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세수 확보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핵심 과제로 삼아 세금 관련 기관들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관세청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올해 업무추진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새 정부의 복지정책 수요를 감안해 세금을 효율적으로 거두기 위한 대책들이 총망라됐다.
기재부는 현금영수증과 전자세금계산서 의무발급 대상을 늘리는 등 음지에서 새고 있는 세원을 양지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세금 제도는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세무조사를 대폭 강화하고, 각지에서 자행되고 있는 탈세 행위에 대해 촘촘한 그물을 던져 세금을 거둬들이기로 했다.
과세당국들은 경기 불황 여파로 경제성장률과 세수 전망치가 점점 아래로 향하고 있어 허리띠를 더욱 빠듯하게 졸라멘다는 방침이다. 자칫 각 기관장들이 공적을 올리기 위해 세수 확보에만 총력을 기울이고, 조세 정의와 형평을 뒷전에 두지 않도록 적절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현금영수증·전자세금계산서 '업그레이드'
기재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현금영수증과 전자세금계산서 제도를 업그레이드한다.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기준을 건당 30만원에서 10만원 이상으로 낮추고, 귀금속과 이삿짐센터, 웨딩관련업 등 고액 현금거래가 많은 업종을 추가한다.
전자세금계산서를 의무 발급하는 개인사업자 기준도 연간 공급가액 10억원에서 3억원 이상으로 낮춰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현금영수증과 전자세금계산서 의무발급 확대 방안은 시행령 개정을 거쳐 6월 말부터 시행한다.
10여년 전 도입한 증여세 완전 포괄주의도 지속적으로 보완해 부의 무상이전에 대해 폭넓게 과세할 방침이다. 오는 8월에는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조세개혁추진위원회가 중장기 세입 확충 방안을 내놓는다. 과거 정부에서도 번번이 정치 논리에 막혀 빛을 보지 못했던 중장기 조세개혁을 새 정부가 발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국세청, 세무조사 위상 높인다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5년간 28조5000억원의 복지 재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대기업과 대자산가의 비자금 조성을 비롯해 고소득 전문직, 가짜석유, 자료상, 역외탈세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집중한다.
세무조사를 받을 때 장부를 숨기는 등 불성실하게 임하는 경우 과태료를 현행 500만원에서 최대 3억원으로 올리고, 명령위반 횟수에 따라 반복 부과한다. 탈세제보나 은닉재산 신고 포상금 한도를 올해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였지만, 탈세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자료 접근권을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하면 세무조사와 체납자 은닉재산 추적에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금융 정보를 국세청이 쥐게 되면 각종 증여 사실에 대한 과세가 더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 관세조사 7배 늘린다
관세청은 수출입기업에 대한 관세조사 비율을 2017년까지 0.15%에서 1%로 높이기로 했다. 5년간 추가로 확보할 세수는 10조원에 달한다.
이전가격을 이용한 탈세나 다국적기업의 국부유출에 대해서도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이전가격 이슈로 과세 금액만 4000억원이 넘는 영국 위스키 업체 디아지오와의 소송에서도 필승 의지를 다졌다.
자유무역협정(FTA) 특혜를 받기 위한 원산지 위조와 고세율 품목의 저가 신고에 대해서도 특별 기획조사를 실시한다. 여행자 휴대품과 특송 화물에 대한 신용카드 사용내역 조회도 연 1회에서 실시간으로 바꾸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