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식시장에 지수 하락을 예측하는 투자자들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 코로나19로 촉발된 급락기를 뚫고 양대 주가지수가 완연한 반등세를 타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고점에 다 달았다는 판단에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개인들의 매수세와는 달리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시장의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쪽에 베팅을 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전반적인 상승 추세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 개미, 레버리지 던지고, 인버스 사고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인버스 ETF에 베팅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이달 21일 기준 주요 인버스 상품을 중심으로 베팅액이 증가하는 추세다.
시가총액이 가장 큰 'KODEX 200선물인버스2X'의 경우 2221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기록했고, 'TIGER 200선물인버스2X'와 'KBSTAR 200선물인버스2X'에도 각각 72억원, 20억원을 웃도는 자금이 들어왔다.
인버스 상품이란 기초자산을 역으로 추종하게끔 설계해 놓은 상품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선물 지수가 1% 떨어지면 1%의 수익률이 발생하는데 '2X'가 붙으면 2배의 수익률이 생기는 구조다. 이를 소위 '곱버스'라고 부른다.
지난 4월 세 상품에 1조원이 넘는 개인 자금이 들어온 이후 순매수 규모는 감소세를 나타내며 지난달에는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불과 한 달만에 2300억원이 넘는 매수 자금이 유입됐다.
곱버스가 아닌 일반 인버스 ETF에도 순매수세가 관찰되고 있는데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KODEX 인버스'는 173억원, 'TIGER 인버스'와 'KINDEX 인버스'는 각각 6억원, 2억원 어치 사들였다.
이와 달리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순매도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레버리지의 경우 인버스와는 반대로 기초자산의 가치를 산출하는 지수가 1% 상승하면 2배의 수익률이 발생하게 설정해 놓은 상품이다.
이달 21일 기준 개인 투자자들은 'KODEX 레버리지'에서 1995억원을 매도한데 이어, 'TIGER 레버리지', 'KINDEX 레버리지'에서도 각각 44억, 6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나타냈다. 도합 2045억원 규모로 지난 4월 6350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지난달 503억원 수준까지 축소됐지만 재차 개인들의 매도세가 늘고 있는 양상이다.
이처럼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에 개미 자금이 몰리는 배경에는 향후 주가 지수가 추가 상승 보다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내 증시의 양대 지수인 코스피와 코스닥의 경우 지난 3월 연저점까지 추락한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각각 2400, 900선 위로 올라서기도 했지만 이달 중반 이후 하락 폭이 확대되면서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 기관·외인 '추가 상승'에 베팅
다만 개인 투자자 시각과 달리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상품 매수 우위다.
이달 기관 투자자들이 기록한 인버스 ETF 순매도 규모는 2142억원 수준이다. 반면, 레버리지 상품에는 총 1712억원의 순매수세가 들어왔다. 특히, 기관들은 올해 3월 급락기 이후 줄곧 인버스에는 매도, 레버리지는 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3월 이후 이달 21일까지 기관들의 인버스 ETF 순매도 규모는 3조3400억원인 반면 레버리지 ETF의 경우 9900억원 넘게 사들였다.
거래량이 개인이나 기관만큼 많지는 않지만 외국인들도 기관과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하반기 내내 유지한 인버스 매수 기조가 이달 들어 매도로 전환된 가운데 레버리지의 경우 3월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순매수세가 관찰됐다.
실제 외국인들은 9월 들어 주요 인버스 ETF에서 224억원이 넘는 자금을 정리했다. 반면 지난달 552억원의 순매도세를 기록한 레버리지 상품에는 400억원이 넘는 순매수세가 들어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체적으로 주식형 자산을 줄인 올해 3월부터 5월까지의 기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가장 큰 규모의 매도세가 인버스 상품에서 나타났고, 매수세가 레버리지 상품으로 들어온 셈이다. 즉,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는 거래 패턴이라고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 증권가 "코스피 상승 방향성 여전"
지수 상승과 하락을 놓고 각 투자 주체별로 상반된 시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대체적으로 추가 상승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상장사들의 이익 개선세가 감지되고 있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컨센서스 상 코스피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 2년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가 상승 속도 부담은 해소될 필요가 있으나, 방향성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승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부분적으로 시장에 나타날 수 있는 단기 조정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낮아진 기대치보다 양호했던 2분기 기업 실적,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직접 투자 확대도 증시 상승세의 원인이었다"며 "결론적으로 2021년까지 코스피 중장기 상승 전망에도 불구하고, 10% 내외의 단기 하락에 대한 위험 요인에 유의하자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