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DGB금융지주가 금융지주사 가운데 처음으로 핀테크사를 인수하며 금융사들의 핀테크 투자가 가속화할지 주목받고 있다. 그간 핀테크는 금융사들과 경쟁구도를 형성해왔지만 빅테크에 비해 파급이 크지 않았고 제휴 등을 통한 제한된 협력 대상으로 공생해왔다.
대형 금융사들의 경우 핀테크가 기존 금융 서비스를 파고들면서 핀테크에 대한 직접 투자보다는 자체 디지털 금융 플랫폼 구축에 주로 주력 중이다. 하지만 DGB금융처럼 후발주자들을 중심으로 위상이 부쩍 커진 핀테크 껴안기가 확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핀테크 업체 투자는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폭풍 성장 중이다. 삼정KPMG의 '2020 한국 핀테크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핀테크 시장 투자 규모는 2014년 594억달러(약 70조원)에서 2019년 1378억달러(약 160조원)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이 기간 핀테크 투자금액의 연평균 성장률을 따져보면 18.33%에 달한다. 투자 건수 역시 2014년 2064건에서 2019년 3481건으로 매년 11%이상 늘어나고 있다. 이와 맥을 같이 하며 국내 핀테크 투자 역시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9년 투자금액은 7억5600만달러(약 8800억원)로 2013년 대비 연평균 270%선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호주, 홍콩, 일본, 싱가포르, 한국 등 아시아 주요 5개국 핀테크 산업 투자규모를 비교해보면 절대적인 규모는 호주가 압도적이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호주가 88%, 홍콩이 60%, 싱가포르가 22% 순으로 한국이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핀테크 기업수도 급속히 증가 중인데 2012년 76개에 불과했던 국내 핀테크 업체 수는 2019년 345개에 달하고 있다.
금융업을 기반으로 하는 핀테크에 대한 투자는 주로 이를 넘보는 비금융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단연 카카오와 네이버 등 빅테크가 선두에 있고, 최근에는 케이뱅크와 BC카드를 보유한 KT와 현대차그룹 기아가 모바일 금융 플랫폼 뱅크샐러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KT는 핀테크 기업 간 거래(B2B) 기업인 웹케시에도 236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DGB금융지주가 금융지주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핀테크 기업인 뉴지스탁을 270억원가량을 주고 인수했다. 뉴지스탁은 주식투자 플랫폼으로 다양한 투자 알고리즘을 제공하며 MZ세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온 핀테크 기업이다.
이에 앞서 산업은행과 하나금융지주 계열인 하나금융투자는 로보어드바이저 핀테크인 파운트에 대한 투자에 나섰다. 하나금융지주는 2016년 SK텔레콤과 합작으로 금융플랫폼 핀크를 설립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이 51%, SK텔레콤이 49%를 각각 보유 중이다.
이 외에 주요 금융지주사나 은행들의 경우 주로 자체 금융플랫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SC제일은행과 부산은행 등은 핀테크 기업 베스트핀의 부동산담보대출비교플랫폼과 협업에 나섰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들과 한국씨티은행 등은 핀테크 기업 핀다의 직장인 신용대출 비교 플랫폼과 제휴를 맺고 있다. 최근 NH농협금융지주 계열 농협캐피탈은 핀테크기업인 올카커뮤니케이션과 제휴를 맺고자동차 금융비교 견적서비스 노하우를 활용할 예정이다.
금융 플랫폼을 지향하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최근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 중 일부를 핀테크 기업 M&A에 투자할 계획임을 밝힌 상태다. 향후 금융사들의 핀테크 M&A 확대에 무게를 싣는 부분이다. 카카오뱅크는 자체적으로 보유하지 못한 기술이나 컨텐츠, 플랫폼 역량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다각적인 제휴나 자분투자, 인수합병에 나설 계획으로 2023년까지 2000억원 가량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