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양성화에 총력을 쏟고 있는 관세청이 해외 기업의 고급 재무정보를 확인하는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해 다국적기업의 관세 탈루를 '정조준'한다. 세계적 위스키 판매업체 디아지오코리아의 저가신고에 대해 4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한 데 이어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한 관세 심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전망이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관세청은 내년 해외기업 재무정보 이용료 예산으로 1억8200만원을 신규 반영했다. 이 예산은 관세청 법인심사과에서 다국적 기업의 이전가격 적정성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도입한 오비스(ORBIS) 프로그램의 연간 사용료로 확인됐다.
오비스 프로그램은 벨기에 기업정보회사인 뷰로반다이크(BUREAU van DIJK)가 제공하는 기업 데이터베이스로 전세계 1억2000만개 기업 정보를 담고 있다. 해외 기업의 지배구조와 연도별 매출, 영업이익 등을 일괄 조회할 수 있고, 상세 재무정보까지 담고 있어 세금 탈루 조사에 적합하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관세청은 현재 외환조사과에서 미국 던앤브래드스트리트(Dun & Bradstreet, 이하 D&B)사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고 있다. 세계적 기업정보회사인 D&B는 전세계 2억개 기업의 재무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때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를 소유하기도 했다.
D&B는 주로 간략한 기업의 재무정보와 주주구성, 직원수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조세피난처를 통한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검증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이 D&B에 내는 연간 이용료는 6800만원 선이다.
기재위는 예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기업 재무정보를 조회하는 프로그램을 일원화할 것을 권고했다. 어차피 성격도 유사한데 정보이용료를 두 군데로 분산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기업신용정보를 제공하는 나이스신용평가정보와 한국기업데이터의 자료를 동시에 본다는 의미로, 즉 예산 낭비라는 것이다.
그러나 관세청은 해외기업정보 프로그램 각각의 목적이 확연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D&B를 활용하면 해외출장을 가지 않고도 페이퍼컴퍼니를 가려낼 수 있고, 수사에 매진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며 "새로 도입한 오비스는 외환조사뿐만 아니라 자금 흐름 등 고급 정보가 많아 역외탈세를 조사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관세청의 해외기업정보 프로그램 관련 예산과 구체적인 집행 계획은 연말까지 국회에서 논의된 후,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