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금융 최고경영자(CEO)들이 사외이사 후보군으로 뜨고 있다.
일부에선 교수들의 빈자리를 전문성이 떨어지는 비금융 관피아 출신들이 꿰차는 구태와 부작용도 여전하다. 반면 외부 인재 영입이 활발해지면서 사외이사의 역할 확대와 함께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금융권에선 능력만 확인되면 다른 업권은 물론 경쟁회사의 인재도 다양하게 영입하려는 금융 인재 크로스오버 현상이 활발해지고 있다.
▲ 지난 3일 금융권 최고경영자들이 총출동해 범금융 대토론회를 벌이고 있다. |
◇ 전직 금융CEO 사외이사로 인기
KB금융은 최근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면서 파격을 연출했다. 은행권에서 경쟁그룹의 CEO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최 전 사장은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의 불협화음 끝에 2007년 신한금융을 떠났다.
KB금융은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유 전 사장은 36년 동안 삼성그룹에 몸담은 ‘정통 삼성맨’으로 카드는 물론 삼성증권과 삼성생명 사장도 역임했다. 역시 KB금융 사외이사 영입 대상에 오른 바 있는 김중회 현대카드 고문은 KB금융지주 사장 출신이다.
삼성생명은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금융위 부위원장 출신인 윤 전 행장을 기업은행장에 이어 외환은행장을 잇달아 맡으면서 민간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금융권은 아니지만, 포스코는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연합회장을 지낸 박병원 경영자총연합회장 내정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눈길을 끌었다.
◇ 다양한 영역서 외부 인재 수혈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사외이사 자리에 전직 금융CEO 출신을 선호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금융위원회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의 영향이 직접적이다. 사외이사 구성의 다양성과 함께 금융경험과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금융 경력자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외부 전문가를 수혈해 약점을 보완하고 경쟁력을 높이려는 자체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윤종규 회장 취임과 함께 ‘타도 신한금융’에 나서고 있는 KB금융은 신한금융을 따라잡고, 카드와 증권, 보험 등 2금융권 강화를 위해 최영휘, 유석렬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외이사는 물론 다양한 영역에서 외부 인재를 영입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KB금융은 KB생명 사장으로 신용길 전 교보생명 사장을 선임했고, DGB금융은 DGB생명 출범과 함께 오익환 전 한화생명 리스크관리 담당 전무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국민은행은 김기헌 전 삼성SDS금융사업부 전문위원을, SC은행은 김홍선 전 안랩 사장을 각각 IT담당 부행장으로 선임하면서 비금융업종 인재도 영입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은 자산운용 강화를 모토로 내걸고, 김희석 전 한화생명 투자전략본부장을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영입했다.
◇ 일부는 여전히 구태 반복
반면 구태나 부작용도 여전하다. NH농협금융은 최근 전홍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기존 김준규 전 검찰총장과 손상호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까지 합하면 4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3명을 관피아로 채웠다.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농협금융은 2012년 지주회사 출범 당시부터 박용석 전 대검찰청 차장과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 이장영 전 금감원 부원장,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2차관 등 관피아나 정피아를 선호했다.
DGB금융도 만만치 않다. NH농협금융은 최근 하종화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대구은행 신임 사외이사엔 구욱서 전 서울고등법원장을 추천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권력기관 출신의 비금융 관피아가 득세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 구성을 다양화하면서 일부 부작용도 있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려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외부 인재를 영입하려는 시도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