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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땅따먹기'…은행들 너도나도 대환대출

  • 2020.08.13(목) 08:46

커지는 대환대출 시장…은행으로 확산
오픈뱅킹 도입으로 '고객 모시기' 절실

은행권이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고객을 자사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종전에는 고객이 조금 더 저렴한 이자를 찾아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대출 갈아타기를 진행했다면, 이제는 은행이 직접 나서 타 금융회사 대출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은행간 '대출 땅따먹기'가 시작된 모습이다.

◇ 대환대출, 2금융권에서 은행권으로 확산 

그동안 높은 금리의 대출을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대환대출은 2금융권에서 비교적 활발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P2P금융업체다. 8퍼센트, 핀다, 렌딧, 어니스트펀드 등이 서비스 개시 이후 중신용자‧중금리에 초점을 맞춘 대환대출을 적극 홍보하며 대출자를 모집했다.

최근에는 대환대출 시장이 은행 간 경쟁으로 확대됐다.

기존에도 은행 간 대환대출이 없던 것은 아니나 주로 찾아오는 고객을 상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은행이 '타금융기관 대출이용 고객'만 콕 짚은 상품을 출시하며 고객 모시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나선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하나원큐신용대출'을 출시하면서 타행 대출이 있는 고객의 대환대출을 유도했다.

이후 우리은행이'‘우리WON하는직장인대출(갈아타기)' 상품을 내놓으며 대환대출 시장에 참여했고 최근에는 K뱅크와 농협은행이 가세했다.

특히 영업정상화에 나선 케이뱅크는 조만간 대환대출용 아파트 담보 대출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문환 행장은 "초기에는 대환대출 위주로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다른은행과 경쟁을 불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농협은행은 타행의 신용대출을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NH로 바꿈대출'을 출시하며 대환대출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 경쟁 심화 이유 ① 주택담보대출 규제 

은행들이 대환대출에 적극적 나서는 이유는 각종 규제로 가계 대출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은 은행 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사업영역이다.

하지만 정부가 치솟는 가계부채를 잡기위해 꾸준히 대출 규제 방안을 내놓으면서 공격적인 영업이 어려워졌다. 실제 한국은행 대출행태서베이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15년 4분기 이후 은행들의 가계대출 태도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마이너스를 나타낸다는 것은 이전보다 더욱 깐깐하게 대출심사를 하겠다는 의미다.

수치로도 입증된다.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2016년 68조7000억원 증가한 이후 2017년 58조8000억원, 2018년60조5000억원, 2019년 60조8000억원 등 60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올해의 경우 사상 최저금리에 더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대출이 늘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 규제 영향으로 대출자산을 키우기 쉽지 않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각종 규제로 인해 증가액이 꾸준이 줄어들고 있고 신용대출도 우량고객이 아니면 쉽게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코로나19 라는 특수성 때문에 대출이 급격하게 증가한 경향은 있으나 여전히 쉽게 대출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타행이라도 이미 대출을 받았던 고객은 우량고객군이다.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환대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 경쟁 심화 이유 ②저금리·디지털‧똑똑해진 소비자 

다른 이유로는 오픈뱅킹 등 금융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금융정보의 양이 늘어났고, 금융소비자들 역시 현명한 소비를 택하기 시작한 것도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시작은 금융감독원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의 선택권 향상을 위해 지난 2016년 금융권의 여‧수신, 연금상품 등의 금리를 비교하는 '금융상품 한눈에' 홈페이지를 오픈했다.

뒤이어 금융시장에 뛰어든 핀테크 기업들은 금융권 대출상품을 비교해 고객에게 맞춤 추천해주는 기능을 내놓으면서 금융기관으로부터 중개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 본격적인 서비스 개시를 알린 오픈뱅킹이 불을 지폈다. 여러은행 계좌를 한곳에서 관리하는 고객이 늘면서 은행들이 고객확보에 더욱 절실함을 느낀 것이다.

최저금리와 금융소비자들이 현명한 소비를 시작한 점도 대환대출 확산의 배경이 됐다.

지난해 7월 이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4번의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수준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자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 역시 꾸준히 하락하면서 대출상품의 금리도 내려가고 있다. 실제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잔액기준 코픽스 ▲신 잔액기준 코픽스는 지난 1년간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리가 꾸준히 내려가자 금융환경 변화에 민감해진 금융 소비자들 역시 적극적으로 대환대출 상품을 찾아나섰다. 금리를 0.1%포인트라도 낮추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하나은행 관계자는 "원큐신용대출 고객 중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대환조회를 신청한 고객은 2만6300명, 실행 고객은 5911명"이라며 "타행이 비대면으로 대환대출 상품을 출시하기 전에는 꾸준히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들이 현명한 소비를 하기 시작했다. 더욱 적극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며 "은행들 역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상품과 서비스를 내놔야 한다. 현 상황을 고려했을때 은행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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