시장의 요구도 있다"고 강조했다.

◇ 부동산업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

본업인 감정평가사 업무를 잠시 밀어두고 야심차게 프롭테크에 뛰어들었지만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사업 아이템은 좋다고 평가 받았지만 실제 투자를 받거나, 부동산 평가 솔루션을 판매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탓이다.

무엇보다 부동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은 사업 초기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김범진 대표는 "부동산 서비스는 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을 조장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쌓여있고, 이 영향으로 스타트업으로서 받을 수 있는 투자 대상에서도 제외됐다"며 "이 때문에 많은 프롭테크 기업들이 부동산업 대신 소프트웨어 개발 등 다른 분야로 등록해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프롭테크 기업들은 국내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정보 비대칭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전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프롭테크는 부동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프롭테크 뿐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규제 부문에 대해서는 정부 탓만 하기 보다는 구체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요구하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범진 대표는 "정부 입장에서는 어떤 규제 완화가 필요한지, 또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야 제도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프롭테크 자체가 새로운 분야인 만큼 지원과 규제 개혁이 필요한 부분은 정부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직까지 국내 프롭테크 기업들은 설계와 중개, 시공 등 각자의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들 역시 서로 융합되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프롭테크 시장은 갈수록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범진 대표는 중앙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했지만 교사의 꿈 대신 감정평가사 길을 택했다. 감정평가 업무를 하던 김 대표는 토지 정보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2015년 4월 밸류업시스템즈를 설립했다. 그해 말 중소기업청 기업서비스연구개발사업에 선정됐고, 이듬해에는 부동산 공부관리시스템과 차세대 감정평가 업무지원체계 서비스를 최초로 개발했다. 2017년에는 부동산 실거래가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개발‧구축했고, 그해 11월 밸류맵 앱서비스를 론칭했다. 작년 11월에는 IBK투자증권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지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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