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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마트의 깊어가는 고민

  • 2019.01.04(금) 17:48

노브랜드 가맹사업 전환에 이마트24 타격 우려
이마트24 점주들 반발…시너지 방안 마련 절실


"상품 중복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마트24와 노브랜드 매장) 둘이 모이면 시너지 효과가 나야 한다. 점주들께서 만족할 방안을 마련하겠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2018년 3월 신세계그룹 채용박람회)


이마트가 최근 자체 브랜드(PB) 전문점인 '노브랜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채비를 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를 제기한 이들은 이마트의 다른 계열사인 이마트24의 점주들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형태의 노브랜드 매장이 늘어날수록 편의점인 이마트24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마트24와 노브랜드 매장의 상충 문제는 예전부터 제기돼왔다. 이마트24는 지금껏 매장에서 노브랜드 상품을 취급해왔다. 하지만 노브랜드 전문점이 인근에 들어설 경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마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이마트24에서 노브랜드 상품을 더는 취급하지 않도록 했다. 대신 편의점에 맞는 PB를 새롭게 론칭하는 전략을 썼다.

그런데 이 문제가 최근 다시 불거진 건 이마트가 노브랜드 전문점을 가맹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다. 이마트24를 비롯한 편의점주들은 이마트가 본격적으로 노브랜드 가맹점주들을 모아 매장을 확대할 경우 기존 편의점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요즘 편의점 시장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마트의 사업 확대 시점이 공교롭다는 지적도 나왔다.

편의점 업계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아래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를 반영한 근접출점 제한 규정 자율규약안을 만들었다. 편의점 본사의 경쟁적인 출점으로 점주들의 경영이 점점 어려워지자 앞으로는 출점을 자제하자는 차원에서 만든 방안이다.

이 자율규약에는 이마트24도 참여했다. 업계 후발주자로 최근 가장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던 이마트24로서는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이마트는 점포를 한 번에 늘릴 기회인 미니스톱 인수전에서도 밀리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의 세븐일레븐이 높은 인수가를 제시하면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이마트가 지난해 4월 서울의 대표 재래시장 가운데 하나인 경동시장에 오픈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편의점 점주들은 이런 와중에 이마트가 노브랜드 매장을 확대하려는 것이 혹시 편의점 시장에서는 몸집을 키우는 게 어려워지니 '우회 전략'을 쓰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노브랜드 전문점의 경우 편의점이 아닌만큼 근접 출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마트가 노브랜드 사업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올해 신년사가 그 근거다.

정 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미지의 영역인 초저가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이런 발언이 초저가 제품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노브랜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일부 편의점 점주들의 '의심'에는 다소 과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이마트는 그동안 노브랜드뿐 아니라 일렉트로마트나 삐에로쑈핑 등 전문점을 늘리는 경영 전략을 추진해왔다. 노브랜드 사업 확대도 그 일환이다.

이마트는 노브랜드의 경우 진입장벽이 높아 편의점처럼 빠르게 출점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편의점을 창업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너도나도 뛰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다. 또 노브랜드 전문점은 편의점과는 상품 구성이 다르고 타깃 소비자도 다르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마트가 앞으로도 이런 논란에 지속적으로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마트의 전문점 확대 전략과 이마트24간의 이익 상충 문제는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정 부회장도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은 작년 이런 논란 대해 해결책을 찾겠다고 했다. 이마트24에서 노브랜드 제품들을 취급하지 않기로 한 것이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제시한 해결책은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효성이 없었다는 증거다. 노브랜드와 이마트24는 이마트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전략 사업들이다. 그런만큼 어느 한쪽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마트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이유다. 노브랜드와 이마트24 두 사업이 맞물려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마트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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