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새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채권값 하락에 따른 투자 손실 우려가 부각되면서 주식시장에선 증권주가 일제히 급락했고, 대출 금리가 단기간 내에 급변하면서 대출시장의 혼선도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안심전환대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리 상승 동조화 흐름 속에 안심전환대출에 따른 대규모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이 시중금리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다.
◇ 시중금리 급반등…금융시장 혼란
실제로 채권 금리는 지난달 중순 이후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17일 1.69%까지 내려갔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6일 1.97%까지 오르면서 불과 보름 새 0.3%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같은 기간 10년물은 2.11%에서 2.57%로 0.4%포인트 넘게 올랐다.
그동안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채권 금리가 갑자기 오르면서 금융시장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우선 6일 주식시장에선 증권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채권 투자 비중이 큰 증권사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는 데다, 채권 금리 상승이 앞으로 주식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시중금리 상승과 함께 금융채 금리가 시시각각 오르면서 대출시장도 혼선을 겪고 있다. 최근 대출 상담을 받은 한 대출자는 “일주일 전 상담을 받을 때 은행 측이 제시한 대출 금리와 시중금리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대출 금리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 최근 석 달간 채권금리 추이(자료: 금융투자협회) |
◇ 안심대출이 금리 상승 방아쇠?
이 와중에 안심전환대출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33조 9000억 원에 이르는 안심전환대출 자금을 조달을 위해 MBS를 한꺼번에 발행하려다 보니 이에 따른 물량 부담이 채권시장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고, 결국 채권 금리 상승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애초 안심전환대출 공급을 위한 MBS를 모두 은행권에 떠넘기려다 은행들이 반발하자 10년물 이상은 일단 공개 입찰에 부친 뒤 매각에 실패하면 은행권에 넘기는 방식으로 계획을 바꾼 바 있다.
이에 따라 주택금융공사는 오는 8일 3조 6000억 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 MBS에 대해 첫 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반면 10년물 이상만 따져도 발행 규모가 10조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여 물량 부담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13일 주택금융공사가 평소 발행해오던 일반 MBS가 1조 원 넘게 미매각된 사태가 시장의 부담을 잘 보여준다.
◇ 시중금리 바닥 다지기 진입하나
물론 최근 채권 금리 상승 원인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제 유가가 급반등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부각되고 있고, 국채 거품 논란이 불거진 독일과 미국 등 주요국의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글로벌 금리 상승 동조화 흐름도 강해지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 수장이 잇달아 경기회복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한풀 꺾였다. 이 와중에 대규모 MBS 발행에 따른 수급상 부담이 채권 금리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지지부진한 경기를 고려할 때 아직까진 시중금리 상승세가 오래가진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반면 금리 변동성이 커진 데다, 앞으로 미국의 금리인상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중금리가 바닥을 다지는 과정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공존하고 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과 과도한 쏠림현상에 대한 되돌림 반응으로 글로벌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며 “달러화 약세 기조가 이어진다면 글로벌 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