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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워치]온실가스 '조삼모사' 이유가 있었네

  • 2021.03.17(수) 06:00

한전 자회사, 온실가스 배출량 포스코의 2.5배
파리협정 이후에도 오히려 배출량은 소폭 늘어
RPS·배출권 거래제재 등 부담없어 감축 필요성 적어

5년 전 UN에 가입한 195개국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 한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자는 것입니다. 바로 '파리기후변화협정'입니다. 앞서 1997년에 비슷한 내용의 '교토의정서'는 일부 선진국들만 온실가스를 줄이자고 약속했다면 파리협정은 UN 가입국 대부분이 참여했습니다. 당연히 한국도 새끼손가락을 걸었습니다.

5년이 지나고 그동안 얼마나 온실가스를 줄였는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줄일 수 있는지를 확인해봤습니다. 한국도 2030년까지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이 약속 공허합니다. 2015년 파리협정 때의 목표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표현 방법만 다를 뿐 한국이 줄이겠다고 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그대로입니다. 실망한 UN은 제대로 된 온실가스 감축안을 만들어 다시 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자세한 관련 소식은 3월4일자 [에너지워치]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 '조삼모사' 논란에서 다뤘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파리협정을 맺은 지 5년이나 지났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온실가스가 많이 줄어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도 가능해야 합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뿐입니다. 한국은 지난 5년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늘었습니다. 2015년 6억9250만톤 수준이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2018년 7억2760만톤으로 늘었습니다. 우리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 한전 자회사, 온실가스 배출 주범

이런 상황은 주범이 있습니다. 바로 전기입니다. 환경부가 운영하는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연초 발간한 '2020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를 통해 "배출량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한 분야는 에너지 분야"라며 "국가 총발전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에너지 분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국가 전체 온실가스의 8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전기 생산이 온실가스 감축을 어렵게 하는 주원인이라는 얘기입니다. 그 수준을 알기 위해 법인별로 살펴봤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법인은 포스코입니다. 매년 포스코의 주주총회가 열리는 날 포항 본사나 서울사무소 앞에서 환경단체의 집회가 열리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1위가 문제가 아닙니다. 2위부터 6위가 모두 한국전력의 자회사입니다. 이곳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모두 합치면 포스코의 온실가스의 2.5배가 넘습니다. 사실상 한전이 포스코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2019년을 기준으로 한전의 발전 자회사의 온실가스 배출량 합은 1위 포스코와 7~18위 법인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합보다 큽니다. 

# 많은 것도 문제지만 줄지 않은 것도 더 큰 문제 

사실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것은 비난할 일은 아닙니다. 국가의 산업발전에 따라 발전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점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추세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고 있습니다. 파리협정 직후에는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기도 했습니다.

한국전력과 그 자회사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도별로 살펴봤습니다. 지주사격인 한전 자체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크지 않습니다. 

문제는 다른 발전 자회사입니다. 파리협정이 맺어진 2015년 기준 한전의 발전자회사 5곳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는 1억9667만톤입니다. 지난 2019년에는 1억9801톤으로 늘었습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매년 2억톤이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했습니다. 파리협정이 무색한 상황입니다.

특히 한국남동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두드러집니다. 한국남동발전은 한국전력의 자회사 중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다행이라면 비교 대상 중 온실가스 배출량을 가장 많이 줄인 곳입니다.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5339만톤으로 2015년보다 570만톤의 온실가스를 줄였습니다. 이 기간 다른 발전사들은 모두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었습니다.

파리협정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가장 소극적인 곳은 한국남부발전입니다. 2015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3210만톤으로 비교대상 중 가장 적었지만 2019년에는 3667만톤으로 한국중부발전과 한국서부발전을 앞질렀습니다. 이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456만톤 늘었네요.

# 돈으로 막는 신재생 발전의무…온실가스 감축에 악영향

한전의 자회사들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 된 이유는 전력이 국내 산업계를 지탱하는 주요 인프라기 때문입니다. 국가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전기 사용량도 늘어날수 밖에 없습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충분하게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석탄화력발전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방식의 전기생산이 불가피합니다.

배출량이 많은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줄이지도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전의 발전 자회사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확보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공급 의무화 제도까지 도입하고 있습니다. 발전량의 일부를 반드시 신재생에너지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비중은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신재생에너지공급 의무화제도 때문입니다. 

의무량을 한전의 발전 자회사들이 직접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해서 충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 민간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했다는 인증서(REC)를 사들여 충당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비용은 모회사인 한전이 지원해줍니다. 한전은 발전자회사들이 부담하는 배출권 비용도 내줍니다. 결과적으로 발전 자회사 입장에서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기존 발전 방식을 버릴 필요가 없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국가 발전 전략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습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려 오는 2050년이면 100% 신재생에너지 발전사회를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지난 5년 동안 한 발도 내딛지 못한 한국이 남은 29년 동안 얼마나 전진할 수 있을까요. 더욱 적극적인 에너지 전환 대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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