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여부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 지역인 이른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은 구역 지정 5년이 다 되는 터라 가장 해제가 유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외 지역에선 개발 여부 또는 개발 추진 단계 등에 따라 해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해 재지정을 거듭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토허제 '최장 5년'이라고?
20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예고한 이후 일대 시장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4일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강남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논의…적기일까? 섣부른가?(1월17일)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기준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지자체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최초 지정 기간은 최장 5년 이내로 정해져 있다. 통상 1~2년씩 지정하고 필요에 따라 심의를 거쳐 기한을 연장한다.
현재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64.53㎢로 전체 면적의 10.78%에 달한다. 이들 중 올 상반기 지정 기한이 만료되는 곳은 총 5개 구역, 47.69㎢다.
여기엔 △강남·서초 자연녹지지역(26.62㎢·5월30일)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지역(14.4㎢·6월22일) △공공재개발 후보지 신규 16곳 및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사업 12곳(2.02㎢·4월3일) △압구정 등 주요 재건축 단지(4.58㎢·4월26일) △서리풀지구 개발제한구역(0.07㎢·5월30일) 등이 포함된다.
대형 자연녹지지역과 최근 지정된 서리풀지구를 제외하면 총 3개 구역, 21㎢이다. 이중 해제 기대감이 가장 높은 곳은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지역이 꼽힌다. 강남·서초 자연녹지지역을 제외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중 면적도 가장 넓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는 '너무 넓게 묶었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곳은 잠실마이스복합단지,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영동대로 지하공간복합개발 등의 개발 호재가 맞물려 있는 지역이다. 지난 2020년 6월23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매년 1년씩 재지정, 총 5년을 채워가고 있다.
하지만 구역이 워낙 광범위하게 묶인 데다, 주요 개발사업의 완공 예정 시점도 2030년 전후라 그때까지 유지하는 건 규제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주장을 하는 측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최대 지정 기한이 '통상 5년'이라며 해제가 마땅하다고 강조한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이 '5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지정할 수 있게 돼 있다는 게 근거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주택지구 사업 등의 경우 규모가 크기 때문에 보상 등의 기간을 충분히 고려해서 최초 지정 기한을 5년으로 설정한 것"이라며 "5년 이상은 과도하다고 보고 통상 최소한의 기간으로 지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말은 엄밀히 따지면 '첫 지정 때 최장 5년'이고, '택지지구 개발사업의 기간' 등을 고려한 것이지 현재 지정한 구역(국제교류복합지구)이 5년이 됐다고 해제 요건을 충족한 것은 아니란 뜻이다.
'압·여·목·성' 해제 가능성은?
결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한(5년)은 최초 지정 시 최대로 설정할 수 있는 기한일 뿐,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하다. 올해나 내년에 '지정 5년'을 채우는 구역들도 재지정을 거듭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대 기한(5년)을 채워도 필요에 따라 심의를 거쳐 연장할 수 있다. 재지정할 때도 5년 범위에서 지정하면 된다"며 "사업 지연 등의 사유로 5년 이상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재산권 침해, 형평성 논란 등이 꾸준히 제기돼 온 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해제 검토'를 강력히 시사한 만큼 국제교류복합지역을 비롯해 다른 곳 일부에서도 해제가 이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더군다나 재지정 시 지자체 도시계획위원회나 지자체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의 심의·허가를 거쳐야 하는데 정치적으로도 이들의 부담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탄핵 정국 이후 선거 등의 정치일정이 조기화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정 기간이 끝나는 허가구역을 계속해서 다시 허가구역으로 지정하려면 중앙도시계획위원회 또는 시·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전에 미리 시·도지사(국토교통부장관이 허가구역을 지정하는 경우만 해당한다) 및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돼 있다.
시장에선 해제 가능성이 높은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지역, 혹은 그 일부 등만 해제하고, 그에 따른 시장 영향을 살펴본 뒤 나머지 구역은 순차적으로 조치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해제 여부를 가늠할 때는 지역 내 '개발 현황'이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동구) 등 주요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구역은 개발 기대감에 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어 섣불리 규제를 풀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이들 지역은 전국적으로 집값이 떨어지는 시기에도 곳곳에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신속통합기획 단지의 경우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지분 쪼개기 등 투기도 우려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개발이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지역은 해제를 손 대기 어려울 것"이라며 "압구정, 목동 등 재건축이 활발한 지역이나 공공재개발, 모아타운 등 개발 추진 속도가 높은 지역은 사실상 해제 가능성이 작다고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같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도 재건축 등 개발 이슈가 없거나 개발 추진 속도가 느린 곳은 해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 촘촘히 구역을 지정하고 해제하는 '핀셋 규제'로 손볼 수 있다는 의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잠·삼·대·청 중에 재건축 단지가 없는 지역도 있는데 이들만 규제를 풀 수도 있다"며 "재건축보다 폭발력이 덜한 재개발 지역 중 사업 지행이 지지부진한 구역 등도 해제 여지가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