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분양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 방안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할 전망이다. 올 초 정부는 침체한 분양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관련법 개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수요자들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관련 기사: [집잇슈]새 아파트 실거주 의무, 아직 있는데요!(2월 24일)
애초 시장에서는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의 발표대로 실거주 의무 폐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최근 깡통전세와 전세사기의 원인으로 꼽히는 갭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다소 다른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실거주 의무 폐지가 자칫 갭투자 등 투기 수요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넉 달 만에 '실거주 의무 폐지' 논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26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심사할 계획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달 7일부터 수도권 기준 최대 10년이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공공택지·규제지역과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은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한 바 있다. 전매제한 완화는 정부가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전매제한 완화와 함께 발표한 실거주 의무 폐지는 주택법을 개정해야 해 지난 2월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주택법 개정안은 다른 심사 일정 등에 밀리면서 4개월 가까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실거주 의무 폐지 방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이를 기대하고 분양을 받은 수요자들이 집을 팔더라도 다시 들어가야 하는 등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또 정부가 내세운 정책 목표인 거래 활성화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갭투자 부추길라" vs "전세 문제와 별도로 접근해야"
그간 시장에서는 미분양 주택 증가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실거주 의무 폐지로 분양 시장에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무엇보다 정부가 법안이 통과한 뒤 기존 분양 단지에도 소급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국회에서 제동이 걸릴 경우 시장의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최근 전세사기와 깡통전세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갭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다른 의견도 나온다. 거래 활성화를 꾀하려다 자칫 갭투자 등 투기 수요를 키워 향후 깡통 전세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집값 급등기에 크게 늘어난 갭투자가 최근의 전세 시장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국토부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갭투자 현안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아파트 값의 70% 이상을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한 건수는 지난 2021년 7만 3347건으로 전년보다 178% 급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처럼 매매가격은 물론 전셋값도 함께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빌라는 물론 아파트 역시 깡통전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갭투자를 유발할 수 있는 실거주 의무 폐지 방안을 추진하면 문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단 전세사기 특별법 등 전세 시장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한 뒤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법안 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 역시 당내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26일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당 차원에서 의견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며 "소위에서 논의를 하면서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의견을 모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실거주 의무를 폐지한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침체기에 투기 수요를 자극하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방지하는 방안과 전세 시장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각각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애초 정부가 국회 다수당인 야당과 사전 협의를 한 뒤 발표를 해야 하는데 일단 발표부터 하면서 문제를 초래했다"면서도 "다만 국민 입장에서는 정책이 발표되는 순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장 혼란을 막고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폐지를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거주 의무 폐지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될 경우 그에 따른 해결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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