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거지원 정책인 생애최초 주택 취득세 감면 확대안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관련 개정법안이 여야 정치권 다툼으로 6개월째 국회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생애최초 주택 취득세 감면 확대방안을 발표한 날은 지난 2022년 6월 21일이다.
부부합산 7000만원 이하 가구로 제한하던 소득기준을 없애고, 수도권 4억원·비수도권 3억원 이하인 주택가격 기준도 삭제했다.
생애 첫 집을 취득하는 사람은 소득이나 집값에 관계 없이 누구나 200만원까지 취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책은 발표만 됐고 실행은 되지 않고 있다. 취득세 감면 확대를 위해서는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6개월 지난 소급입법 부담, 예산도 불투명
생애최초 주택 취득세 감면 확대를 담은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도 거치지 못했다. 지난 연말 새해 예산안과 부수법안이 일제히 처리된 것과 대조적이다.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법인세율 인하 등 부자감세 쟁점이 뒤늦게 합의를 이뤘지만, 이태원 사태에 대한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 문제까지 겹치면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사실상 멈춰섰기 때문이다. 덩달아 지방세 관련 법안들은 행안위 소관법안들과 함께 모조리 계류됐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생애최초 주택 취득세 감면 법안은 국회 행안위 논의가 아직도 진행중"이라며 "정부로서는 최대한 정책 발표일로부터 소급해서 시행한다는 입장이지만, 국회를 통과해야만 시행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소급에 대한 확답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정책 발표일인 2022년 6월 21일 이후 취득한 주택부터 소급해서 적용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소급시행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취득세 감면처럼 국민에게 이익을 주는 경우 소급입법이 허용되지만, 과거 소급입법 사례를 보더라도 6개월을 넘겨서까지 소급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통상 소급입법안은 정기국회나 임시국회 개의 직전에 정책이 발표되고, 해당 국회 회기에 처리됐다. 하지만 취득세 감면확대안은 이미 지난 연말 한 차례 회기를 지나쳤다.
만약 소급적용하는 내용으로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예산의 문제가 남는다.
생애최초 주택 취득세 감면 법안이 1월 이후 임시국회에서 처리된다면 정부는 2023년 예산으로 2022년에 걷은 취득세를 돌려줘야 한다.
세금을 걷은 지방자치단체가 납세자에게 우선 취득세를 환급하고, 중앙정부가 이를 보전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통과된 2023년 정부 예산에서 전년도에 걷은 취득세의 환급 보전액을 찾기는 힘들다. 지자체의 환급예산 역시 마찬가지다.
취득세 중과완화는 소급적용 될까
많은 수는 아니지만, 작년 정책발표 이후에 생애 최초주택을 취득한 사람들은 애가 탈 수 밖에 없다. 소급적용이 되지 않으면 평생 단 한 번 뿐인, 생애 첫 주택구입 취득세 인센티브를 놓치게 된다.
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정부의 소급적용 약속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정부가 세금을 깎는 내용으로 선심성 정책을 발표하지만, 정작 해당 법안은 국회 통과가 어렵다보니 정책 실행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21일에 발표된 취득세 중과완화 방안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구분 없이 2주택까지는 중과세율을 적용하지 않고, 3주택도 8%에서 4%로, 조정대상지역 3주택은 12%에서 6%로 각각 취득세율을 인하한다는 방안을 내 놨다.
정부는 취득세 중과완화 방안도 정책 발표일인 2022년 12월 21일 이후 주택 취득분부터 소급해서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인하분만큼의 취득세를 소급해서 사후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부는 법안처리가 언제 이뤄질 지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략 '2023년 2월로 예상'한다는 추상적인 언급 뿐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입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도 "입법은 국회의 권한"임을 강조하며,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득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러나 국회 통과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개의한 1월 임시국회도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소환문제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통상 세율이나 세수입에 큰 변화가 있는 정부 입법안은 정책 발표전에 국회와 사전조율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치적 불안정 속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선언하듯 정책을 발표했다. 더구나 다주택에 대한 취득세 중과 완화는 현재 다수당인 야당의 부동산 정책방향과 상반된다.
김성범 세무사는 "일선 현장의 지자체 공무원들도 취득세 중과세율 인하방안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 정치적인 문제로 국회처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소급적용도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