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오는 27일 국회에 발의하기로 했다. 특별법 처리가 시급하다는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이르면 다음 날인 28일 국회를 통과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전세보증금 채권 매입 방안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의해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야권과 피해자 대책 위원회, 시민단체에서는 보증금 채권 매입 방안이 특별법에 담겨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남아 있다.
전세사기 특별법 정부안, 27일 발의…"28일 통과 목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어제(25일) 서울 강서구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운영 현황을 점검한 뒤 기자들과 만나 특별법과 관련 "통상적인 입법 절차가 있어 시일이 걸리지 않을까 했는데, 빠르면 이번 주 내로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26일 실무 준비를 마치고 27일에 정부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직접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입법예고 등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여당 의원이 발의하는 형태로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 방안과 함께 야당 안(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 심상정 정의당 의원 대표발의안)을 국회 교통위원회에 함께 상정해 논의 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원 장관은 "여당 원내대표단은 목요일이나 금요일(28일)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실무적으로 통과 시점이 다음 주로 넘어갈 수는 있겠지만 오래 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특별법에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경매로 집을 넘기되 우선매수권으로 소유권을 차지하게 하는 방안 등이 담긴다. 집 구매를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주택을 낙찰받아 저렴하게 임차인에게 임대를 제공한다는 내용 등이다. ▶관련 기사: 전세사기 피해자 우선매수권, 최선일까…낙찰가 뛰면?(4월 25일)
국토부는 또 27일 법안 발의에 맞춰 이날 전세사기 방지 종합대책도 발표할 계획이다.
아울러 원 장관은 LH 예산 확대 가능성도 내비쳤다. 피해 임차인 주택을 경매에서 낙찰받아 공공임대주택(매입임대)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위해 예산을 증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LH의 매입임대주택 예산을 지난해보다 3조원 삭감한 바 있다.
"보증금 보장안, 별도 처리"…야권에선 "포함해야"
정부의 안에는 피해자들의 전세보증금을 보장해 주는 방안은 담기지 않는다. 야당 측의 경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 임차인에게 일부 돌려주고 추후 회수하는 방안을 특별법에 담자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여야가 이견을 좁히기 어려울 거라는 견해가 많았다. ▶관련 기사: 전세사기 피해 주택, 채권매입이냐 매입임대냐(4월 24일)
하지만 원 장관은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보면 법안 자체는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다"며 "보증금 반환하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분리해서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굉장히 이례적인 입법"이라며 "정치적 정쟁 논란 때문에 오래 끄는 부분은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가 특별법 처리가 시급하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정부안 발의와 함께 법안 통과까지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피해자들과 관련 시민단체, 야권 일부에서는 여전히 보증금 보장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관련 시민단체, 심상정·조오섭 의원 등은 오는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증금 반환채권 매입 방안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의원의 경우 25일 정의당의 전세사기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번 특별법에 보증금 채권 매입 방안이 들어가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반면 원 장관은 "사기 피해를 국가가 떠안는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사기 범죄를 국가가 조장하는 결과가 된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