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하락한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적극적인 기술 활용을 통해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는 30일 금융투자협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자산운용업계 수익률·신뢰성 제고'를 주제로 개최한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릴레이 세미나에서 "고객과의 신뢰형성이 금융산업의 핵심인 만큼 신뢰하락은 고객이탈과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지속가능한 성장을 어렵게 한다"면서 "고객 신뢰회복을 위한 소비자보호, 수익성 제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자산운용업의 본질은 효율적인 자산운용과 고객자산의 안정적 증대"라면서 "우선적으로 AI, 빅데이터 등 적극적인 기술 투자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펀드 성과를 개선하는 등 수익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대표는 또 자산운용업계가 △장기투자 문화 정착을 위해 판매 프로세스 개선 등 고객소통을 강화하고 △외부위탁운용(OCIO) 시장 성장에 대비해야 하며 △해외진출 방안 강구 등을 통해 자금 공급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공모펀드시장 활성화, 모험자본 시장 확대 등을 통한 자산운용업계 수익률 제고 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토론도 이어졌다.
수익률 제고 방안을 주제로 한 첫번째 세션에서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의 직접투자가 늘어나며 일반 공모펀드 성장세가 둔화됐다"면서 "공모펀드 상품 출시를 다양화하고 판매보수, 수수료체계를 유연하게 운영해 판매채널 간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의 대체투자 접근성 제고방안' 주제발표에서 "기존 벤처투자기구로는 시중 유동성이 모험자본으로 유입되는데 한계가 있어 특화된 투자기구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면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 도입과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적절한 세제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운용업계 신뢰성 제고 방안을 주제로 이어진 두번째 세션에서는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높이는 문제들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패시브펀드 비중의 지속적 증가는 주식시장 가격탄력성 하락, 자산 간 동조화 확대 등으로 자산운용시장 금융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시장 쏠림현상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펀드 환매요청 순서에 따라 투자자 손익이 달라지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관점에서의 신뢰 회복을 위해 연금시장에서의 계열사 펀드판매 비중을 공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 보호와 펀드 생태계 복원을 위해 계열사들의 펀드판매 비중을 공시하고 새로운 수탁 및 판매 채널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낮은 수익과 높은 보수수준'으로 각인된 공모펀드 시장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운용업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 완화 요구도 이어졌다.
박해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마케팅전략부문 상무는 "99.9% 유동성 있는 자산에 투자해도 0.1%를 비시장성 자산에 투자할 경우 폐쇄형 펀드로 운용해야 하는 등 상품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규제들이 산적해 있다"면서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개선에 앞서 좀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판매단에서의 시장 활성화 방안 고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진영 NH-아문디자산운용 마케팅전략본부장은 "정책이 소비자보호에만 쏠려 있어 시장성장성이 막혀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공모펀드시장 육성을 비롯해 자산운용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시장성장을 위한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호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펀드에 대한 운용사, 판매사 신뢰하락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전반적인 규제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과거 공모펀드 시장에 대한 규제개선이 운용보수 합리화 부분에 치중해 있었다면 이번에는 투자자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도 함께 살펴보고 있어 두 부분을 잘 살펴 공모펀드가 다시 신뢰받는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