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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시대]자율성 방점 둔 유통업…규제 확 풀까

  • 2022.03.15(화) 06:50

규제 완화 전망 속 이커머스·플랫폼은 '긴장'
뷰티·면세업계, 대중 외교전략 변화에 주목
"시대 변화 반영한 규제·제도, 빠르게 마련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규제'보다 '자율성'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이에 대형 유통업체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마트·롯데쇼핑 등 주요 유통기업의 주가는 상승 곡선을 그리기도 했다. 규제 완화가 포스트 코로나 이후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다만 새 정부를 바라보는 유통업계의 시선에는 '온도차'가 분명하다. 그 동안 역차별에 가까운 규제를 받아온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반면 새로운 규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커머스·플랫폼업계에서는 긴장감이 감지된다. 아울러 뷰티·면세업계는 대중 외교전략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통법 10년' 이제 끝날까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는 새 정부가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윤 당선자가 지난달 16일 광주 복합쇼핑몰 신설을 공약하는 등 현 정부와 다른 입장을 드러낸 바 있어서다. 무엇보다도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난 2010년 제정된 유통법은 전통시장 인근의 대규모 유통시설 입점을 사실상 금하고 있다. 대형마트에게는 월 2회 의무휴업을 강제하고 있으며, 영업시간도 제한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런 규정의 목적은 전통시장·중소상공인 보호였지만, 실효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대규모 유통시설 규제가 전통시장의 발전과 관련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소비자는 8.3%에 불과했다. 오히려 대규모 유통시설이 인근 상권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로는 역차별 논란까지 불거졌다.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정착되며 이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9년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시장 내 비중은 58.8%였다. 이는 지난해 2년만에 51.7%까지 급락했다. 그럼에도 유통법은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만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업계로부터 유통법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반발과 함께 개정 요구가 이어져 왔던 이유다.

이커머스·플랫폼 '긴장', 뷰티·면세 '우려'

이커머스·플랫폼업계에게는 긴장감이 감돈다. 당초 윤 당선자는 플랫폼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해왔다. 혁신성장을 위해 섣부른 규제 도입을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윤 당선자는 대선이 다가오자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폭리 규제 △공공 택시앱 출시 △빅테크 간편결제 수수료 최소화 △영세 가맹점 우대 등의 공약을 내놨다. 이커머스·플랫폼이 '신흥 산업'인 만큼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업계에서도 일정 수준의 규제는 필요하다는 반응이 많다.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노동자 처우, 플랫폼 갑질 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칫 '온라인판 유통법'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시장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후 규제를 만들기보다, 큰 명분만을 앞세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뷰티·면세업계는 윤석열 정부의 대중 외교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한한령'으로 관광 수요가 줄어들며 매출이 급감한 바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윤 당선자는 상주 사드 정상화 및 사드 추가 배치 등을 공약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 등 한미일 공조에 집중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이것이 한중관계의 악화로 이어진다면 포스트 코로나 이후 성장 전략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전제는 분석·소통…'빠르고 내실 있는 변화' 필요해

윤 당선인은 규제를 통한 관리보다 자율성을 통한 성장을 강조해 왔다. 자연스럽게 유통업계의 규제도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윤 당선자와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0.7%포인트에 불과했다. 때문에 집권 초기부터 '차별성'을 보여주기 위한 졸속 입법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시장 상황을 분석해 내실 있는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특히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최소 2년간 180석에 달하는 거대 야당을 상대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더불어 소상공인·자영업계는 현행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유통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충분한 사회적 동의를 얻지 못한 규제 완화 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법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이해관계자 및 야당과의 충분한 사전 소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아무리 훌륭한 유통업 규제 방안을 만들어내더라도 현재 정국에서 국회를 통과하려면 사회적·정치적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충분한 사전 분석과 소통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큰 틀의 정책 방향을 미리 만들어 두지 못한다면 포스트 코로나 이후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최대한 속도를 내되, 내실을 다져 산업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현실적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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