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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벽 넘은 대기업들.."세금 수천억 돌려줘"

  • 2015.10.21(수) 19:24

법원 "지급보증수수료 관련 10개 기업 세금 모두 취소"
대기업들 줄줄이 세금 환급 전망..국세청은 "끝까지 가보자"

2012년부터 대기업들을 괴롭혀온 국세청의 과세 모형이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국세청이 개발한 '해외자회사 지급보증수수료 정상가격 결정모형'은 대기업 100여곳의 세금을 추징하는데 일조했지만, 결국 폐기처분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21일 기아자동차와 LG전자, 효성, 한국전력공사, 동국제강(유니온스틸), 현대엔지니어링, LG화학, LG이노텍, 롯데쇼핑, 태광산업 등 10개 기업이 제기한 소송에서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국세청은 자체 모형을 토대로 해외 자회사에게 지급보증을 선 대기업들이 수수료를 너무 적게 받아왔다며 줄줄이 세금을 추징해왔다. 법원이 지급보증수수료 과세에 제동을 걸면서 대기업들은 국세청에 추징된 세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 대기업 울린 국세청 과세모형

 

국세청은 2012년 4월 자체 개발한 지급보증수수료 정상가격 산출모형을 내놨다. 신용평가회사나 금융기관에서 사용하는 모형을 토대로 기업의 신용등급을 매겨서 적정한 지급보증수수료를 매긴다는 취지였다.

 

국내 모회사의 지급보증을 받은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서 차입비용을 낮춘 만큼, 충분한 수수료를 내야한다는 논리다. 만약 국세청이 산출한 수수료에 미치지 못하면 즉각 세금 추징이 이뤄졌다.

 

대기업들은 갑작스런 국세청 과세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2013년부터 조세심판원에 불복한 대기업만 100곳이 넘었고, 최근까지도 심판청구 결정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에게 추징된 세액을 모두 합치면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치열한 논리싸움..심판청구는 국세청 '勝'

 

대기업들과 국세청은 지급보증수수료 과세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맞섰다. 대기업에선 근거과세와 소급과세 금지, 중복조사 금지 등 세법의 기본 원칙들을 모두 무시한 처사라고 억울해했다.

 

반면 국세청은 대기업들이 제시한 논리를 전면 반박했다. 오히려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에 세법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맞섰다. 2007년부터 꾸준히 지급보증수수료 정상가격에 대해 안내해왔으니, 소급과세도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조세심판원도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대기업들이 제기한 100여건의 심판청구를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심판원은 "국세청이 모형을 통해 종전 과세기준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대기업들에게 새로운 납세의무를 지운 아니다"고 밝혔다. 

 

 

◇ 수천억 과세분쟁..이제부터 시작

 

법원이 지급보증수수료 과세에 제동을 걸면서 국세청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존에 추징한 수천억원의 세금을 돌려주고, 대기업들이 로펌에 낸 소송비용까지 모두 부담해줄 상황에 처했다. 국세청은 일단 항소해 과세 처분을 끝까지 굽히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대기업들은 한숨을 돌렸다.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대기업들은 대부분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직 행정소송을 내지 않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다른 대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법원의 문을 두드릴 전망이다. 만약 상급 법원에서도 인용 판결이 나오면 국세청의 법인세 환급 대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소송을 담당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국세청의 모형 과세는 조세법률주의에 따른 검증이 미흡했다는 게 법원의 해석"이라며 "판결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과세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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