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셸 웨이츠(Michele Waits) 스타벅스 마케팅 부사장[사진 = 금감원] |
"제가 왜 갑자기 금융심포지엄에 왔을까요?"
29일 열린 국제심포지엄에 연사로 나선 미셸 웨이츠(Michele Waits) 스타벅스 마케팅 부사장이 강연 시작에 앞서 던진 질문이다. 국제심포지엄은 금융감독원이 '미래의 금융, 새로운 금융감독'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행사다.
그는 "올해 미국에서 스타벅스 앱은 모바일결제 서비스로 가장 많이 사용됐다"고 전했다. 그가 발표한 모바일결제 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스타벅스 앱 사용자수는 2340만명으로 애플페이(2200만명), 구글페이(1110만명), 삼성페이(990만명) 보다 많은 상황이다.
스타벅스는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작은 커피숍으로 시작해 현재 전세계 2만9000개 매장을 보유한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이다. 단순히 커피만 파는 회사가 아니라 최근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회사로도 주목받고 있다. 스타벅스는 2004년 플라스틱카드인 '키프트카드', 2009년 모바일 멤버십 앱 '리워드 프로그램' 등을 도입했고 이 앱에 결제기능을 탑재해 모바일결제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는 스타벅스가 전자결제 시장에서 성공한 비결로 속도와 편리성을 꼽았다. 미셸 웨이츠 부사장은 "빠르고 매끄럽게 앱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성공 요인"이라며 "디지털 결제에서 중요한 것은 민첩성과 편리성, 고객 데이터 보호"라고 강조했다.
소액결제 중심인 스타벅스 결제시스템이 뜨는 이유에 대해선 이같이 분석했다. "인도에서는 e기프트 시장이 10억달러(1조1200억원)에 달한다. 젊은세대는 차, 집 등 큰 자산을 사는데 좌절을 겪고 있다. 자연히 작은 선물인 e기프트로 관심이 돌아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하나의 소비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그는 "중국, 인도, 한국 등은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며 "향후 5년내에 31% 아시아 국가가 현금없는 사회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 "빠른 기업이 느린 기업 이긴다"
'빠르고 매끄럽게'는 스타벅스만의 핀테크사업 전략이 아니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핀테크사업 핵심 전략으로 속도와 편리성을 꼽았다.
이날 강연을 맡은 김인창 삼성전자 부사장은 모바일결제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부드러운 결제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모바일결제 서비스 성공 원칙은 고객경험, 보안, 생산성"이라며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부드럽게 서비스에 접근하는 경험이다. 어떻게 고객에게 부드러운 결제서비스를 제공할지에 성공이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사용자가 첫 결제 시도에서 실패하면 다시는 사용하지 않는다"며 "첫번째 사용경험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캐시 리(Kathy Lee) 구글 클라우드 북아시아 총괄 디렉터는 "1995년 포춘이 꼽은 세계 500대 기업중 439개 기업이 사라졌다"며 "제대로 기술 혁신을 하지 못해 도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산업도 이렇게 변화될 것이라고 과거엔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제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빠른 기업이 느린 기업을 이기는 세상"이라고 덧붙였다.
레오나드 로(Leonard Law) 구글 클라우드 이사는 "미래 금융에선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기업이 와해될 수도 다른 기업을 와해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영국계은행이 구글과 협력해 분석툴을 만들었는데 기존에 96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30분으로 단축시켰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 김인창 삼성전자 부사장[사진 = 금감원] |
◇ "신뢰성 높은 은행 인증 방식, 큰 자산"
은행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레오나드 로 구글클라우드 이사는 "젊은 세대는 금융서비스에 대한 충성도가 없다"며 "이 세대의 3분의 1은 괜찮은 서비스가 나오면 거래 금융기관을 바꿀 의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서비스는 데이터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사업"이라면서도 "하지만 데이터가 문서화돼있고 여기저기에 퍼져있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0.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인창 삼성전자 부사장은 "은행의 가장 큰 자산중 하나는 신뢰성 높은 인증 방식"이라며 "은행을 통해 입증된 아이디(ID)는 신뢰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은 비금융산업이 관심을 가질 분야가 될 것"이라며 "잠재적인 협업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문제는 은행이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느냐 여부"라며 "빠르게 움직이는 곳이 느린 곳보다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