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A씨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 "자영업자 특별지원대출은 서민금융원에서"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정부 지원 대출로 여겨 연락을 취한 게 화근이었다. '서민금융원'은 존재하지도 않는 기관이었고 불법 대부업체가 수백 퍼센트(%)의 고금리 일수대출로 꾀어내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다.
#등록금 낼 돈이 부족하던 대학생 B씨는 "휴대폰 개통시 즉시 100만원 지급"이라는 광고를 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을 했다. 상대방이 "최신휴대폰을 개통해 유심칩과 함께 가져오면 현금을 주겠다"고 제안해 그대로 따랐다. 하지만 이는 50% 가까운 고금리대출이나 다름없었다. B씨는 매월 8만원씩 2년간 총 192만을 내야했고 휴대폰이 범죄에 사용돼 경찰조사까지 받았다.
정부가 23일 서민들을 울리는 신종 불법사금융을 근절을 위해 칼을 뽑았다. 금융위원회·금감원·법무부·경찰청·국세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올해 연말까지 불법사금융 특별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및 광역수사대 1300명, 지방자치단체 대부업 특별사법경찰 전원을 투입하고 금감원은 불법금융 단속전담팀을 운영한다. 정부는 조직적 불법대부업체와 불법추심행위에는 각각 범죄단체조직죄와 폭력행위처벌법 등을 적용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익몰수와 국세청 세무조사도 실시한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서민이 늘면서 이들을 상대로 불법영업을 하는 대부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불법사금융 피해신고는 일평균 30.6건으로 지난해 평균(20건)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
수법도 다양해졌다. 휴대폰을 개통시킨 뒤 할인매입해 대포폰으로 유통하는 '내구재대출', 상품권 소액결제를 유도한 뒤 온라인으로 할인매입하는 '상품권깡'이 대표적이다. 청소년들에게 게임머니나 콘서트티켓 구입대금을 빌려주고 고액의 이자를 붙여 회수하는 '대리입금'도 성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민금융기관을 사칭해 합법적인 대출인 것처럼 속여 고금리 대출을 유도하는 불법광고가 활개치고 있다.
피해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일제단속과 함께 불법사금융에 대한 신속경보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재난문자처럼 대국민 경고문자를 발송하고 종전 2개월 가량 걸리던 불법 온라인광고 차단시기를 2주 내외로 앞당기기로 했다. 불법사금융 광고에 사용한 전화번호는 3일 내 차단한다.
제도적 허점도 보완한다.
앞서 A씨 사례처럼 공적기관명을 교묘하게 사칭하는 대부업체 광고는 현행법으로 처벌할 근거가 부족했다.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햇살론 등 특정 상품명은 대부업 감독규정에 명의도용시 처벌할 근거를 마련해놨지만 제공주체 도용의 경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대부업법과 서민금융법을 개정해 앞으로는 공적기관을 사칭한 불법광고를 처벌할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불법 대부업체가 챙길 수 있는 금리도 최고 연 6%로 제한한다. 지금까지는 불법사금융일지라도 대부업법상 법정최고금리(24%)까지 받는 게 허용돼왔다.
이명순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심정적으로는 불법사금융업자에게 원금 이외에 이자는 아예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다른 법과 연관성, 과잉금지 원칙 등을 감안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상사법정이자율(상행위로 인한 채무의 법정이율)인 6%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금에 연체이자까지 증액해 재대출하는 식으로 서민들을 '빚 감옥'에 묶어두는 것도 금지한다. 지금은 100만원을 연 20% 이자로 빌려 갚지 못한 경우 120만원을 재대출하면서 여기에 20%의 이자를 물리는 게 가능했다. 사실상 법정최고금리와 연체가산금리(3%포인트)를 무색케하는 행위다. 앞으로는 최초 원금 100만원에만 이자가 적용된다.
이 국장은 "이번 대책으로 무등록 대부업자의 대출은 6%를 초과해 지급된 이자 상당액이 무효가 될 것"이라며 "다음주 입법예고를 하고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