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로 일하다 딸 아이 피부가 안좋아져서 화장품 공부를 시작했어요. 초유비누 개발에 성공하면서 이곳 선산시장에 천연비누·화장품 공방을 열었죠. 저는 장사가 잘됐지만 제 고향 시장이 안되는게 안타까웠어요. 그러다 이마트 당진어시장 상생스토어에 대해 알게됐고, 제가 적극적으로 상인회 분들을 설득해 들어오게 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 김수연 구미 선산봉황시장 공방 대표
이마트가 두번째로 선보이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27일 오픈했다.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읍 소재 선산봉황시장 A동 2층에 24년간 공실로 방치돼 온 1650㎡(약 500평) 규모의 공간을 활용해 만들었다. 420㎡ 공간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입점하고, 840㎡ 공간에는 청년상인들의 점포인 청년몰이 들어섰다.
▲ 구미 선산봉황시장 2층에 이마트 노브랜드와 함께 입점한 청년몰.사진/방글아 기자 |
이번 상생스토어 오픈에는 2015년부터 이 시장에서 '오! 은하수 공방'을 운영해 온 김수연(39) 대표의 공이 컸다. 김 대표는 이 시장에서 함께 사업을 시작한 다른 청년상인들이 하나둘씩 가게 문을 닫는 것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다.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아 총 8명의 청년상인이 시장에 점포를 열었지만 김 대표를 포함해 2명만 남을 정도로 영업 환경이 좋지 않았다.
김 대표는 신세계그룹 '청년상인 아카데미'를 통해 지난해 12월 일본 후쿠오카 탄가시장을 방문하면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간 상생이 가능함을 체감했다.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둔 탄가시장과 대형마트가 서로 모객에 도움을 주며 시너지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 4박5일 탐방 일정을 마치고 시장에 돌아온 김 대표는 올해초 시장 상인회를 설득, 2월 상인회가 이마트에 상생스토어 유치를 제안하면서 설립은 빠르게 추진됐다.
▲ 이마트 노브랜드 구미선산점 입구.사진/방글아 기자 |
이마트는 노브랜드 선산점을 찾는 고객이 전통시장과 청년몰을 거쳐야 노브랜드를 방문할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했다. 판매품목도 시장과 청년몰 상인들과 협의해 신선식품은 제외했고 상인회가 취약하다며 취급을 요청한 생선과 조개 등 일부 수산물만 포함했다. 가공제품 중심으로 1200품목을 구비했다.
선산봉황시장에서 견과류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마트가 열리니까 사람이 여느때 보다 많다. 오늘 수입은 다른 5일장날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을 것 같다"고 전했다. 채소류를 판매하는 상인은 "휴지나 과자를 사가는 손님이 많다. 시장에서 파는 것과는 겹치지 않아 우리것이 판매가 안되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마트 노브랜드 선산점은 지난해 8월 충남 당진어시장에 이어 이마트가 오픈한 두번째 상생스토어다. 당진점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간 협업이라면 선산점은 전통시장-대형마트-청년상인들 3자 협업 구도다. 청년몰에는 청년상인 17명이 입주했다. 네일아트를 하는 곳부터 옷가게, 카페, 촬영 스튜디오, 3D프린팅 체험공간 등 다양하다.
정효경 청년몰 사업단장은 "20년 동안 비었던 곳에 노브랜드가 들어오자 창업자 모집이 금방 이뤄졌다. 정부지원으로 임대료가 12월말까지 무상이란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 단장은 "어르신들은 장날에도 이곳까지 올라오지 않는데 청년 창업몰이라고 하니 오셔서 보신다. 도자기라든가 꽃꽂이 등도 배우실 수 있고, 여러모로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 이마트 노브랜드 구미선산점 내부.사진/방글아 기자 |
이마트는 이번 노브랜드 선산점이 '전통시장에 가면 신선식품밖에 사올게 없다'는 인식을 깨고 전통시장-청년몰-노브랜드스토어'가 함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이갑수 이마트 사장은 "지난해 당진전통시장에 첫 선을 보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청년상인과 협의를 통해 더 나아진 형태의 상생모델로 진화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경제주체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진정한 상생을 이룰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