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의 마지막 관문이자 사실상 가장 중요한 것은 수억~수십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값(분양가)을 지불하는 것이다. 금액이 큰데다 대부분 선분양‧후입주인 만큼 입주 전까지 계약금, 중도금, 잔금 등 크게 3개 단계로 나눠 납부하도록 돼 있다.
아파트마다 납부 비율이 다르고 시공사나 시행사가 제공하는 이자 혜택 등도 있기 때문에 청약 전 꼼꼼히 알아보고 자금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중도금을 연체하거나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내 집 마련' 꿈을 코앞에서 놓치고 청약 기회만 날아갈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하도록 하자.
◇ 계약금, 쉽지만 신중하게 준비해야
청약 당첨 후 계약을 체결할 때 1차로 내는 계약금이 분양가 납부의 시작이다.
계약금은 아파트에 따라 분양가의 5~20%로 책정된다. 분양이 잘 안 되는 단지 등은 계약금을 1000만~2000만원 정도로 약정해서 분양가에 상관없이 통일된 계약금으로 분양을 하기도 한다.
보통은 계약금으로 10%를 납부한다. 초기 계약금 500만~1000만원 정도 납부하고 계약서에 적혀 있는 시일(통상 계약 후 한달 이내)까지 기납부한 금액을 뺀 나머지를 내면 된다.
최근 분양한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도 분양가의 10%인 계약금을 2회차로 나눠 내게끔 돼 있다. 1회차(계약 시)에 공통으로 1000만원을 내고, 2회차(계약 후 30일 내)엔 평형·층수별로 나머지 계약금인 4290만~9900만원을 납부하면 된다.
계약금은 대출이 안 되기 때문에 본인 자금으로 준비해둬야 한다. 계약금 납부 단계에선 계약금액, 납부 일정 등만 파악하면 된다. 전체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적기 때문에 이 단계는 무난히 넘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나머지 잔금을 치룰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둬야 한다.
계약금 납부로 계약 의사를 밝힌 후부터는 입주하기까지 3년여 동안 5~7번 정도에 걸쳐 중도금, 잔금을 기일 내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안 될 경우 과감하게 계약금 지불 단계에서 철회하는 편이 손해를 덜 볼 수 있다.
이후 단계에서 연체하거나 계약 포기 선언을 할 경우 연체 이자를 물거나 지금까지 냈던 돈을 돌려받지 못한 채 계약 해지될 수 있어서다.
◇ 중도금은 대출이 '신의 한 수'
계약금 다음은 분양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도금 납부다.
중도금은 계약금을 제외한 매매 대금의 일부를 중간에 나눠 내는 돈으로, 통상 4개월에 한 번씩 4~6회에 걸쳐 낸다.
분양가의 40~60%로 구성되며, 대부분은 60%로 책정돼 10%씩 6차례에 걸쳐 납부한다.
금액이 큰 만큼 은행권의 집단대출을 이용하는데, 이때 대출 신청자의 신용등급과 소득에 따라 한도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중도금 무이자, 중도금 유이자, 중도금 후불제 중 어떤 유형이 적용되는지도 알아둬야 한다.
무이자는 금융권에서 발생한 이자를 시행사나 시공사가 대신 납부해주는 형태로 소비자는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유이자는 60% 중도금 대출을 기준으로 10%씩 6회 발생하는 중도금에 대한 이자를 수계약자가 납부하는 방식이다. 후불제는 마찬가지의 경우 6번 발생하는 중도금에 대한 이자를 입주 시기에 납부하면 된다.
다만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주택은 중도금 집단대출이 안 된다.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분양가가 9억원 초과인 주택에 대해선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대출이 막힌 셈이다.
그러자 최근엔 시공사가 자사 보증을 이용해 일정 비율 대출을 해주거나, 중도금 연체 이자를 감면해주는 등의 혜택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아파트별로 혜택의 유무·종류가 다르니 꼼꼼히 확인해보자. 이는 청약을 넣기 전에 확인해 두는게 좋다.
지난 4월 분양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는 분양가 9억원 초과 가구에 한해 중도금 대출 40%를 지원해줬고, 5월 분양한 '방배그랑자이'는 중도금을 절반만 내면 나머지를 연체해도 계약해지 하지 않고 보통 8%인 연체이자를 5%까지 낮춰 부과하기도 했다.
◇ '마지막 관문' 잔금도 전략적으로
중도금까지 다 치렀다면 큰 고비는 넘긴 셈이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순 없다. 최종 관문인 잔금을 납부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잔금은 통상 분양가의 30%인데, 중도금 대출을 받았을 경우 등엔 추가 대출이 어려워 가급적 현금으로 준비해놓는 게 좋다.
만약 중도금까지 완납했는데 잔금이 부족하다면 전세로 돌리는 방법이 있다.
일반 시중은행 담보대출은 잔금 완납 후 등기가 나와야 이용할 수 있는데, 잔금무렵에 중도금을 다 상환했다면 담보대출로 전환 가능하다. 분양권의 담보가치만 평가해서 일종의 신용대출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때 대출 한도만큼 청약 가구를 전세 매물로 내놓으면 된다. 일단 대출금으로 기일 내 잔금을 납부하고 전세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받아 대출을 갚는 식으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융자가 껴 있는 아파트인 데다, 잔금 납부 기간에 동일한 수요가 다수 발생하면서 전세가가 떨어질 수 있어 전세 계약 체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 밖에 후분양 아파트는 판매를 목적으로 계약금, 중도금 비율을 내리고 잔금의 비율을 높여놓은 경우도 있으니 이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