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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 AK플라자, 광명서 '빛' 찾을까

  • 2021.10.29(금) 16:49

유통 클러스터 중심에 신규 쇼핑몰 출점
'명품'보다 '데일리 프리미엄' 실속 찾아
내년 금정점도 출점…위상 회복 도전

김재천 AK플라자 대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던 AK플라자가 '반전'에 나선다. '데일리 프리미엄'을 전면에 내세운 AK플라자 광명점이 그 시작이다. AK플라자는 광명점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 경쟁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명품 위주의 규모 경쟁보다 지역 밀착형 점포를 내 실속을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AK플라자는 내년 상반기 중 경기도 군포시에 금정점 출점도 앞두고 있다. 이를 통해 매출을 확대하고 위드 코로나 시기에 본격적으로 재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기존 쇼핑몰 브랜드였던 'AK&'과 같은 점포들도 AK플라자로 통합해 시너지를 노린다. 한때 백화점 시장에서 4위까지 올랐던 AK플라자가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쇼핑'보다 '플레이'

29일 오전 광명점을 찾았다. 1층에 들어서자 양측에 늘어선 폴바셋·스타벅스 대형 매장이 반겼다. 일반적으로 쇼핑몰 입구에 명품·코스메틱이나 체험장이 들어선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과거 쇼핑몰 1층은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매장이 주로 배치돼 왔다"며 "하지만 광명점은 지역주민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하는 만큼 1층에 카페를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AK플라자 측의 설명처럼 광명점은 백화점이기 보다는 휴식 공간에 가까웠다. MD라인업은 평범했다. 패션·뷰티 등 매장이 위치한 지상층은 규모도 크지 않았다. 반면 지하층은 체험형 공간으로 알차게 채워져 있었다. 키즈카페 '챔피언 더 에너자이저', 프리미엄 키즈 영어 멤버십 클럽 '프로맘킨더 리저브' 등 3040세대 광명맘을 겨냥한 공간도 충실했다. 테슬라·캐스퍼 등 남성을 위한 자동차 전시장도 눈길을 끌었다.

AK플라자 광명점 지하 광장 전경.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F&B(식음료) 매장 구성도 타 쇼핑몰과 다소 달랐다. 지상 4층 식당가는 '온 더 보더' 등 가성비 매장이 주력이었다. 고가 브랜드는 입점하지 않았다. 지하 푸드코트는 더욱 차별화됐다. 유튜버 '쯔양'이 운영하는 '정원분식' 등 특색 있는 매장이 많았다. 공간 효율성이 낮아 잘 활용되지 않는 평상형 좌석을 배치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 곳에서는 아이를 데려온 주부 소비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 고객은 "쇼핑몰이라기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 같다"고 말했다.

공간 역시 '힐링'에 초점이 맞춰졌다. 각 층마다 식물이 배치됐고 아로마 향이 풍겼다. 정점은 지하 2층부터 지상 4층까지 뚫려 있는 중정의 '키네틱 아트'였다. 33m 높이에 900개의 LED를 설치한 이 구조물은 매 시간 정각마다 테마곡에 맞춰 움직이며 빛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인근 상권에 부족한 문화생활 시설인 서점(북스리브로)와 극장(메가박스)도 입점해 있었다.

당장의 '매출'보다 장기적 '수익성'

AK플라자는 광명점의 매출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보다 '수익성'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백화점 대신 쇼핑몰을 출점한 것도 이를 위한 선택이다. 광명점은 복합문화쇼핑단지 '유플래닛' 내 임대 형식으로 꾸려졌다. 이를 통해 백화점 개점에 필요한 부지 매입, 건축비 등을 아꼈다. 입점 매장과도 매출 대비 수수료를 받는 것이 아닌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불황 등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적더라도 꾸준히 수익을 내기 위한 결정이다.

고가 명품을 유치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명품이 입점한다면 단기간에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다. 고객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어서다. 하지만 명품은 브랜드 가치를 앞세워 유리한 조건을 요구한다. 자연스럽게 쇼핑몰·백화점이 얻는 수익은 크지 않다. 대신 광명점은 인근 상권에 없는 골프 브랜드 등을 입점시키는 데 집중했다. 명품이 없다는 약점을 최대한 상쇄시키기 위해서다.

AK플라자 광명점은 규모는 작지만 알찬 '힐링 공간'으로 꾸려졌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AK플라자는 광명점을 지역 친화형 쇼핑센터(NSC)로 육성할 계획이다. '나 홀로 성장'보다 인근 상권과의 시너지가 목표다. 이에 광명점은 규모 대비 큰 주차장을 갖췄다. 총 주차 대수는 3200여 대로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비교해도 1.5배 이상 많다. 광명점은 이 공간을 인근 이케아·코스트코·롯데몰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지역 주차난 해소에 기여하고 각 점포에서 쇼핑을 마친 고객들을 광명점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이케아·코스트코·롯데몰을 방문하는 고객은 '목적 구매' 성향이 크며 점포들도 이들에 맞춰 설계돼 있지만, 광명점은 편하게 쇼핑을 즐기는 데 초점을 맞춰 경쟁력이 있다"며 "또 광명점 인근에는 호텔·뉴미디어 행사장 등 사람이 모이는 시설도 많다. 이를 잘 공략한다면 충분히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반전 나선 AK플라자의 미래는

AK플라자는 광명점 개점을 시작으로 반전에 나설 계획이다. 당초 AK홀딩스는 쇼핑 사업을 AK플라자(백화점)와 AK&(쇼핑몰)로 나눠 운영해 왔다. 2018년부터는 백화점 대신 NSC를 키우겠다는 목표로 AK&에 집중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AK홀딩스의 쇼핑 사업이 더 큰 타격을 입게됐다. 감염 확산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AK&과 같이 좁은 공간에 많은 점포가 밀집된 쇼핑몰에는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해 AK홀딩스는 쇼핑 사업에서 379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은 3004억원으로 전년 대비 26.8% 줄었다. 결국 AK홀딩스는 쇼핑 사업을 AK플라자로 일원화했다. 대신 백화점의 규모와 근린형 쇼핑몰의 편안함을 모두 갖춘 점포를 기획하는 데 주력했다. 분당점을 중장년층 고객을 위한 '라이프 프리미엄' 콘셉트로 꾸몄다.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수원점·홍대점은 이지캐주얼 등 영패션에 주력해 리뉴얼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이런 변화는 반전을 불러왔다. AK플라자는 올해 상반기 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광명점은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점포로 기대받고 있다. 대규모 상권에 위치한 만큼 매출 회복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다.

나아가 AK플라자는 내년 상반기 출점이 예정된 금정점도 NSC로 구성할 계획이다. 각 지역의 '틈새'를 최대한 공략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기반으로 매출을 높여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AK플라자 관계자는 "NSC에는 애경그룹의 28년 유통 역량과 노하우가 담겼다. 앞으로 출점하는 점포들에도 이를 적용해 꾸준히 차별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각 지역과 밀착된 ‘맞춤형 점포’를 내놓고 운영 방식도 백화점과 달리 가져가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AK플라자는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갈 수 있는 근거리 시장)'을 가장 잘 공략하는 쇼핑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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