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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금이 나를 죽이는 데 사용됐다”

  • 2017.09.20(수) 14:17

애써 걷은 세금 허투루 낭비한 사례들

"내가 그동안 낸 소중한 세금이 나를 죽이는데 사용됐다." (배우 김규리, MB 블랙리스트에 대한 심경을 밝히며)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벌인 댓글 여론조작과 비판적 예술인에 대한 밥줄 끊기용 블랙리스트 작성은 공작정치의 전형임과 동시에 불법적인 일에 세금을 낭비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우리 주변엔 소중한 혈세가 이런 식으로 허투루 낭비되는 사례가 흔하다. 대개 세금 낭비는 ①도둑질 당한 경우(도용) ②불법적인 일에 사용한 경우(악용) ③합법적이지만 잘못 사용한 경우(오용) ④합법적이지만 과다하게 사용한 경우(남용) 등으로 생긴다.

 

전체 예산(내년 429조원)에서 부당하게 새어나가는 세금을 1%만 줄일 수 있어도 4조원 넘는 돈을 생산적인 일에 쓸 수 있다. 

 


①도둑질 당한 경우

 

지난 1월 위례시민연대는 서울시내 모 구청 소속 A보건소장이 6년에 걸쳐 출장비 485만원을 더 타갔다고 고발했다. '공무원 여비 규정' 제18조(근무지 내 국내 출장 시의 여비)를 보면, 출장 시간이 4시간 이상이면 2만원, 4시간 미만이면 1만원을 지급하게 돼 있다. A소장은 출장시간이 4시간 미만이었는데도 마치 4시간 이상 출장을 다녀온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그가 출장비를 부당 수령한 일수는 2011년 112일, 2012년 78일, 2013년 99일, 2014년 95일, 2015년 71일, 2016년 30일 등 총 485일에 달했다. 구청은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부당 지급된 485만원(485일X1만원)을 환수했다.

 

하지만 지방공무원법에는 "소속 공무원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여비를 받았을 때는 그 부정 수령액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가산하여 징수한다"고 규정돼 있다. 위례시민연대가 이를 문제 삼자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해당 구청에 기존에 반환한 485만원에 더해 970만원을 추가 징수토록 했다.

 

②불법적인 일에 사용한 경우

 

지난 14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국정원이 지난 2009~2012년 사이 민간인 댓글 부대인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하며 민간인 팀장 30명에게 지급한 돈이 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외곽팀장 중에는 팀원 수백 명을 동원해 활동비 10억원을 챙기는가 하면 가짜 활동 내역서로 수천만 원을 타낸 사람도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국정원이 검찰에 넘긴 사이버 외곽팀 관련 영수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는데 수사가 확대되면 자금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이버 외곽팀을 진두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민병주 전 단장은 지난 2012년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의 당시 회장과 기획실장을 만나 댓글팀 활동비 명목으로 현금 5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건네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③합법적이지만 오남용한 경우

 

특수활동비는 주로 정보 수집·사건 수사 등에 사용하는 예산인데 각 부처 재량에 따라 사용하고 증빙자료 제출도 강제성이 없어 `눈먼 돈`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만큼 쓰지 말아야 할 곳에 사용하거나 흥청망청 쓰는 사례가 많은 것이다.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집행실태’ 점검 결과(8월 29일)를 보면, 2016년부터 1년 반 동안 각 기관이 사용한 전체 특수활동비의 50.3%는 집행내용확인서가 있지만 나머지 49.7%는 현금영수증만 있을 뿐 구체적인 지출 내역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짜면서 국가정보원을 제외한 대통령비서실·경찰청 등 19개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 예산을 올해 4007억원에서 718억원(17.9%)을 줄인 3289억원만 편성했다. 700억원 이상을 오남용했다는 걸 스스로 밝힌 셈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회 특수활동비가 연간 86억원 규모인데 국회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를 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폐지를 주장했다.

 

 

혈세 낭비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허점을 없애고 잘못된 관행을 바꾸는 등 시스템 정비가 급선무다. `세금은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국민들의 불량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여기에 세(稅)파라치와 같은 파수꾼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그물코를 촘촘히 짜야 빠져나가는 세금을 막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예산낭비 사례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성과금 지급을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예산낭비신고센터에 매년 3000여건의 예산낭비 사례가 신고되지만 성과금이 지급된 경우는 2014년 단 1건(200만원) 밖에 없었다. 

 

☞ 국회 여야 원내대표는 특수활동비에서 매월 각각 5000만원과 4000만원을 사용하고 각 상임위원장은 1000만원을 지급 받는데 이를 가계 생활비로 사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예산낭비신고센터 신고 건수는 2016년 3448건, 2015년 3394건, 2014년 2946건 등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예산낭비 사례로 인정한 신고(타당 신고) 건수는 2016년 213건, 2015년 207건, 2014년 220건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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