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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제네릭]②늘어나는 규제…'책임'은 기업만

  • 2021.01.07(목) 15:23

급여협상으로 출시 지연 및 품질 책임 강화에 '부담'
제약사 과실‧귀책사유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필요

제약‧바이오 업계에게 2020년은 암울한 한 해였다. 정부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추진하는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수립으로 복제의약품(제네릭) 정책이 크게 변화돼서다. 정부가 내놓은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는 국내 제약산업을 키워온 제네릭 약가에 타격을 주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새 국면을 맞은 제네릭 정책의 주요 쟁점을 짚어봤다. [편집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10월 약가협상지침을 개정했다. 제네릭 관련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의무사항을 강화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동안 제네릭 의약품은 품목 허가를 받은 후 보험급여 등재 시 별도 협상 없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가 산정방식을 통해 보험약가가 결정됐다. 이제는 심평원에 요양급여 신청을 한 후 건보공단과 제약사의 협상을 거쳐 보험급여 약가가 결정된다.

제네릭 보험급여 약가협상은 ▲ 원활한 공급 의무 ▲ 안전성·유효성 확인 및 품질관리 의무 ▲ 환자 보호에 관한 사항 ▲ 안정적인 요양급여에 관한 사항 ▲ 비밀유지 의무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약가협상 계약 의무를 위반한 경우 손해배상 소송 및 급여 삭제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번 제도 개정으로 제약‧바이오업계는 보험급여 약가 협상으로 인한 출시 지연, 공급과 품질 문제시 배상 책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제네릭 약가체계는 차등‧계단식 약가제도로 변경돼 19번째 이내에 허가를 받는 것이 중요해졌다. 여기에 보험급여 협상절차까지 추가되면서 이제는 허가와 급여 협상이라는 문턱을 두 번이나 넘어야 한다.

문턱이 늘어나는 것은 업체들 입장에서 달가운 일이 아니다. 허가 단계에서 높은 약가를 선점했어도 보험급여가 낮거나 협상 지연으로 출시가 늦어지면 결국 시장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어서다. 정부는 제네릭 협상 전담팀을 구성해 최대한 협상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관련 기사: [위기의 제네릭]①'약가 차등제' 도입…당근 없이 채찍만]

「약가협상지침」 제9조(요양급여 관련 사항)
공단은 업체와 협상약제의 요양급여기준 제11조의2 제7항제3호 및 제4호와 관련한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하여 협의하고 제5조에 따른 협상합의서에 그 협의된 내용을 포함하여 작성한다.

1. 협상 약제의 원활한 공급 의무 및 환자보호에 관한 사항
2. 협상약제의 안전성·유효성 확인 및 품질관리에 관한 사항
3. 경제성 평가 자료 제출 생략약제, 위험분담약제 등의 이행조건에 관한 사항
4. 비밀유지 의무에 관한 사항
5. 그 밖에 협상 약제에 대한 안정적인 요양급여 및 건강보험 재정관리 등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협상합의서 작성도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해당 법령의 품질관리 사항은 최근 문제가 됐던 불순물 문제와 제약사의 허위 자료 제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허위자료 제출은 기업에게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불순물 문제는 의도치 않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제약‧바이오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2018년과 지난해 중국산 원료의약품에서 잇따라 불순물이 발견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에서 수입한 고혈압 치료제 ‘발사르탄’ 성분 원료의약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발암추정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가 발견돼 전면 판매중단 조치가 이뤄졌다. 이는 미국식품의약국(FDA) 조치에 따른 국내 보건당국의 후속조치였다. 당시 보건당국은 발사르탄 치료제 복용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른 성분의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조제 받을 수 있도록 했다.[관련 기사: [인사이드 스토리]제약사에 모든 책임 떠넘긴 식약처]

이 과정에서 20억 2900만 원의 건강보험재정이 추가로 지출됐다. 건보공단은 발사르탄 관련 69개 제약사에 건강보험 추가 지출손실금에 대한 구상금 납부를 고지했다. 이 중 구상금 액수가 1000만 원이 넘는 36개사는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며 건보공단에 맞섰다. 해당 원료의약품은 전 세계에 적법한 과정으로 제조, 수출됐고 과학의 발전에 따라 불순물을 인지하게 된 만큼 배상책임을 제약사에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제약기업들에게 전체 제네릭 원료의약품의 불순물 가능성 평가를 자체적으로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불순물과 관련, 제약사에게 전적인 책임을 묻기가 애매한 이유는 또 있다. 발사르탄 사태 이후 위궤양 및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라니티딘’,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 등에서도 원료의약품에서 NDMA가 잇따라 발견됐다. 조사 결과 메트포르민은 완제의약품 제조공정 등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니티딘은 원료물질의 불안정성 탓에 공정이나 보관 중 자체 분해되면서 NDMA가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라니티딘은 자체 분해 진행에 따라 미검출되거나 미량 검출, 초과 검출 등 결과도 일정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허가 과정이나 자체 검사에서 문제가 없었던 의약품에 대한 책임까지 기업에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라니티딘 사태처럼 허가 이후 자체 분해‧결합으로 생성되는 불순물의 문제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의약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통과정에서 불순물에 오염될 소지도 있다. 불순물 등 품질 문제의 책임소재는 제약사 외에 다른 곳에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협상합의서는 제네릭의 품질 문제 발생시 부속합의에 포함시켜 정부와 소송을 원천 차단하는 동시에 환수를 원활하게 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협상합의서는 무조건 기업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제도"라며 "제네릭 허가 및 품질관리는 정부의 지시와 통제 하에 이뤄지고 있는 만큼 보건당국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제네릭 품질 문제에 대해 무조건 제약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반발만 불러올 뿐이다. 제약사의 명확한 과실이나 귀책사유에 한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규정을 명시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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