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음에도 분양단계에 이르지 못한 단지는 61개 단지 6만8000가구 정도로 6개월 정도 유예기간 부여되면 이들 단지 중 상당수는 분양이 이뤄질 것입니다"(박선호 국토부 제1차관)
"내년 4월 전까지 무조건 분양해야죠."(서울시 동작구 A 재개발 조합 관계자)
"검토는 해보고 있는데… 정비사업이라는 게 6개월 만에 뚝딱뚝딱 추진되는 건 아니잖아요."(서울 서초구 B 재개발 조합 관계자)
이달 예고했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시점이 6개월 유예되면서,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 조합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이미 이주‧철거 단계의 단지들은 내년 4월 전 분양을 앞당길 수 있도록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바쁜 걸음이지만 숨통이 트여 안도하는 분위기다.
반면 이주가 채 완료되지 않은 단지들은 6개월 내 분양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또다시 울며 겨자 먹기로 상한제 적용에 발맞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유예기간 동안 상당 수의 단지들이 분양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사업 속도에 따라 단지별로 희비가 극명히 나뉘는 분위기다.
서울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상한제 적용 유예기간에 맞춰 분양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분양가 상한제 보완방안'(10‧1 대책)을 통해 정비사업 단지와 지역주택조합 단지는 상한제 적용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시행령 시행(10월 말) 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거나,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고 시행령 시행 후 6개월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한 경우 상한제 적용에서 제외키로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음에도 분양 단계에 이르지 못한 서울 지역 내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61개 단지, 6만8000가구 정도다. 이들 중 내년 4월 말까지 분양이 가능한 단지들은 상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곳이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개포그랑자이) 재건축이다. 상한제를 적용 받으면 세대당 수천만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했지만, 이주 완료, 금융 비용 부담 등으로 마냥 미룰 수 없어 12월께 분양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유예기간이 생기면서 상한제 적용 없이 분양할 수 있게 됐다.
서울 동작구 '흑석3구역' 재개발 조합은 내년 4월 분양하기로 계획을 잡았다. 흑석3구역 조합 관계자는 "현재 이주 완료한 상태고 12월에 착공에 들어간다"며 "지금 사업 속도로 보면 유예기간 내 분양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둔촌주공', '개포주공1단지',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등의 재건축 조합도 분양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권 매머드급 단지로 상한제 직격탄이 예상됐던 둔촌주공은 현재 철거가 거의 완료된 상태로, 내년 4월까지 분양을 앞당기는데 무리 없어 보인다.
석면 철거를 진행 중인 개포주공1단지도 내년 봄 분양에 나설 계획으로 전해진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철거가 마무리돼 연내 분양도 가능한 상태다. 이 조합 관계자는 "임원들이 상한제 전 분양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예기간이라는 '출구'가 생긴 단지들이 조용한 잔치를 치르고 있는 가운데, 분양 시점을 앞당길 수 없는 단지들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주가 완료된 사업장이 아니면 물리적으로 6개월 내 분양을 앞당기는 게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통상 정비사업장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 이주하는데 4~5개월, 철거에 5~6개월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강남구 '청담삼익' 재건축 조합은 "아직 이주 일정도 나오지 않았다"며 사실상 6개월 내 분양이 어렵다는 뜻을 비쳤다.
서초구 '방배13구역' 재개발 조합도 내년 분양을 예상했다. 이 조합 관계자는 "앞으로 이주 기간 6개월, 철거 6개월 보면 1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내년 4월 이전 분양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방배6구역' 재개발 조합도 6개월 내 분양이 빠듯하다는 입장이다. 이 조합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지만 이주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라 절차상 어려울 수 있다"며 "아직까지 시행령이 명확히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시행령이 확정되고 국무회의까지 올라가면 상한제 적용 시 추가 분담금 등을 정확하게 산출해 분양 일정을 확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초구 '방배 14구역' 단지는 현재 설계변경 신청 중으로, 내후년에나 분양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이 조합 관계자는 "내년 중순쯤 이주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6개월 내 분양은 불가능하다"며 "설계변경이 끝나고 이주, 철거하면 1년 반~2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도 내년 4월 전 분양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이 조합 관계자는 "단지가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서 설계를 다시 해야되고 이에 따른 인허가도 다시 받아야 한다"며 "유예기간 내 분양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정비사업 조합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서울 주요 정비사업 단지 중 1~2곳 빼고는 6개월 안에 분양하기가 일정상 불가능한데, 정부가 정비사업 특성을 잘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며 "조합 일엔 변수도 많고 아직 추가 분담금이 정확히 얼마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분양 계획을 어떻게 잡느냐"고 말했다.
같은 자치구의 또다른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상한제 적용 시 조합원들이 얼마나 손실을 보는지 알려면 토지비 감정평가를 해야 하는데, 인근 아파트 단지 기준시가로 봐야 하는지 표준지공시지가로 봐야하는지 국토교통부 말이 바뀌고 있다"며 "데이터가 부정확하기 때문에 6개월 안에 분양을 앞당기는게 나은지, 상한제를 적용받아도 괜찮을지 등 선택하기가 애매하다"고 토로했다.
정비사업장이 아닌 일반 사업장과 리모델링 조합은 종전대로 입주자모집공고부터 상한제가 적용돼 형평성 논란도 나오고 있다. 용산구 이촌현대의 경우 리모델링 단지 중 국내에서 처음으로 30가구 이상(97가구) 일반분양하기로 했으나, 이번 유예기간 혜택을 받지 못해 상한제 직격탄을 맞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