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어린 한 끼 식사를 준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높은 퀄리티의 제품을 제공합니다. 맛에 대해 고객님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최고의 제품임을 자부합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맘스터치 홈페이지에 있는 소개 문구입니다. 보통 홈페이지에는 현실과는 다르게 대체로 좋은 말들만 올려놓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맘스터치만큼은 예외였습니다. 지금까지 이 문구는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맘스터치는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에서도 드물게 입소문으로 성공한 업체입니다. 특히 가격 대비 품질, 즉 '가성비'를 강점으로 내세워 사세를 확장해왔습니다. 맛도 있고, 가격도 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습니다. '엄마의 손길'을 연상케 하는 '맘스터치'라는 브랜드명과 딱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맘스터치가 최근 가성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가성비를 앞세워 이름을 알리고 많은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는데 가성비가 문제가 되다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논란을 부른 것은 바로 '리얼비프버거'라는 신제품입니다. 이 제품이 출시된 것은 지난 9일입니다.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서비스(이하 해마로)의 설명에 따르면 이 제품은 프리미엄 식재료를 사용해 수제 버거 스타일의 맛과 비쥬얼을 갖췄다고 합니다.
특히 프리미엄급 '로스트 비프'를 사용해 패티를 갈지 않고 오븐에 구워 저온으로 숙성한 게 특징입니다. 그래서 '콜드 버거'라는 수식어도 붙였습니다. 햄버거 재료로는 다소 낯선 애호박과 가지, 파프리카 등이 더해진 것도 눈에 띕니다. 해마로푸드서비스 관계자는 "맛과 퀄리티가 보장된 제품"이라면서 "앞으로도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다양한 메뉴를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일까요. 예상과 달리 SNS에서는 혹평이 줄을 이었습니다. 한 유명 음식 유튜버는 이 제품이 '햄버거가 아니다'라고 단언하기까지 합니다. 햄버거는 따뜻해야 하는데, 차갑기만 하니 햄버거라기보다는 샌드위치를 먹는 느낌이라는 겁니다. 다른 대부분의 평도 그렇습니다. 맘스터치가 장점으로 강조한 '콜드 버거'라는 특징이 오히려 일부 소비자에게는 거부감을 주는 듯합니다.
무엇보다 논란이 된 것은 바로 가격입니다. 이 제품의 가격은 단품이 7500원, 세트가 9500원입니다. 맘스터치에서 가장 유명한 제품으로 통하는 '싸이버거'의 경우 세트가 5800원입니다. 가성비의 대표 제품으로 여겨질 만합니다. 이를 고려하면 리얼비프버거는 기존 컨셉과는 결을 달리하는 제품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맘스터치는 이 제품을 왜 내놓은 것일까요. 해마로 측은 기존 주요 고객층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 외에도 3040세대 직장인을 겨냥해 내놓은 제품이라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직장인들을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제품인 겁니다.
고객층을 확대한다는 시도는 나쁠 게 없습니다. 고객층 확대는 모든 기업이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또 여러 시도를 하는 중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다양한 신제품들이 쏟아지고 이 중 대부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신제품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판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소비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보통 신제품이 맛이 없으면 다음부터는 구매를 안 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왜 좋지 않은 리뷰가 쏟아지며 논란이 되는 걸까요. 소비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습니다.
지난해 말 맘스터치의 주인은 케이엘앤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 운용사로 바뀌었습니다. 통상 사모펀드는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 향상보다는 당장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소비자들도 이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박리다매' 방식인 가성비보다는 고급화 전략으로 이윤을 많이 내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이런 지적은 지난 6월 맘스터치가 싸이버거 등 일부 메뉴 가격을 올리고 비인기 메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있었습니다. 사모펀드가 주인이 되니 곧장 가격을 올렸다며 논란이 됐습니다. 물론 해마로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전략은 유지하면서 타깃층을 넓히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입니다. 여전히 싸이버거 등 인기 메뉴의 경우 가성비가 좋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들은 이미 이런 식의 인식을 굳혀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맘스터치가 맥도날드 출신의 임원들을 줄줄이 영입했다는 점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 맘스터치에는 현재 경영지원본부와 운영본부, 개발본부 등 요직에 맥도날드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맥도날드라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업체의 인력를 수혈한 것이 왜 논란이 된 걸까요. 이 역시 맘스터치의 수익성 추구 논란과 관련이 있습니다. 앞서 한국맥도날드는 기업을 매각하기 위해 수익성 개선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가격을 올리거나 기존의 버거 번을 저가형으로 교체했다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물론 맥도날드 측은 지속해 이를 부인해왔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렇게 믿어왔습니다. 결국 맘스터치 역시 맥도날드 출신 임원들을 영입해 수년 전 한국맥도날드의 경영 전략을 답습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 겁니다.
얼마 전 맘스터치는 9년 만에 BI(Brand Identity)를 교체했습니다. 맘스터치 측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더욱더 새롭고 혁신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두고서도 '초심을 잃었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맘스터치의 상징과도 같았던 '엄마의 앞치마'를 없앤 것을 두고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논란들을 살펴보면 소비자들은 오직 한 가지만 비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맘스터치가 가성비라는 장점을 버리려 한다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맘스터치가 뭘 하든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과연 맘스터치가 한국맥도날드를 '모범답안'으로 삼고 있을까요. 정말 수익성 추구에만 몰두하고 있을까요. 맥도날드의 과거 전략은 실패로 끝난 것으로 여겨집니다. 얼마 전 한국맥도날드는 전략을 바꿨습니다. 햄버거의 빵과 패티의 질을 높이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끌어냈습니다. 이를 보고도 해마로 측이 정말 맥도날드의 과거 전략을 따라가고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갑자기 '비싼 제품'을 의욕적으로 내놨다는 점은 분명 아쉬운 부분입니다. 불 난 데 기름을 붓는 격이 아니었을까요. 맘스터치를 좋아했던 수많은 소비자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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