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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안심대출 MBS, 총량규제 아닌 총량규제?

  • 2015.04.13(월) 11:40

MBS 100% 매입·1년 보유, 주택대출 증가 막기 위한 취지
"총량관리 못하니 나온 고육지책"

 

"실제로 대출 총량관리를 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은행에서 판매한 안심전환대출을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에 넘기고 은행이 MBS(주택저당증권)를 매입하는 등의 과정과 조건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총량관리가 언급됐다는 것인데요.

무슨 얘기이냐고요. 정부는 고정금리·분할상환 방식의 안심전환대출을 내놓으면서 은행에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기존 대출을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탄 후 은행은 이 대출을 모두 주금공에 넘겨야 합니다. 주금공은 이 대출채권을 기초로 MBS를 발행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은행들은 이 MBS를 주금공에 넘긴 대출 규모만큼 100%를 매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1년 동안 의무보유해야 하고요. 은행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인데요.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MBS 매입 부담을 완화해 줄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조건에 대해선 건드릴 생각이 없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입니다. 금융당국이 부담 완화 가능성을 내비친 직후 A은행 담당 부장도 "취지를 생각하면 이것을 완화해주진 않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은행의 수익성 하락,  평가손실 가능성, 채권시장 교란 등등 은행권의 우려에도 금융당국이 이 조건을 강행하는 것은 결국 주택담보대출 증가 걱정 때문입니다. 대출을 주금공에 넘기면 은행에 돈이 들어오게 되는데, 이 때 MBS를 매입하지 않거나 혹은 매입 후 이내 팔아버리면 그로 인해 생긴 재원을 다시 주택담보대출에 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 두 가지의 강제조항을 넣어 둔 것인데요. 은행 관계자들이 차라리 대출 총량관리를 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한 배경입니다.

 



정부에선 이미 총량관리를 하지 않겠다고 사실상 선언을 했죠. 이제 와서 총량관리 카드를 꺼낼 순 없습니다. 그래도 대출 늘어나는 것은 걱정입니다. 마냥 보고 있을 순 없습니다. 그래서 '이 돈만이라도 주택담보대출로 이용되지 못하게 하겠다.' 뭐 대강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추측됩니다. 사실 34조 원이면 작지 않은 규모입니다. 이 돈이 주택담보대출로 풀리는 것은 당연히 막아야겠죠.

우회적인 총량규제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고육지책, 그것도 아니면 빠져나갈 구멍 만들기? 아무튼 금융당국의 걱정과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B은행 관계자는 "지금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수요의 문제이지 은행 재원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어차피 은행은 그 재원이 묶인다고 해서 돈이 없어 대출을 못 해주는 상황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것보다는 기준금리 인하로 금리가 낮아졌고 주택 매매 등을 통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최근 대출 증가의 원인일 겁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금융당국의 취지대로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막을 순 없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전 달보다 4조 8000억 원이나 늘어났습니다. 한국은행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08년 이후 3월 증가 폭으로는 역대 최대입니다. 지난 2월 증가 폭은 4조 2000억 원으로 한 달 만에 또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총량규제를 사실상 포기하고, 구조변경을 한다고 나서는 동안 대출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겁니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주택거래가 활성화된다고 마냥 좋아할 순 없는 분위깁니다. 그래서 MBS 매입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이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자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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