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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언택트 시대에도 연결(contact)이 힘이다

  • 2020.05.04(월) 14:57

저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상에 대한 예측으로 분주하다. 경제에서부터 일상생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것이 보편화(New Normal)될 것임을 예언한다.

다양한 변화 중 대세로 부각되는 것은 언택트(untact)란 단어다. 콘택트(contact)에 부정 어미인 '언(un-)'을 합성한 것으로 기술 발전을 통해 비대면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새로운 소비 경향을 뜻한다.

굳이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을 떠올리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거나 상품을 소비하는 행위는 꽤 오래되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보편화 단계로 진입할 것이란 예측이 주를 이룬다.

과거 보험 소비자가 보험 상품에 가입하여 미래 불확실한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설계사를 만나야 했다. 한국 보험산업은 오랜 시간 개별 설계사의 인맥을 유통망으로 활용하여 빠르게 성장했다. 각 보험사마다 전속 설계사에게 자사 상품의 설계 독점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특정 보험 상품 가입을 위해 중개인을 만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여러 보험사의 다양한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법인대리점(GA)이 등장했지만, 상품의 비교보다는 수수료 비교로 흘러 기대한 것만큼 소비자 효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해당 중개 채널도 대면이 기반인 것은 전속 설계사와 동일하다.

보험 소비자에게 대면 채널 이외 선택지가 늘어나게 된 것은 자동차보험이 중심이 된 인터넷 다이렉트 채널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보험을 운용하는 11개 손해보험사 모두 다이렉트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장기보험인 운전자보험이나 암보험도 비대면 직접 가입이 가능하다. 제3보험 중 특별약관의 수가 가장 많은 자녀보험까지 취급하고 있으며, 생명보험사도 정기 종신보험 등을 직접 중개하고 있다. 언택트가 대세가 될 것이기에 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비대면으로 직접 가입하는 방식이 대세가 될 것이란 예측이 많다.

하지만 일반적인 주장과는 달리 비대면 대세론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보험은 중개에 있어 설계라는 특수한 과정이 추가되는 상품이다. 공산품과 달리 보험 상품은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상품 틀 안에서도 피보험자 또는 피보험목적에 맞게 개별 약관을 조합하고 납입기간 및 보장기간 등을 정하는 설계과정이 필요하다. 설계로 인해 동일한 상품명에 다수가 가입하더라도 세부 계약 내용은 모두 달라진다.

보험 상품 설계는 굉장히 어렵고 고민스럽다. 우선 설계의 기초가 되는 약관이 난해하다. 또 무엇을 어떻게 조합하고 정하는지에 따라 계약이 보장하는 위험의 성격 등이 완전히 달라진다. 비대면 채널은 설계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3개 내외의 표준 설계를 선택하게 만들거나 많이 선택한 값을 추천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하지만 이는 '피보험자나 피보험목적에 맞춤'이라는 기본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또한 보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완결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다. 사고 후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사고 전까지 보험료 납입이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계약 전 알릴의무(상법 제651조)는 계약 후에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위력을 발생시킨다. 동일하게 계약 후 알릴의무(상법 제652조)는 면부책 등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런 복잡한 관리과정을 개별 소비자가 모두 책임지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리고 보험 상품의 자발적 가입은 극히 드물다. 물론 실손의료보험이나 암보험 등 보편적 위험을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상품의 자발적 가입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일상에서 보험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일은 거의 없다. 보험연구원의 2019년 보험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명보험 대면 가입률은 94.6%, 손해보험은 91.4%에 이른다.

반면 비대면 가입률은 생명보험 4.9%, 손해보험 15.2%에 그친다. 이 수치는 중복응답이 가능한 결과로 대면 및 비대면 채널을 혼용하는 비율도 증가 중이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손해보험 비대면 가입이 생명보험과 비교해 세배가 넘는 것은 자동차보험이 의무보험이기 때문이다. 의무보험이 아닌 다른 보험 종목의 가입률은 대면이 압도적으로 높다. 누군가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을 설명하고 설득하지 않으면 보험 가입은 자발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언택트 시대에 알맞은 보험 가입 방법은 비대면이다. 하지만 살펴본 문제로 인해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그래서 비대면 대세론에 대해 아직까진 조심스럽다. 또한 다른 산업을 봤을 때도 비대면 소비를 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연결(contact)이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은 물류, 쉽게 말해 배송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효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해도 누군가는 음식을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의 손에 의해 배달되어야 먹을 수 있다. 보험 중개 시장도 동일하다. 누군가 미래 불확실할 위험을 설명하고 공감시켜 설계를 진행하고 체결 후 관리를 해야 보험 상품의 효용이 극대화된다.

물론 보험 중개 시장에서 대면채널의 문제점과 비효용은 극에 달한다. 보험 민원이 전 금융민원 중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에는 중개 비율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대면채널의 잘못이 크다. 현존하는 모든 중개 방식이 각기 다른 문제를 품고 있기에 무엇이 대세로 자리 잡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명확한 것은 언택트 시대라도 소비자와 강하게 연결되는 쪽이 힘을 가질 것이다. 향후 보험산업이 핵심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연결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 공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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