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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이마트, '국민가격' 꺼낸 이유는

  • 2019.01.10(목) 09:21

신선식품 중심의 전방위적인 가격 할인정책 선봬
'초저가' 가능성 타진…향후 전략수립 가늠자 될듯

이마트가 올해의 시작과 동시에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국민가격' 프로젝트입니다. '국민가격'은 매월 1, 3주차에 농·수·축산 식품 각 1개씩 총 3품목을 선정해 행사 기간인 1주일 동안 종전 가격 대비 약 40%~50% 할인해 선보이는 행사입니다.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이라는 평가입니다.

이마트는 신선식품에 주목했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를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신선식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서입니다. 대형마트는 신선식품에 강합니다. 대형마트가 가진 구매력을 활용해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판매합니다. 따라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자체적인 물류시스템도 보유하고 있어 신선식품을 보관, 가공하기가 용이합니다. 이마트는 이런 장점을 활용키로 한겁니다.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는 '국민가격' 프로젝트의 면면을 보면 이마트가 이번 프로젝트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이마트는 이번 달에 전복과 삼겹살·목심, 계란을 '국민가격'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전복은 기존 대비 50%, 삼겹살·목심은 40% 할인된 가격에 선보입니다. 계란의 경우 30개들이 한판을 이마트 연중 최저가인 2880원에 내놨습니다. 모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품목들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신선식품 이외에도 가공식품과 생활용품도 경쟁력있는 가격에 선보입니다. 매월 10개 품목을 선정해 한달 내내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행사입니다. 이번 달에는 분유, 휴지, 라면, 과자, 가정간편식, 화장품, 세제 등이 그 대상입니다. 더불어 이마트의 대형 창고형 할인 매장인 트레이더스와의 협업도 진행합니다. 그야말로 가격을 앞세워 전방위로 소비자 지갑 열기에 나선겁니다.

사실 이마트가 이처럼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는 이면에는 이마트의 고민이 숨어있습니다. 최근 소비 트렌드는 급격하게 온라인 중심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판매 방식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대형마트엔 큰 리스크 요인입니다. 대형마트가 장사가 잘 되려면 고객들이 우선 많이 방문해야 합니다. 하지만 온라인이 대세가 되면서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었습니다.

 

 


이같은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대형마트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실제로 이마트의 실적은 수년째 정체 상태입니다.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4년부터 줄곧 5000억원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난해 역시 아직 4분기 실적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만 살펴봐도 전년보다 소폭 늘어난 수준에 그쳤습니다. 업계에선 이마저도 갈수록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입니다.

이마트가 새해 벽두부터 파격적인 가격 할인 프로젝트를 도입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떠난 소비자들을 다시 대형마트로 불러모으기 위한 전략인 셈입니다. 이마트는 작년부터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 가장 많이 찾는 신석식품을 앞세워 공격적인 할인 정책을 펼치기로 했고 그것이 바로 '국민가격' 프로젝트 입니다.

아울러 가공식품 및 생활용품에 대한 할인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달 신선식품 3종에 대한 파격적인 할인만으론 고객들의 발길을 대형마트로 돌리기엔 부족하다는 것이 이마트의 생각입니다. 이에 따라 필수 생활용품들도 매달 10대 상품을 선정해 소비자들을 유인하겠다는 계산입니다.

트레이더스와 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은 트레이더스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제품을 구입하려면 매장을 찾아야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에어프라이어입니다. 하지만 트레이더스 매장은 이마트 매장처럼 많지 않습니다. 트레이더스 매장을 찾기 어려울 경우에는 아무리 인기 있는 상품이어도 구입하기가 쉽지 않았던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마트는 트레이더스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제품들을 이마트에서도 동시에 판매키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이번에 내놓은 제품은 'NEW 더 에어프라이어 플러스', '젤리스트로우(1.54㎏)', 'The Green Gun 무선청소기'입니다. 모두 트레이더스에서만 판매하던 핫아이템들입니다. 향후엔 트레이더스와 함께 기획한 제품들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그야말로 고객 잡기에 사활을 걸었다고 할 만큼 공격적인 행보입니다.

▲ 단위 : 억원.

'국민가격' 프로젝트에서 알 수 있듯 이마트는 올해 '가격'에 초점을 맞출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은 신세계그룹의 올해 방침이기도 합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최근 신년사를 통해 이런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정 부회장은 "고객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은 결국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며 "미지의 영역인 초저가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부회장이 강조한 '초저가' 전략은 단순히 가격만 낮추는 것이 아닙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기존과 다른 원가 구조와 사업 모델을 만들고, 상품 개발부터 제조, 물류, 유통, 판매 등 모든 과정에서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복안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을 소비자들과 가장 가까운 접점에 있는 이마트부터 구현해보기로 한겁니다. '국민가격'은 정 부회장의 구상을 검증할 중요한 시험대이기도 한 셈입니다.

따라서 큰 틀에서 보면 이마트의 '국민가격' 프로젝트는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활로 모색을 위한 전략의 변화이자 일종의 '실험'입니다. '국민가격' 프로젝트의 성패 여부에 따라 신세계그룹 유통사업의 방향은 크게 바뀔 수도 있습니다. '국민가격' 프로젝트에서 가능성을 확인한다면 신세계그룹은 정 부회장이 제시한대로 '초저가' 시장에 전력투구할 명분이 생깁니다.

아울러 신세계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과의 병행도 가능할 겁니다. 이렇게 된다면 신세계그룹은 다양한 소비자층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일종의 툴(Tool)을 갖출 수 있게 됩니다. 유통시장에서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를 커버할 수 있는 전략을 가져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 전략이 통한다면 신세계그룹은 가공할만한 무기를 보유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국민가격' 프로젝트가 성공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성과를 낼지 아니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마트는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매우 면밀하고 유심히 체크하고 있을 겁니다. 향후 경영전략을 짜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데이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마트의 공격적이고 파격적인 가격 프로젝트가 어떤 성과를 낼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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