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가명) 씨는 한 블로그 마켓에서 카드로 옷을 사려다가 비밀스러운 결제 절차에 짜증이 났다. 김씨가 비공개 댓글로 제품 가격과 카드결제 가능 여부를 묻자 마켓 운영자는 "카카오톡으로 다시 문의하라"고 했다. 김씨가 카카오톡으로 카드결제를 요청하자 운영자는 "먼저 주문서를 보내 달라"요구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SNS마켓이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NS마켓은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통해 물건을 파는 걸 말하는데, 마켓 운영자들이 사업자등록을 내지 않거나 카드 결제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빼먹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어떤 방법으로 세금을 빼먹고 있는지 SNS 마켓 구매 절차를 따라가면서 그 속을 들여다봤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
◇ 카드결제는 안돼요
블로그에서 의류와 패션 잡화를 판매하는 A사장은 블로그에 물건 가격과 카드결제 및 현금영수증 발급 여부 등을 올려놓지 않고 장사를 한다. 구매정보를 알려면 비공개 댓글로 문의해야 한다.
아래는 기자와 A사장의 비공개 댓글 문답이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
문의 결과 신용카드 결제는 아예 불가능했고 계좌이체를 하더라도 현금영수증은 발급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또 다른 블로그 마켓을 운영하는 B사장도 가격 등 제품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1대1 비밀댓글로 카드결제가 가능한지 물었더니 대화 도중에 '카카오톡으로 연락하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카카오톡으로 다시 문의하자 주문서를 보내면 카드결제가 가능한 인터넷 주소(링크)를 보내주겠다는 답이 왔다.
이처럼 대다수 SNS마켓 사업자들은 국세청에 소득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카드결제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현금결제를 유도한다. 블로그에 카드결제 버튼을 만들지 않는 게 단적인 예다.
◇ 개인간 거래니까 세금 안내요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SNS마켓을 운영하는 사람도 상당수에 달한다. 사업자등록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세금도 내지 않는다. 이들은 SNS마켓은 사업이 아니라 개인 간의 거래라는 구실로 법망을 피해간다.
한 세무공무원은 "블로그에서 진행하는 공동구매는 개인 간 거래로 볼 수 있는 데다 사업자등록을 내지 않고 장사를 하는 경우는 세금을 부과할 방법이 없다"며 "SNS마켓 운영자들이 이런 빈틈을 노려 탈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사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하는 경우에는 블로거라도 사업자로 볼 수 있지만 이들은 거래가 성사되면 포스팅이나 댓글을 지우는 방식으로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과세당국이 사업지속 여부를 밝혀내기도 어렵다.
국세청 관계자는 "SNS마켓이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조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과세 구멍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