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박 부장은 1980년도 초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토지를 나대지로 보유하던 중 2005년에 상가를 신축했다.
당시 상가를 신축한 것은 종합부동산세와 비사업용토지 중과세 제도가 도입돼 세금을 절세하기 위해서였다. 자금도 부족하고 임대수요도 알 수 없어서 최소의 규모로 신축했고, 신축공사도 지인을 통해 하면서 세금계산서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 다행히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건물 신축 당시보다 10배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최근 연접한 건물주가 몇 년 뒤에 본인의 토지와 합해서 재건축하기 위해 매수를 요청해 오면서 박 부장은 양도소득세를 알아보러 필자를 방문했다. 필자는 예상세액을 알려주면서 매매계약을 할 때 토지가액과 건물가액을 각각 구분해서 계약서를 작성하면 세금을 절세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박 부장은 매매대금을 다 받고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친 상태에서 양도소득세 신고를 하러 필자 사무실에 다시 방문했다. 그런데 매매계약서상에 매매대금을 토지와 건물가액으로 구분기재하지 않고 일괄로 기재해 왔다.
구분기재가 안된 이유는 중개업자가 매매계약서를 토지와 건물가액으로 구분해서 작성해 본 경험도 없고, 토지와 건물가액을 구분하지 않고 계약서를 작성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 평소 하던 대로 작성하겠다고 해서 중개업자가 하자는 대로 계약서를 썼다는 것이다.
▲ 삽화/변혜준 기자 jjun009@ |
결론부터 말하면 박 부장은 계약서를 토지와 건물가액을 일괄기재하면서 6000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더 내게 됐다.
일반적으로 토지와 그 지상에 있는 건물을 거래할 때는 거래가액도 일괄로 정하고 매매계약서도 총액으로 작성한다. 그런데 양도소득세는 토지와 건물의 양도차익을 자산별로 각각 계산한 다음 자산별 소득금액을 합산해서 세율을 적용한다.
양도하는 토지와 건물의 보유기간이 동일하고 토지와 건물의 취득 당시 실지거래가액이 모두 확인되는 경우라면 토지와 건물가액을 각각 구분하지 않고 일괄로 거래하더라도 양도소득세에 차이가 없다.
그러나 박 부장처럼 토지와 건물의 취득시기가 다르고 취득 당시 실지거래가액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는 토지와 건물가액을 구분해 거래한 경우와 일괄해 거래한 경우에 따라 양도소득세가 달라진다.
취득 당시 실지거래가액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취득가액을 기준시가 변동률에 의해 계산하는데 건물 기준시가 변동률이 토지보다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건물가액을 더 높게 책정해서 구분 거래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건물의 취득가액이 토지의 취득가액 보다 많게 계산됨). 또한 장기보유특별공제액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세율도 달라질 수 있어서 자산별 구분여부에 따라 양도소득세의 차이가 발생한다.
두 개 이상의 자산을 거래할 때 일괄로 거래를 한 경우에는 자산별로 감정가액이 있으면 그 금액으로 안분 계산하지만 감정가액이 없으면 자산별 기준시가로 안분한다. 만일 매매할 때 자산별로 거래금액을 구분해서 약정을 했고 계약서에 자산별로 거래가액이 기재돼 있다면 구분해서 거래한 금액을 자산별 양도가액으로 인정해 준다.
그러나 구분해 거래한 금액은 감정가액이나 기준시가에 의해 안분한 기준금액 대비 30%를 넘으면 인정되지 않으므로 자산의 거래가액에 임의로 큰 차이를 낼 수는 없다. 따라서 부동산을 거래하기 전에 자산별 거래가액을 구분해 거래하는 것이 유리할지, 구분 거래를 한다면 감정을 받아 두는 것이 좋을지, 구분거래 금액은 각각 얼마로 할지에 대해 세무전문가와 미리 상담을 받아서 결정해야 한다.
*절세 Tip
토지와 건물의 거래뿐 아니라 토지끼리도 취득시기가 다르거나 지목이 다른 경우, 모텔이나 호텔같이 시설장치 집기비품과 함께 거래되는 경우 등은 자산별 거래금액을 어떻게 구분하느냐에 따라 양도소득세가 달라지므로 양도 전에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