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C커머스)이 한국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높은 의존도를 보여왔던 대미 수출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초저가 물량 공세를 앞세워 그동안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한국을 '제2의 수출국'으로 삼기 위해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다.높은 잠재력
국내 온라인 해외 직접구매(직구) 시장에서 중국의 파급력은 확대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해외 직구액은 4조777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8.0% 늘었다. 이같은 성장세에 따라 전체 해외 직구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48.3%에서 지난해 60%로 1년 새 11.7%포인트 상승했다.
C커머스의 대표 주자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의 영향이 컸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조사한 지난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살펴보면 알리는 898만명, 테무는 812만명을 기록했다. 주요 쇼핑몰 앱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쿠팡을 잇는 2, 3위다. 연초보다 각각 25.2%, 42.5%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C커머스가 소비자들의 입소문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고 분석한다. 중국 직구와 관련된 콘텐츠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을 탄 건 물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를 공유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났다는 이유에서다. C커머스 제품이 저렴한 만큼 대량으로 구매한 뒤 품평하는 '알리깡', '테무깡' 등의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다만 괄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 C커머스의 업황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는 800달러(약 116만원) 이하의 물품에 대한 면세 혜택을 중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초저가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C커머스 입장에선 큰 타격인 셈이다.안방 사수
C커머스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을 차선책으로 점찍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아직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히 남아있어서다. 올해 들어서도 C커머스는 시장 내에서 중국계 비중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다.

알리의 경우 신세계가 운영하는 G마켓과 손을 잡고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특히 품질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알리가 토종 이커머스라는 G마켓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소비자 신뢰도를 높일 경우 성장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우려는 커지고 있다.
테무도 한국 시장에 열을 올리기는 마찬가지다. 업계 안팎에선 테무가 한국 시장 직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핵심이 되는 직군에 한국인 직원을 채용하는 등 인력 확보에 나섰다. 국내 소비자들의 배송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물류 과정을 간소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구도에 또 한 번의 지각변동이 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침체에 따라 가성비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C커머스에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지 않기 위해선 국내 소비자들을 '락인' 시킬 수 있는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가격만큼 확실한 경쟁력을 찾기도 어렵다"며 "지금같이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 같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면 수요는 결국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국내 이커머스가 강점으로 삼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고품질이었다"면서 "C커머스가 이 부분까지 개선하게 된다면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이 사그라드는 건 시간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