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출 작업에 돌입한다.
금융권에서는 함영주·이진국·이은형 부회장 등을 유력 후보로 점치면서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의 연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는 이르면 이번주 중 첫 회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선출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로 임기가 종료되는 김정태 회장의 후임을 물색하는 첫 단추를 꿰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의 임기가 두달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도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정기주총 한달 전에는 최종 후보군을 낙점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번주 중 회추위를 개최할 예정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함영주, 이진국 두 부회장이 회장직에 더 다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은 강점과 약점이 분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 부회장은 하나은행 은행장을 지낸 뒤 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지주내 경영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중 유일하게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장을 지낸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약점도 분명하다. 함 부회장은 2019년 DLF(파생결합증권)사태에 연루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상황이다.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지만 회장 업무 수행에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이진국 부회장의 경우 하나금융투자 대표를 겸직하며 하나금융투자의 이익증대를 견인하며 뛰어난 경영능력을 보여줬다. 다만 주력계열사인 은행 재직 경험이 없는 게 한계로 꼽힌다. 김승유 초대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시작해 김정태 회장까지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하나은행장이 줄곧 맡아왔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고려, 경영안정성 확보를 위해 김정태 회장이 한 차례 더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김 회장은 올해 만 69세가 되기 때문에 임기가 3년이 아닌 1~2년으로 단축될 가능성이 있다.
하나금융지주 지배구조 내부규범은 이사의 재임 연령을 만 70세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할 경우엔 해당일 이후 최초로 소집하는 정기 주총 때까지 회장직을 수행한다.
김정태 회장은 1952년 2월11일생으로 만 70세가 되는 시점은 내년 2월이다. 곧 내년 주총이 열리는 2022년 3월까지는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만에 하나 하나금융지주가 2022년 2월 초 정기주주총회를 연다면 2023년까지 임기 수행도 가능하다.
이사회 결정에 따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변경해 3년의 임기를 더 하는 경우의 수도 남아있다. 거센 후폭풍이 예상되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을 순 없다는 게 금융권 관측이다. 게다가 김 회장이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최고연령도 아니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1946년생으로 올해 만 75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산기를 지나 회계감사업무 등만 종료되면 2월 중 주주총회를 열지 못할 것도 없다"며 "이사회가 코로나19라는 국면에서 경영의 안정성을 위해 내부규범을 일부 수정하거나, 1년 단임제 등을 통해 김정태 회장의 연임을 고민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